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 이후의 크립토 시장: 지능의 범람과 희소성
- 특이점에서는 지능이 싸지고, 소프트웨어 노동의 한계비용이 낮아지고, 로봇이 물리 노동까지 대체하기 시작하면 기존에 가치 있다고 여겨졌던 많은 것들의 가격은 하락합니다.
- 한편, 희소하게 남을 수 있는 것은 에너지, 컴퓨트, 데이터센터, 반도체, 네트워크, 검증 가능한 소유권, 신뢰 가능한 정산 레이어입니다. 이 지점에서 크립토의 역할은 명확해집니다.
- 크립토는 AI가 만들어낼 초고속·초자동화 경제에서 돈, 담보, 계약, 정산, 소유권을 다루는 레이어가 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비국가적 희소 담보, 이더리움은 프로그램 가능한 계약·정산 인프라, 스테이블코인은 기계가 쓰는 달러, RWA는 자산을 API처럼 다루는 방식으로 재평가될 수 있습니다.
- AI가 성장한다고 모든 AI·DePIN 토큰이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특이점 시대에는 단순한 내러티브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네트워크 효과와 실제 가치 포착 구조가 더 중요해집니다.
특이점은 이미 시작됐다
특이점은 아직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공상과학처럼 먼 미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이 등장하고,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며, 경제 구조가 바뀌는 일은 이미 산업과 경제의 저변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이점이란 AI가 인간의 지능을 단순히 따라잡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더 똑똑한 AI를 만들고 개선할 수 있게 되는 전환점입니다.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은 인간이 연구하고, 설계하고, 투자하고, 개선하는 속도에 묶여 있었지만, AI가 인간 연구자보다 더 빠르게 문제를 풀고, 코드를 짜고, 과학을 발견하고, 다음 세대 AI를 설계하기 시작하면 발전 속도가 지수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특이점은 인간이 도구를 발전시키는 시대에서 도구가 자기 자신을 발전시키는 시대로 넘어가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특이점은 단순히 AI가 더 똑똑해지는 사건을 넘어서, 인류 문명 발전이 인간의 속도에서 기계의 속도로 이동하는 임계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지능의 단가가 낮아지는 과정입니다. 과거에는 리서치, 코딩, 번역, 디자인, 전략 수립, 고객 응대, 법률 검토, 데이터 분석 같은 작업에 사람의 시간과 조직의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이제 이 중 상당 부분은 AI가 보조하거나 일부는 직접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OpenAI는 에이전트형 AI가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도구를 호출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더 긴 업무를 위임받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AI의 기능이 단순한 대답에서 작업 단위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시간이 더 이상 경제적 병목이 아니게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뛰어난 인재를 많이 고용한 조직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뛰어난 AI를 얼마나 잘 적용하고, 그 AI가 쓸 수 있는 연산·데이터 등의 자원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더 중요해지게 될 것입니다.
특이점은 인간이 가진 유한한 노동 시간의 가치가 무너지고 기계의 시간이 경제의 기본 단위가 되는 과정입니다. 투자자라면 이러한 지점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AI가 똑똑해질수록 무엇이 희소해질까?”
지능이 흔해지는 시기
AI 투자자의 대표적인 착각은 “똑똑한 모델을 가진 회사가 대부분의 가치를 가져간다”는 것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합리적인 생각입니다. 고성능 모델, 고품질의 데이터, 높은 수준의 인재를 가진 기업은 큰 가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지능이 계속 확산되고, 모델 성능이 평준화되고, 오픈소스 모델이 강해지면 지능 자체의 희소성은 낮아질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지능은 점차 전기처럼 보편적인 재화가 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쓰고, 항상 필요하고, 없으면 안 되지만, 그 자체만으로 영구적인 이익을 보장하지는 않는 재화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계속해서 귀해지고 있는 것은 지능 자체가 아니라, 그 지능을 현실에서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병목입니다.
