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3.0 경제 시스템의 설계방법(1부) —경제시스템 설계란 무엇인가?

Web3.0 경제 시스템의 설계방법(1부) —경제시스템 설계란 무엇인가?

— written by 장중혁

경제시스템 설계란 무엇인가?

Web3.0 경제시스템, 흔히 토큰이코노미 설계를 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한다는 것일까? 그 둘이 지칭하는 것은 같은 것인가? 대개는 ‘Web3.0 경제시스템 설계’라고 하면 암호화폐 백서들에 등장하는 총 발행량과 인플레이션, 각 주체들에 대한 분배 비율을 보여주는 파이차트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것들은 Web3.0 경제시스템 설계의 결과로 나타나는 ‘지표’들일 뿐 그것이 ‘경제시스템’을 설계한 것은 아니다.

‘설계’라는 행위는 대개 설계의 대상이 되는 구조물이 생애주기 동안 맞게 될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면서 ‘설계 목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양적으로’ 시스템을 계획하는 ‘양적 설계’와 그것을 사용하게 되는 ‘사람’이 ‘설계 목적’에 담긴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용자 경험’이 왜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에 대한 ‘정성적인’ 설득력을 제시하는 ‘질적 설계’를 말한다. 총 발행량이나 인플레이션, 분배 비율은 ‘설계’의 결과로 도출되는 지표일 뿐 어떻게 그 숫자들이 설계 목적에 부합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리고 경제시스템 설계는 반드시 토큰 발행을 전제로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Web3.0 경제시스템 설계’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이고 어떤 방법과 절차로 해야하는 것일까?

이 질문 전체를 포괄하는 답은 이 시리즈 전체에 걸쳐 이루어지겠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이 되건 간에 ‘설계’ 과정의 출발점은 ‘경제시스템 설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경제시스템’은 ‘무엇’을 작동시키려는 시스템인가?

경제시스템이 ‘사람들의 결정과 행동’을 통해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무엇에 대해’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일까? 그 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가치시스템’이다. 이는 사람이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을 하는 것과는 독립적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으로, 예를 들어 한잔의 커피라는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커피와 물과 컵이 필요하다는 것이 커피의 가치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그 배후에 복잡한 커피 농장에서의 노동과 상수도를 공급하는 시스템과 컵을 만드는 공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가치시스템’ 자체를 설명하려는 것은 아니므로 간략히 개념만 언급해두기로 하자.

‘가치시스템’은 이렇게 물질적인 형태를 가진 가치를 생산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지식이나 교환 같은 가치는 물질적 형태의 가치는 아니지만 분명 가치시스템의 산물이다. 그러나 비물질적 가치시스템은 대개 물질적 매개체를 필요로 하는데, 예를들면 지식은 책이나 ‘지식을 가진 노예’나 인터넷을 브라우징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구성된다. 이런 매개체가 하는 역할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가치를 만들고 실어나르는데 더 효과적인 방향으로 발전해간다는 것이다. 이는 대개 기술적 혁신에 의한 것인데, 가치를 실어나르는 매개체가 바뀌어 가치시스템이 혁신되면 인류는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나 ‘가치시스템’은 그것을 작동시킬 ‘동기’를 내포하지 않는다.

가치시스템은 ‘왜’ 작동하는가?

‘가치시스템’은 ‘개인적 동기’에 의해 작동하는 자급적 가치시스템도 있지만, 인류가 ‘사회’를 이루며 살기 시작한 이후에는 ‘사회적 동기’를 통해 작동하는 ‘사회적 가치시스템’이 일상의 매우 미시적 영역까지 확장되었다. ‘경제시스템’은 ‘가치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경제 주체들에게 동기를 제공하고 각 경제 주체가 ‘가치시스템’에 필요로 되는 요소를 제공하는 기여에 대한 ‘보상’을 결합하여 ‘가치시스템’을 지속가능한 동기에 의해 작동시키고 더 발전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한다.

경제시스템이 ‘동기’를 제공하고 ‘보상’을 결합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경제시스템 내에 있는 ‘노예’에게 채찍질을 하거나 공동체에서 ‘높은 평판’을 제공하거나 생산된 가치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분배를 하는 방식은 매우 전통적인 ‘경제시스템’의 ‘보상’ 방법이다.

