위험을 선택하는 세대: 가상자산 투자와 계층 이동의 기대

위험을 선택하는 세대: 가상자산 투자와 계층 이동의 기대
  • 재산을 지키려는 사람에게 큰 가격 변동은 피해야 할 위험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저축 속도로는 원하는 삶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그 변동성이 상황을 바꿀 가능성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자산을 두고도 위험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논의는 종종 금융지식 부족이나 단기적인 욕심에 집중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투자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유자금을 늘리려는 것인지, 주거와 노후를 준비하려는 것인지, 현재의 경제적 위치에서 벗어나려는 것인지에 따라 선택의 배경은 달라집니다.
  • 그 배경을 이해하는 일과 위험한 투자를 정당화하는 일은 구분해야 합니다. 오히려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강해질 때, 실제로 손실을 감당할 여력과의 간극은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과 낙관이 공존하는 재무 태도

미국 Urban Institute가 2026년 7월 발표한 조사는 청년층의 재무 태도를 단순한 비관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연구진은 같은 해 1월 미국 성인 3,1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18~29세 응답자의 태도와 행동을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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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여건이 어렵고 더 큰 위험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자신의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함께 나타납니다. 은퇴를 위한 저축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자산 형성 경로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미의 ‘금융 허무주의’만으로 이 집단을 묘사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미래를 개선하고 싶지만 기존 방법만으로 충분한지 확신하지 못하는 긴장입니다. 미국의 조사 결과를 한국 청년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투자 동기를 살펴볼 때 유용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겠습니다.

저축의 성과와 목표 사이의 거리

한국의 자산 통계에서도 축적의 여건이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같은 해 3월 말 기준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은 전년보다 4.9% 증가했습니다. 반면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가구의 평균 자산은 0.3%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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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을 모으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산 규모가 아니라 목표와의 간극입니다. 저축액이 늘더라도 구입하려는 주택의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른다면, 자산 규모가 우상향한다고 해도 만족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때 저축은 분명 성과를 내고 있지만, 본인이 기대하고 원했던 생활의 변화로 이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계층 이동에 대한 인식도 현재의 위치에 따라 다릅니다. 2025년 사회조사에서 노력하면 본인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답한 비율은 29.1%였습니다. 자신의 지위를 상층으로 인식한 사람에게서는 62.1%, 하층으로 인식한 사람에게서는 16.5%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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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한국 사회의 기대가 일방적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해석해서도 안 됩니다. 전체 응답자의 긍정적인 전망은 2023년보다 2.7%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사회 전체가 미래를 포기했다는 설명보다는, 출발 위치에 따라 노력의 보상을 기대하는 정도가 크게 다르다는 해석이 자료에 더 가깝습니다.

이러한 통계만으로 자산 격차가 가상자산 투자를 유발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안정적인 저축을 권하는 조언이 누구에게나 같은 설득력을 갖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목표에 가까운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손실 방지이지만, 목표가 지나치게 멀다고 느끼는 사람은 축적의 속도부터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실의 기준점과 사회적 비교

행동경제학의 전망이론은 사람들이 최종적인 재산 규모만으로 선택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자신이 기준으로 삼는 상태와 비교해 이익과 손실을 판단하며, 손실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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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점을 자산 형성에 적용하면, 실제로 돈을 잃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뒤처지고 있다고 느끼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준이 지난해의 저축액이라면 올해 늘어난 잔액은 성과입니다. 반면 기준이 또래의 주택 보유나 기대했던 생활 수준이라면, 같은 잔액을 보고도 부족함을 먼저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전망이론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며, 특정 투자자의 행동을 직접 입증한 결과는 아닙니다.

사회적 비교와 위험 선택의 관계를 살펴본 실험도 있습니다. 2017년 『PNAS』에 발표된 연구는 총 811명이 참여한 세 차례의 실험에서 보상의 격차가 큰 환경에 놓인 참가자들이 더 위험한 선택을 하는 경향을 확인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제시된 평균 보상을 같게 유지하면서 분포의 격차를 달리했습니다. 연구진은 높은 보상을 받는 사람과의 비교가 만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끼는 금액을 높이고, 위험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경로를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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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결과가 '가난할 수록 무모해진다'는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작은 손실도 더 꺼릴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자원의 부족과 다른 사람에 비해 뒤처졌다는 인식은 구분해야 합니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위험 선호가 개인의 고정된 성격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비교하는 대상과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투자에서도 비교 기준이 바뀌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익률이 달라집니다. 자신의 장기 계획에 충분했던 성과가 다른 사람의 급격한 자산 증가를 본 뒤에는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때 높아진 목표가 투자 기회의 개선에서 나온 것인지, 비교 대상의 변화에서 나온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가상자산에 투영된 시간 단축의 기대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을 기술이나 가격 전망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에게 큰 수익률은 돈을 더 버는 문제를 넘어, 주거 안정이나 경제적 독립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투자자가 찾는 것은 반드시 가장 우수한 자산이 아닐 수 있습니다. 현재 자금으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는 자산을 찾게 됩니다. 즉, “어떤 가격에 무엇을 사는가”보다 “몇 배가 될 수 있는가”를 우선시하는 순간입니다.

실제 거래 자료에서는 가격 상승과 신규 참여가 연결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23년 발표한 연구는 2015년부터 2022년 말까지 95개국의 가상자산 거래 앱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연구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 뒤 이용자가 증가하는 양상이 관찰됐으며, 연구진은 높은 수익에 대한 기대가 신규 참여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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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투자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 사례가 매력적으로 보일수록, 그 사례가 만들어진 가격과 현재 진입 가격은 멀어질 수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의 수익률만으로는 실패한 투자자의 수와 손실 규모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상자산 보유를 모두 계층 상승을 위한 투기로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장기적인 가치 판단에 따라 자산 일부를 보유하는 것과,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단기간에 불리려는 거래는 구분해야 합니다. 국내 시장을 청년만의 현상으로 보는 것도 부정확합니다. 2026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서는 거래가능 이용자 계정 기준으로 40대가 가장 많은 연령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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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분석의 대상은 특정 세대나 자산 전체가 아니라, 경제적 위치를 바꾸려는 기대가 투자 판단을 어떻게 바꾸는가여야 하겠습니다.