AI가 코드를 짜려면 컴퓨트가 필요합니다.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AI를 개인 비서처럼 활용하려면 데이터센터가 필요합니다. AI가 로봇에 들어가 물리적 노동을 대체하려면 반도체, 배터리, 제조설비, 공급망 등이 필요합니다. AI가 금융 거래를 하고, 계약을 체결하고, 콘텐츠와 데이터를 사고팔려면 정산 레이어가 필요합니다.
앤트로픽의 CEO인 Dario Amodei는 강력한 AI가 생물학, 정신건강, 경제 개발, 거버넌스, 일과 의미 같은 영역에서 급진적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효과가 불확실성과 사회적 과제를 동반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강력한 AI가 등장한 이후 몇 년 안에 기존 수십 년의 진보를 압축할 가능성도 논합니다. 이 관점에서 특이점은 단순히 생산성이 높아지는 현상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시계열이 압축되는 사건입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이러한 압축은 무서운 일입니다. 과거에는 기술 변화가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반영됐습니다. 인터넷, 모바일, 클라우드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AI는 기존 소프트웨어 위에 바로 올라타고, 기존 업무 흐름을 즉시 잠식합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자산 가격은 더 빠르게 미래를 당겨옵니다. 그래서 단기 등락을 맞히는 능력보다, 어떤 자산이 미래 경제의 기본 레이어가 될지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특이점의 핵심은 풍요가 아닌 병목
AI와 로봇이 충분히 발전하면 상품과 서비스가 거의 무한대로 공급되고, 가격이 0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다만 현실의 경제는 물리적 한계 위에서 돌아갑니다. 데이터는 쉽게 복제할 수 있지만 전기와 데이터센터 부지는 복제할 수 없습니다. 소프트웨어는 간단히 업데이트가 가능하지만 공장은 실제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즉, 지능이 계속해서 싸질수록, 물리적 병목의 가치는 더 커집니다. AI가 더 많이 쓰일수록 전력 수요는 증가합니다. 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데이터센터는 빠르게 지을 수 있어도 전력망과 에너지 인프라는 더 긴 리드타임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AI 채택이 주로 견인하는 가속 서버의 전력 소비 증가율은 일반 서버보다 훨씬 높게 추정됩니다.

이 말은 AI 경제의 진짜 하단에 전력이 위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전기는 컴퓨트로 바뀌고, 컴퓨트는 추론 결과와 디지털 노동으로 바뀌며, 다시 생산성으로 전환됩니다. 경제의 가장 아래에는 물리적 병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크립토는 전기를 직접 생산하지도 못하고, 반도체를 만들어 낼 수도 없습니다. 대신 크립토는 이 지능의 경제가 만들어낸 가치가 어떤 형태로 저장되고, 어떤 계약으로 분배되고, 어떤 장부에 기록되고, 어떤 방식으로 소유권이 증명되는가의 문제를 다룹니다. 즉 AI가 생산의 혁명이라면, 크립토는 소유와 정산의 혁명입니다.
풍요의 과실과 분배 문제
단순한 AI 낙관론의 약점 중 하나는 풍요가 곧 평등으로 이어진다는 가정입니다. 생산성이 폭발하게 되면 모두가 부유해져 풍요를 누릴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경제에서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AI가 생산성을 높여도 그 인프라를 소유한 기업, 모델을 통제하는 기업, 데이터센터를 가진 기업, 반도체 공급망을 장악한 기업, 전력망을 확보한 기업이 초과이익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문제는 이미 전통 금융권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BlackRock의 Larry Fink는 2026년 연례 서한에서 AI가 소수 기업과 자본 보유자에게 이익을 집중시켜 부의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동시에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드러냈습니다.

즉, 특이점 시대에서 부를 누리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아닌 자본가가 되어야 합니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AI에게 대체되지 않는 직업을 찾자” 같은 접근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생산성 향상과 커리어 전략은 중요하나, 투자 관점에서는 결국 생산수단의 지분을 가져야 합니다. AI 모델, 반도체, 전력,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그리고 이 경제의 돈과 정산 레이어에 대한 지분이 필요합니다.