경제시스템이 이런 보상을 통해 달성하려는 것은 ‘가치시스템’에 필요한 기여를 지속시키고 증가시키는 것인데, 수렵 시대에는 더 용감하고 민첩한 사냥 행동을 증가시켰고 농경 시대에는 파종의 시기를 놓치지 않게 만드는 근면함을 증진시켰을 것이다. ‘사회적 선행’을 권장하는 도덕적 서사나 종교적 서사도 일종의 ‘보상시스템’으로 작동했다. 개인의 필요에 의한 자급 활동은 ‘가치’를 추구하는 개인적 행위지만, 개인들이 모여서 구성하는 사회의 경제시스템은 반드시 ‘사회적 보상시스템’을 포함한다.

가치시스템의 혁신은 대개 기술적 혁신에 의해 이루어진다. 흔히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것의 정체는 주로 ‘가치시스템’의 혁신을 계기로 이루어졌다. 가치시스템을 구성하는 새로운 대상을 발견하거나 가치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새로운 메커니즘이나 에너지원을 발견하면 가치시스템은 크게 변한다. 또한 더 많은 구성원에게 가치를 분배할 수 있는 운송 방식도 가치시스템을 혁신시키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가치시스템 혁신은 때로 이를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자원이나 강제력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제방을 쌓기 위해서 위험을 무릎쓰거나 더 큰 동물을 잡기 위해 더 많은 인원의 투입이 필요해지면 과거와는 다른 강제력이 필요한데, 이의 작동을 강제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상시스템’의 진화를 포함하는 ‘경제시스템’의 진화가 필수적이다.

보상시스템으로서의 시장

보상시스템이 어떠한가에 의해 경제시스템은 크게 달라진다. 인류의 초기 보상시스템은 ‘정치적 권력’을 통해 분배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공동체의 정치적 합의에 의해 분배의 규칙이 결정되며 이 합의는 공동체의 강제력으로 실행된다. 그러나 이는 확장성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정치적 권력에 의한 분배는 특정한 서사와 환경을 공유한 공동체 내에서는 정당화되지만 그 경계를 넘어서는 작동하지 않기때문이다. 정치적 보상시스템은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서사와 환경에 의지하여 태어난 역사성으로 인해, ‘기여’에 충분하게 보상하지 못하거나 일부 기여를 보상에서 누락시키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강제력에 의지하여 유지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인류 사회의 생산력이 ‘모두’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불가피했는데, 참여자의 일부를 보상에서 배제함으로써 경제시스템을 유지해야 했기때문에, 보상에서 배제되는 그룹을 강제하기 위한 ‘정치적 권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보상 분배에 참여할 권리가 없는 노예의 기여에 대한 보상은 노예 주인에게 돌아갔다. 기여를 하지만 보상의 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있어야 지탱할 수 있는 경제시스템의 한계는 명확했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강제력’은 ‘더 많은’ 참여자를 보상에서 배제함으로써 권력을 통제하는 그룹의 분배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에비해 ‘시장’이라는 보상시스템은 매우 효율적으로 보상을 분배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했다. 누가 더 많은 기여를 했는가에 대한 평가는 ‘가격’으로 반영되었고 이는 경제시스템 내에 가치시스템에서 필요로 하는 기여를 제공하려는 경제 활동을 증가시켰다.

시장이 정치적 보상시스템과 경쟁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류 사회의 초기 경제시스템은 ‘정치적 보상시스템’에 기초한 ‘정치적 분업’으로 구성되었는데, 이것은 인류 사회가 더 큰 규모의 사회를 더 넓은 지역에 걸쳐 조직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분업’이 ‘지역적 분업’인데, 이는 기후와 환경이 다른 지역이 하나의 정치적 분업 체계 안으로 들어오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분업은 자급적 동기와는 전혀 다른 ‘사회적 동기’에 기초하고 있기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려는 시도들이 자극되기 시작했다. 그것이 ‘시장’을 탄생시켰고, 정치적 보상시스템은 ‘시장’이라는 보상시스템이 ‘정치적 보상시스템’을 위협하지 않고 ‘보완’한다고 판단했다.

효율성 측면에서 ‘시장’이 정치적 보상시스템을 압도하는 보상시스템이라는 것은 명백했다. 하지만 시장이 정치적 보상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시장은 ‘보편성’이 높은 보상시스템이었지만, 사람들이 어떤 결정을 하고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때로는 ‘보편적이지 않은 보상’이기때문이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의 가치는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과 양적으로 대체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질적 보상’이 중요한 사회에서는 ‘시장’의 ‘보편적 보상시스템’의 경제시스템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시장이라는 ‘보편적 보상시스템’은 경제시스템이 정치적 경계를 넘어 ‘세계’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보편적 보상시스템과 화폐시스템

시장을 보상시스템으로 하는 경제시스템은 보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가면서 ‘보편적 보상 매개’를 필요로 했는데, 그것이 ‘화폐시스템’이다. 초기의 화폐시스템은 시장의 보편적 보상시스템을 확장하는데 필요한 ‘보편적 보상 수단’으로서의 조건을 ‘자연’으로부터 찾아냈다. 상품 중에서 보관과 이동이 용이하면서 보편적 수요를 가진 것을 ‘보편적 보상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공급량을 임의적으로 늘일 수 없는 금이나 은과 같은 금속으로 화폐시스템을 구성했다.