위험 감수 의지와 손실 감내 능력의 차이

투자에서는 위험을 받아들이려는 마음과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을 따로 살펴봅니다. CFA Institute도 투자자의 위험 성향을 분석할 때 위험 감수 의지와 능력을 구분합니다. 수익이 절실하다는 이유만으로 손실을 흡수할 능력까지 커지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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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같은 금액으로 같은 자산을 매수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구분투자자 A투자자 B
투자 전 총금융자산1억 원1,000만 원
해당 자산 투자금500만 원500만 원
투자금에서 50% 손실 발생−250만 원−250만 원
총금융자산의 감소율2.5%25%

상품과 수익률은 같지만 재무적인 결과는 다릅니다. B에게는 같은 손실이 주거비나 이직 준비금처럼 다른 목적에 사용할 자금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투자 위험은 가격이 얼마나 흔들리는지뿐 아니라, 손실이 발생했을 때 생활과 계획을 얼마나 바꾸는지까지 포함해 평가해야 합니다.

여기에 소득의 안정성, 부채, 가족의 지원 가능성, 자금을 써야 하는 시점이 더해집니다. 같은 나이이고 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하락을 견딜 수 있는 기간은 다를 수 있습니다.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장기투자가 가능하거나 손실 회복의 여유가 크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투자 기간과 자금 사용 시점이 자산 배분에 중요하다는 점은 일반적인 투자자 교육에서도 강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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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이는 금융시장의 공정성을 생각할 때도 중요합니다. 누구나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조건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시장 접근이 쉬워져도 출발 자산, 정보, 손실 후 다시 시도할 여력의 차이까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제공하는 기회를 평가할 때도 참여자 수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참여의 확대가 이용자의 재무적 선택지를 넓혔는지,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에 노출되는 통로만 늘렸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필요한 수익률과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

계층 이동에 대한 기대가 투자 판단을 압도하면, 목표 금액에서 거꾸로 투자 대상을 고르기 쉽습니다. 원하는 생활에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한 뒤, 그 금액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자산을 찾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추가 저축 없이 1,000만 원을 5년 안에 1억 원으로 늘리려면 연복리 약 58.5%의 수익률이 필요합니다. 이는 원금을 열 배로 만드는 데 필요한 수익률을 계산한 것이지,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수익률을 추정한 결과가 아닙니다. 세금과 거래비용을 고려하면 요구되는 투자 성과는 더 높아집니다.

필요한 수익률은 개인의 목표에서 나오지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매수가격과 자산의 가치, 시장 여건에서 나옵니다. 전자가 높다는 이유로 후자가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목표 달성이 절실할수록 이 둘을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목표와 현재 자금 사이의 차이를 모두 투자 수익률로 메우려 하면, 자산의 위험보다 목표의 크기에 맞춰 투자 비중을 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재무계획에는 저축액, 소득, 목표 시점과 규모도 포함됩니다. 이 변수들을 검토하지 않은 채 더 높은 변동성만 선택하는 것은 계획의 부족분을 시장에 맡기는 셈입니다.

손실이 발생한 뒤 남는 선택지도 중요합니다. 투자금이 줄어도 취업 준비나 이직, 주거 이전을 이어갈 수 있다면 재무 상태를 개선할 다른 경로가 남습니다. 반대로 한 번의 손실로 이런 자금까지 사라지면 투자 실패가 다른 기회까지 제한할 수 있습니다. 위험 관리는 수익을 포기하는 절차가 아니라, 다음 선택을 할 수 있는 여력을 보존하는 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험을 설명하는 사회와 기회를 제공하는 시장

경제적 불안은 위험한 선택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배경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선택의 기대수익을 높여주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투자자의 책임만 강조하면, 왜 안정적인 축적보다 큰 위험이 더 현실적인 대안처럼 느껴졌는지 놓칠 수 있습니다.

투자자 교육도 두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합니다. 변동성과 손실 가능성을 알리는 것에 더해, 투자자가 기대하는 목표와 자금 사용 시점을 연결해야 합니다. “얼마까지 오를 수 있는가”를 묻기 전에, “손실이 발생해도 어떤 계획을 계속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거래소를 비롯한 금융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계층 이동에 대한 불안을 ‘인생 역전’의 기대와 연결하는 홍보는 투자 판단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수익 사례를 강조하기보다 자산의 구조, 가격 형성, 유동성과 손실 위험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거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좋은 투자라는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더 넓게 보면, 자산 형성의 기회를 금융시장 하나에 맡길 수는 없습니다. 주거비 부담과 소득의 불안정성이 저축의 성과를 계속 상쇄한다면 투자 위험을 경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답이 되기 어렵습니다. 노동과 저축을 통해서도 미래의 선택지가 늘어난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위험을 선택하는 세대’라는 표현은 청년 전체의 성격을 규정하는 말보다, 특정한 조건에서 나타나는 선택을 이해하는 질문으로 쓰는 편이 적절합니다. 가상자산이 계층 이동의 유일한 통로처럼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시장의 매력뿐 아니라 다른 자산 형성 경로에 대한 신뢰도 돌아보게 하는 신호입니다. 투자자의 자유에는 위험을 선택할 권리와 함께, 큰 위험을 떠안지 않고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선택지가 포함돼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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