크립토는 이 중 마지막 영역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크립토는 디지털 경제의 희소 담보와 프로그램 가능한 금융 인프라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합니다.
비트코인: AI 시대의 비국가적 희소 담보
비트코인은 AI 토큰이 아닙니다. 로봇, 데이터센터, 모델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특이점 시대에서는 비트코인 같은 자산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고유한 강점은 국가와 기업 바깥에 존재하는 디지털 희소자산이라는 점입니다.
AI가 생산성을 폭발시킨다고 해도, 그 과실은 법정화폐 보유자에게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정부는 더 많은 재정정책과 재분배 정책을 쓰게 됩니다. 노동소득이 약해지고, 자동화로 일자리가 흔들리고, 소비 기반이 약화되면 국가는 기본소득, 보조금, 세액공제, 공공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를 떠받쳐야 합니다. 즉,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는 더 많은 유동성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이때 법정화폐는 사회적 완충장치가 됩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완충 비용이 화폐 가치 희석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특이점 시대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하드머니에 대한 수요는 단순한 인플레이션 헤지 차원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국가가 관리하는 재분배 시스템 바깥에 존재하는 희소 담보에 대한 수요입니다.

비트코인은 중앙 권한 없이 작동하는 공개 네트워크로 설계됐고, bitcoin.org는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이나 중앙 기관 없이 P2P 기술로 작동하며, 누구도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비트코인의 공급량은 최대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모든 결제를 처리하거나, 비트코인 본위제 사회가 도래한다고 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트코인의 핵심 역할은 결제보다 담보와 준비자산에 가깝습니다. AI 경제에서 수많은 에이전트가 초고속으로 거래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어떤 자산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정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때 비트코인은 가장 단순한 형태의 비국가적 담보로 남을 수 있습니다.
AI가 생산성을 높일수록 세상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지만, 그 풍요가 어떤 화폐 단위로 저장될지는 열려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그 불확실성에 대한 가장 순수한 온체인 옵션입니다.
이더리움: 기계 경제의 계약 엔진
비트코인이 특이점 시대의 비국가적 담보라면, 이더리움은 더 복잡한 질문을 다룹니다. AI 에이전트가 경제 주체처럼 행동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만이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계약, 담보, 신용, 정산, 수익 분배, 권한 관리, 보험, 로열티, 거버넌스입니다.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구매하고, API를 호출하고, 컴퓨트를 임대하고,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고, 다른 에이전트와 공동으로 작업하고, 결과물을 배분하는 세계를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때 기존 금융 시스템은 너무 무겁습니다. 은행 계좌, 법인 계좌, 카드 승인, 국가별 결제망, 영업시간, 중개기관, 사후 정산 방식은 기계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지점에서 스마트 컨트랙트의 필요성이 부각됩니다. 이더리움 공식 문서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서 실행되는 코드와 상태의 집합으로 정의하며, 사람이 직접 통제하지 않아도 배포된 규칙대로 작동하고, 사용자는 트랜잭션을 통해 이 코드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AI 경제의 작동 방식과 잘 맞습니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처럼 은행 창구를 방문할 필요도 없고, 계약서를 읽고 서명하고 송금 확인증을 기다리지도 않습니다. 기계에게 필요한 것은 호출 가능한 계약, 실행 가능한 돈, 검증 가능한 상태뿐입니다.
이더리움의 장점은 단순히 전통과 역사성에서만 나오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더리움 생태계는 개발자, 지갑, 스테이블코인, DeFi, NFT, DAO, L2, 기관 커스터디, RWA 인프라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향후 금융 시스템이 완전히 하나의 체인으로 귀결될 가능성은 낮지만, 기계가 쓸 수 있는 금융 운영체제라는 관점에서 이더리움은 가장 강력한 후보입니다.