보편적 보상수단으로서의 정치적 화폐시스템의 한계

이는 역사적으로 경제시스템을 한단계 더 진화시켰는데, 그것은 ‘가치시스템’과 ‘보상시스템’, ‘화폐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상품-화폐 경제시스템’이었다. 물론 이러한 경제시스템의 기원이 온전히 ‘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화폐시스템은 이미 고대 로마에서부터 ‘정치적 보상시스템’에 의해서도 ‘황제의 동전’을 통해 시도되었는데, 황제의 보상이 보편성을 갖기 위해서는 보편적 수단이 필요했던 것이다. 드라크마나 데나리온과 같은 황제의 동전은 정복에 참여한 군인들을 위한 보상 수단으로 지급되었고 공동체 구성원들은 황제의 동전으로 ‘세금’을 내야 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보상 수요에 비해 금이나 은의 공급은 제한적이었고, ‘세금’을 늘리는 것은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켰기때문에 황제에게는 ‘화폐를 발행하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해졌다. 결국 황제의 동전은 다른 금속의 비율을 높여서 주조되기 시작하면서 ‘정치적 화폐’로서의 성격이 강화되었다. ‘정치적 화폐’는 ‘보편적 보상수단’이 되기 어렵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했다. ‘세금을 내는데 쓰는 화폐’라는 법정화폐의 기원은 시장 보상시스템의 산물이 아닌 정치적 보상시스템의 산물인데, 이는 ‘중상주의 국가’의 등장으로 시장의 보상시스템이 정치적 보상시스템과 융합되면서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되었다.

근대 이후 ‘경제시스템’의 보상시스템은 외형적으로 보면 ‘시장’(정확히는 ‘가격’)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가치시스템 내에서 특정 상황에서 더 필요한 기여를 공급할 수록 더 많은 분배의 권한을 매개하는 ‘화폐’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시장 가격에 의한 보상 시스템의 위력은 강력했다. 특정한 지역 내에서 ‘정치적 보상시스템’으로 구성한 ‘국가’라는 경제시스템이 ‘시장’이라는 ‘보편적 보상시스템’을 갖춘 ‘시장 중심 경제시스템’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공정해 보이는 ‘시장’이라는 보상 시스템은 ‘화폐’가 공정하게 분배될 때에는 가치시스템을 지탱하는 경제 시스템의 구성 요소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화폐의 분배가 불공정할 경우 가치시스템의 지속성과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중상주의 국가는 시장의 보상시스템을 장악하려는 시도의 산물이었다. 당시 시장 내에는 가치시스템의 혁신이 아니라 매점매석과 같은 독과점적 시장 상태 구축을 통해 가격 현상을 조작함으로써 기여에 대한 보상을 늘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시장 참여자’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들은 ‘화폐시스템’을 장악하는 것으로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분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곧바로 ‘정치적 보상 수단’인 ‘법정화폐시스템’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로 이어졌다.

그러나 ‘법정화폐’의 한계는 그것의 지역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금이나 은과 같은 ‘보편성’을 갖지 못한 ‘제한적 보상수단’인 ‘법정화폐시스템’에 기초한 경제시스템이 스스로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시장 외적 강제력’을 확대하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19세기말과 20세기에 나타난 제국주의는 ‘시장 외적 강제력’으로 경제시스템의 규모를 성장시키고 그 안에서 사용되는 ‘보상 수단’인 화폐시스템을 장악한 시장 참여자들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도박’에 의해 이른바 ‘세계 대전’이라는 비극으로 귀결됐다.

정치적 화폐시스템을 이용한 ‘보편적 보상수단’의 구성

2차세계대전이 끝났을때 전승국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전리품’을 나누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1차세계대전과 같이 ‘전쟁 배상금’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었다. IMF라는 질서를 통해 구축된 ‘법정화폐’를 기초로 한 ‘보편적 화폐시스템’을 전세계적 시스템으로 확장하면서 ‘화폐시스템’을 통한 국가 간 보상 재분배체계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을 다시 세계 대전으로 내몰게 만들었던 ‘전쟁 배상금’은 면제되었다.