물론, 확신이나 과한 기대는 금물입니다. AI 에이전트가 반드시 이더리움만 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Solana와 같은 대체 L1, Base 등 L2, 다양한 앱체인, 허가형 체인, 은행권 토큰화 예금, 빅테크 결제망이 모두 이더리움과 경쟁할 수 있습니다. 한편, 사용량이 늘어난다고 ETH 가격이 반드시 상승하는 것도 아닙니다. 수수료 구조, 소각, L2 가치 포착, MEV, 스테이킹 수익률, 규제 환경에 따라 가격의 흐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더리움의 투자적 의미는 분명합니다. AI가 경제 행위를 자동화할수록, 자동화된 계약과 정산의 중요성은 커집니다. 이더리움은 그 가능성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온체인 인덱스가 될 수 있습니다.
기계의 화폐, 스테이블코인
AI 에이전트가 실제 경제 활동을 하려면 화폐가 필요합니다. 다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화폐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기업과 소비자는 여전히 달러 단위로 회계 처리하고, 가격을 책정하고, 비용을 관리합니다. 따라서 특이점 시대의 가장 현실적인 결제 레이어는 스테이블코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은 사용성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 움직이고, 국경을 덜 타고, API로 연결하기 쉽고, 스마트 컨트랙트와 결합할 수 있으며, 온체인에서 회계 추적이 가능합니다. 이는 사람보다 기계에게 더 자연스러운 형태입니다.

Visa는 온체인 애널리틱스 대시보드를 통해 주요 블록체인 위의 스테이블코인 공급과 거래량을 추적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규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은행과 금융기관이 관련 서비스를 통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Visa의 이 접근은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크립토 내부의 거래 편의성을 위한 도구만이 아니라, 전통 결제 기업이 직접 관찰하고 통합하려는 결제 인프라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스테이블코인은 AI 에이전트 경제에서 특히 강합니다. 에이전트가 어떤 작업을 수행하려면 여러 차례의 소액 결제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한 조각, API 호출 한 번, 컴퓨트 몇 초, 이미지 생성 한 번, 컨설팅 봇 사용료, 콘텐츠 라이선스, 게임 아이템, 예측시장 포지션, 자동화된 재무관리까지 모두 결제 단위가 잘게 쪼개질 수 있습니다. 기존 금융망은 이런 고빈도·저마찰·글로벌 결제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틈을 파고듭니다. 사람에게는 아직 복잡할 수 있지만, 기계에게는 오히려 단순합니다. 지갑 주소, 잔고, 조건, 서명, 실행 결과가 모두 코드로 다뤄지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계 경제가 사용할 수 있는 달러 API로, 단순한 크립토의 가격 상승 내러티브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RWA: 자산이 API가 되는 시대
AI가 노동을 API로 만들고 있다면, RWA는 자산을 API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과거 금융자산은 국가별 거래소, 증권사, 은행, 수탁기관, 결제기관, 영업시간, 계좌 체계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토큰화가 진전되면 국채, 머니마켓펀드, 주식, 채권, 사모신용, 부동산 지분 같은 자산이 더 작은 단위로 쪼개지고, 더 빠르게 이전되고, 스마트 컨트랙트와 결합할 수 있습니다.

BlackRock의 Larry Fink는 2026년 서한에서 하나의 규제된 디지털 지갑 안에 ETF, 디지털 유로, 토큰화 채권, 인프라나 사모신용 펀드의 분할 지분 같은 다양한 자산이 담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토큰화가 기존 금융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금융과 디지털 혁신이 양쪽에서 다리를 놓는 과정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러한 관점은 크립토 투자에서 특히 더 중요합니다. RWA는 탈중앙화 혁명이 아닙니다. 오히려 규제 기관, 커스터디, 발행사, 은행, 자산운용사, 허가형 인프라가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현실적입니다. 크립토가 대중적 금융 인프라로 들어가는 가장 가능성 높은 경로는 은행 같은 전통금융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금융 인프라에 더 빠르고 유연하게 결합되는 것입니다.
특이점 시대에 AI 에이전트가 재무관리, 포트폴리오 조정, 담보 관리, 보험 가입, 세금 최적화, 글로벌 투자 접근을 수행하게 된다면 자산은 기계가 읽고 쓸 수 있어야 합니다. 토큰화 자산은 이 방향과 부합합니다. 자산이 코드로 표현되면, AI는 그 자산을 담보로 쓰고, 재조합하고, 조건부로 이전하고, 수익을 자동 분배할 수 있습니다.
이때 크립토는 자산 운영체제에 가까워집니다. 물론 모든 자산이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바로 올라오지는 않을 것이지만 방향성은 명확합니다. 금융자산은 점점 더 디지털화되고, 분할되고, 자동화되고, 24시간화됩니다. 특이점 시대에서 자산은 더 이상 종이 계약이나 장부로 남는 것이 아닌, 호출 가능한 객체가 될 수 있습니다.
AI 토큰과 DePIN: 위험한 잠재력의 영역
특이점과 크립토를 연결하면 자연스럽게 AI 토큰, DePIN, 분산 컴퓨트, 데이터 마켓, 모델 마켓, 에이전트 토큰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러티브만 보면 그럴듯합니다.
중앙화 AI 기업이 너무 강해지니, 탈중앙화 AI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하니, 분산 GPU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AI가 데이터를 먹으니, 데이터 마켓이 필요하다. 에이전트가 경제 주체가 되니, 에이전트 토큰이 필요하다...

탈중앙 AI는 분명 연구하고 발전시킬 가치가 있는 분야입니다. 다만 문제는 투자에서 “필요해 보인다”와 “가격이 오른다”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는 점입니다.
탈중앙화 컴퓨트가 정말 중앙화 클라우드보다 가격·성능·신뢰성에서 우위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데이터 마켓이 실제 구매자를 확보했는지 봐야 합니다. 네트워크가 보조금 없이 돌아가는지 봐야 합니다. 토큰이 없어도 되는 구조에 억지로 토큰을 붙인 것은 아닌지 봐야 합니다. 매출이 토큰 홀더에게 귀속되는지, 사용량 증가가 토큰 수요로 이어지는지, VC와 재단 물량이 시장을 계속 압박하지 않는지도 봐야 합니다.
특이점 시대에는 오히려 내러티브만 덧입힌 AI 토큰이 더 빨리 도태될 수 있습니다. AI가 개발 속도를 높이면, 경쟁도 빨라지고, 카피도 빠르게 생기고, 토큰의 수명도 짧아집니다. 과거에는 마케팅과 커뮤니티로 몇 년을 버틸 수 있었던 프로젝트도, 앞으로는 실제 제품과 가치 포착 구조가 없으면 훨씬 빨리 소모될 수 있습니다.
크립토의 해자와 AI의 탈중앙화
AI와 크립토의 결합을 말할 때 흔히 탈중앙화된 AI를 떠올립니다. 물론 이는 중요한 문제의식과 방향성입니다. 중앙화 AI 기업이 지능, 데이터, 검열권, 경제적 이익을 독점하는 문제는 곧 현실적인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거버넌스, 분산 데이터, 검증 가능한 추론, 오픈 모델 인센티브는 의미 있는 실험입니다.
그러나 투자 관점에서 더 큰 기회는 다른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AI는 지능의 비용을 낮춥니다. 크립토는 신뢰와 정산의 비용을 낮춥니다. AI는 작업을 자동화합니다. 크립토는 계약과 소유권을 자동화합니다. AI는 콘텐츠와 코드를 무한히 생성합니다. 크립토는 그 결과물의 출처, 소유권, 희소성, 수익 배분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즉 AI와 크립토의 관계는 경쟁 관계가 아닙니다. 더 정확히는 기능이 다릅니다. AI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확장합니다. 크립토는 “누가 소유하고, 누가 정산받고, 어떤 규칙으로 분배되는가”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AI가 강해질수록, 검증 가능한 소유권과 정산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인간이 직접 모든 계약을 확인할 수 없는 시대에는, 코드로 집행되는 계약과 공개 검증 가능한 장부가 더 중요해집니다.