그 대신 IMF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여 주요국의 화폐와 달러 간의 교환비율을 ‘고정’하여 모든 국가의 화폐시스템을 달러 화폐시스템을 중심으로 통합했다. ‘보편적 보상수단’을 정치적 합의에 의해 구성한 것인데, 이는 미국이 가치시스템에서의 경쟁 우위나 ‘보상시스템’에 대한 정치적 개입 없이도 전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구성된 경제시스템의 ‘보편적 보상수단’을 장악하는 것만으로 보상의 재분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메커니즘이 만들어졌다. 미국은 패전국에게만이 아니라 승전국들에게도 영원히 전쟁 배상금을 받아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대의 글로벌 경제시스템이 안고 있는 화약고는 대부분 이것과 관련되어 있다. 화폐의 불공정한 분배는 곧 보상의 불공정을 의미하기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해 보면, ‘경제시스템’을 설계한다는 것은 공동체를 지속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가치를 구성하는 ‘가치시스템’을 지속하고 발전시키는 동기를 공급하여 사람들이 그 동기에 의해 결정과 행동을 하게 만드는 ‘보상시스템’을 구성하고, 이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그 보상의 수단이 경제시스템 내의 행위자들이 믿을 수 있게 공정하게 분배되는 ‘화폐시스템’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다. 남아 있는 문제는 두가지다. 불공정한 규칙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강제력’을 어떻게 없앨 것인가와 공정한 규칙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을때 어떻게 이를 ‘일부 시장 참여자’들이 다른 참여자들의 눈을 가리고 왜곡시켜 자신들의 보상을 늘리도록 작동시키지 못하도록 막을 것인가다.

경제시스템을 공동체가 합의한 ‘설계’에 맞게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보상 시스템과 화폐 분배의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은 ‘규칙’이 작동되도록 하는 것인데, 경제시스템 설계는 결국 ‘규칙’을 공정하게 만들고 그것이 ‘작동’되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나 매우 이상적인 경제 시스템의 ‘공정한 규칙’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을 규칙대로 ‘작동’시키는 것은 그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현대 국가들은 이를 ‘작동’시키기 위해 법체계와 그것을 강제하는 강제력을 가진 ‘공정한’ 주체를 상상했는데, 그것이 바로 ‘법치 국가’라는 정치적 서사다.

현실의 법치 국가가 ‘규칙’을 작동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법률이 금지하는 회계 조작은 어디서나 발생하며, 법률이 금지하는 불공정한 분배는 늘 일어난다. 심지어 법률을 만드는 권력을 장악하여 ‘불공정한 분배’를 구조화시키려는 것은 현대 정치의 핵심이다. 물론 ‘공정성’이란 중립적이지 않기때문에 모두에게 공정한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경제시스템 내에 있는 구성원의 대다수에게 자신의 기여만큼 분배를 받을 수 있으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하다고 인식하여 동의하는 규칙에 대한 합의가 가능하다면 그것을 ‘현실적으로 공정한 규칙’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경제시스템을 설계한다는 것은 ‘규칙을 제대로 실행시킬 수 있는 규칙 강제 도메인’을 확보하고, 그 위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생산하고 유통하여 공급할 수 있는 ‘가치시스템’에 필요한 ‘기여’에 대해 효과적인 ‘보상시스템’을 만들고 그 보상을 실어나를 수 있는 ‘공정한 보상수단’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경제시스템은 성공하고 어떤 것은 실패한다. 성공한 경제시스템은 참여자들이 가치시스템의 작동에 필요한 어떤 기여를 하느냐에따라 공정한 분배를 받을 수 있게 만듦으로써 가치시스템의 혁신에 대한 동기도 제공한다.

그러나 어떤 경제시스템이나 ‘기여’와 ‘보상’ 간의 관계를 조작하려는 참여자가 존재한다. 이것은 때로 개인일 수도 있고 기업일 수도 있고 국가가 그 관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한 체제를 ‘강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조작은 ‘가치시스템’ 혁신에 언제나 걸림돌이 되며, 대안적 경제시스템 등장의 계기가 된다. 그리고 그 주체가 ‘무력’을 가진 집단이라면 ‘체제’의 경쟁은 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이 시리즈의 2부에서는 ‘Web3.0 경제시스템 설계’란 무엇이고 그간 ‘토큰이코노미’ 같은 의미가 불분명한 용어로 사용되어 오면서 파편적으로 논의되던 이슈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봄으로써 Web3.0 경제시스템 설계라는 작업이 어떤 것을 대상으로 하고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장중혁 — 블록체인경제연구소장, 크립토워커스다오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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