인간의 희소성과 경제
특이점 이후의 경제를 생산성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AI와 로봇이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게 된다고 해도, 경제에서 인간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여전히 놀고, 경쟁하고, 과시하고, 소속되고, 의미를 찾고, 이야기를 소비합니다.

Dario Amodei도 AI가 많은 일을 하게 되는 세계에서 인간의 의미와 경제적 생존 문제가 어려운 질문으로 남는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AI가 어떤 일을 더 잘한다고 해서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며, 사람들은 경제적 가치가 없는 활동에서도 의미를 찾는다고 설명합니다.
이 지점에서 크립토는 흥미로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AI가 콘텐츠를 무한히 만들수록 콘텐츠 자체의 희소성은 낮아집니다. 그러나 “누가 만들었는가”, “누가 인정했는가”, “어떤 커뮤니티가 소유했는가”, “어떤 맥락에서 탄생했는가”의 가치는 오히려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NFT가 과거의 투기로만 끝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단순히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재평가될 것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원본성, 인간성, 커뮤니티, 정체성의 증명입니다. AI가 모든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면, 진짜 인간 아티스트의 원본은 더 귀해질 수 있습니다. AI가 모든 글을 쓸 수 있다면, 특정 인물의 서명과 맥락은 더 중요해집니다. 완벽한 AI가 모든 게임을 완벽하게 공략해낼 수 있다면, 불완전한 인간끼리의 경쟁과 내러티브는 더 엔터테인먼트화될 수 있습니다.
특이점 이후의 시대에서 크립토는 금융만이 아니라 문화의 소유권도 다룰 수 있습니다. 게임, 예측시장, 팬덤, 크리에이터 경제, 인간 인증, 커뮤니티 멤버십, 온체인 평판은 모두 이 흐름과 연결됩니다.
AI 디플레와 자산의 인플레
AI는 본질적으로 디플레이션 기술입니다. 같은 일을 더 싸게 하고, 더 빠르게 하고, 더 적은 인력으로 가능하게 만듭니다. 소프트웨어, 콘텐츠, 리서치, 코딩, 고객응대, 번역, 디자인처럼 디지털화 가능한 업무의 가격은 크게 저렴해질 것입니다. 로봇이 충분히 발전하게 되면, 물리적 노동 또한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곧 모든 것의 가격이 내려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디지털 재화와 노동의 가격이 저렴해지더라도, 에너지, 토지, 전력망, 반도체, 데이터센터, 우량 주식, 비트코인 같은 희소자산의 가격은 오를 수 있습니다. 풍요가 생기면 그 과실을 저장할 수 있는 자산에 더 많은 수요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또한 AI 전환 과정은 매끄럽지 않습니다. BIS는 2026년 연례 경제 보고서에서 AI 관련 투자가 글로벌 성장과 금융 여건을 지지했지만, 동시에 AI 투자 지속 가능성, 금융 취약성, 재정 약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압력 요인으로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CapEx 경쟁이 과잉투자로 이어질 수 있고, 기대 수익이 실망스러울 경우 투자 축소와 금융 여건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이점이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 해도, 그것이 현재 모든 AI 관련 자산 가격 상승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장기적인 방향이 맞아도 버블, 과잉투자, 신용경색, 규제 충격, 에너지 병목, 지정학 등 다양한 리스크가 함께 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이점 시대의 투자자는 두 가지를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하나는 장기적으로 지능과 자동화가 경제를 재편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자산시장은 과도하게 앞서가고, 흔들리고, 또 어떤 자산은 영원히 도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크립토의 네 가지 단계
특이점에서의 크립토 투자는 네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코어 담보입니다. 비트코인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비트코인은 국가와 기업 바깥에 존재하는 희소 담보라는 점에서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투자입니다. 노동소득의 가치가 흔들리고, 법정화폐가 재분배의 수단이 되고, 자산 보유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비트코인의 의미는 강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계약·정산 인프라입니다. 이더리움과 주요 스마트 컨트랙트 생태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AI 에이전트가 경제 활동을 수행하려면 단순 결제보다 더 복잡한 금융 기능이 필요합니다. 담보, 신용, 보험, 거래, 로열티, 수익 분배, 토큰화 자산 관리가 모두 필요합니다. 이 영역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장기적으로 AI 경제와 가장 직접적으로 맞물릴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스테이블코인과 RWA입니다. 이 영역은 가장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 금융과 온체인 금융이 만나는 지점이고, 기업·기관·결제사가 이미 관심을 보이는 영역입니다.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고, AI를 비롯한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기계가 쓸 수 있는 돈과 기계가 다룰 수 있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가장 명확한 실사용 사례가 있습니다.
네 번째는 고위험 옵션군입니다. AI 토큰, DePIN, 분산 컴퓨트, 데이터 마켓, 에이전트 토큰, 인간 인증, 온체인 콘텐츠 원본성, 게임·커뮤니티 자산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영역에서 일부 자산이 큰 상승을 보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 내러티브를 가질수록, 실제 가치 포착 구조를 더 냉정하게 봐야 하겠습니다.
AI의 진짜 수혜처
AI 시대의 직접적 수혜처는 크립토가 아니라 빅테크, 반도체, 메모리, 파운드리, 전력, 데이터센터, 냉각, 전력장비, 공급망 등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AI 모델을 학습하고 배포할 데이터센터, 전력계약, 반도체 수급, 유통채널,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가진 기업은 극소수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타당합니다. 그래서 AI 발전에 대한 투자 노출을 크립토만으로 확보하려는 접근은 불완전합니다. 크립토는 AI 인프라 전체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닙니다. AI 경제의 많은 초과이익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보는 것도 과장입니다.
이 부분에서 크립토의 몫은 더 좁고 명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크립토는 AI 경제의 물리 인프라가 아니라, 금융 인프라입니다. 이 차이를 인정해야 합니다. 반도체와 전력의 수혜는 주식시장에서 더 직접적으로 나타납니다. 데이터센터 부지와 전력망의 수혜는 인프라 자산에서 나타납니다. 로봇 공급망의 수혜는 제조업에서 나타납니다. 크립토는 그 위에서 돈과 계약과 소유권을 담당하는 레이어입니다.
따라서 AI 특이점에 적절한 포트폴리오는 크립토만으로 구성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크립토를 완전히 제외하는 방식도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특이점 이후의 경제가 더 디지털화되고, 자동화되고, 글로벌화될수록, 24시간 작동하는 프로그램 가능한 금융 레이어의 필요성은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
AI는 지능의 비용을 낮춥니다. 로봇은 노동의 비용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컴퓨트,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망, 담보, 신뢰, 정산, 소유권은 여전히 희소합니다. 이 중 물리적 병목은 주식과 인프라 투자의 영역입니다. 크립토는 돈과 계약과 소유권의 영역입니다.
결론은 단순합니다. 특이점 이후의 시대에는 더 많이 일하는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을 소유한 사람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노동의 시대에서 지분의 시대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크립토는 그 지분 중 하나입니다.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AI 경제의 금융 레이어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권을 제공합니다.
다만 아무거나 소유해서는 안 됩니다. 특이점은 오히려 약한 네트워크, 약한 토큰 설계, 약한 가치 포착 구조를 더 빨리 도태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내러티브가 아니라 네트워크 효과, 유동성, 보안, 규제 적합성, 실제 사용, 그리고 토큰이 그 사용에서 가치를 포착하는 구조입니다.
특이점의 지분을 뺏기지 않는다는 것은 무작정 모든 AI 관련 자산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 경제에서 사라지지 않을 레이어를 식별하고, 그 레이어의 일부를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것입니다. 크립토 투자자는 AI를 경쟁 상대로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AI가 만들어낼 경제에서 무엇이 돈이 되고, 담보가 되고, 계약이 되고, 소유권이 될지를 보면 됩니다. 그 답의 일부는 이미 온체인에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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