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주간 코멘터리: 배드 뉴스, 굿 뉴스, 산타 랠리
고용, 인플레이션, PMI 전반의 거시 지표가 동시다발적 둔화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연준의 전망치 4.4%를 상회하면서, 시장이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라는 해석에서 벗어나 실제 경기침체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는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은은 1주일 만에 10% 이상 급등하며 온스당 65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은이 인플레이션 헤지이면서 동시에 AI 인프라에 필수적인 산업 원자재라는 ‘이중적 성격’에 기반한 움직임이었는데, 유사하게 ‘저장가치 + 효용’의 이중 속성을 가진 크립토는 비교 가능한 수준의 투자자 열기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연말 계절성 분석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역사적으로 크리스마스 직전 1주에 80%의 승률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후 새해까지는 유동성이 낮은 “노이즈 국면”으로 약세를 보인 뒤, 1월 초에는 60% 확률과 평균 +5%의 수익률로 반등하는 패턴이 관측됩니다. 이 패턴은 주식과도 유사하지만, 크립토는 장 초반 구간에서 더 큰 알파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장 개요
여러 리스크 이벤트가 동시에 수렴하는 상황에서, 크립토 시장은 깊은 밸류에이션 조정과 함께 위험선호의 재편을 겪고 있습니다. 연준이 연중 세 번째 금리 인하를 예정대로 단행했고, 추가적인 자산매입 계획을 깜짝 발표하는 등 전반적으로 비둘기파적 신호가 나왔음에도, 시장의 시선은 보다 시급한 구조적 리스크와 거시 불확실성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번 주 시장 심리를 지배하는 핵심 요인은 다음 여섯 가지입니다.
- 통화정책: 동쪽에서 드리운 먹구름
일본은행(BoJ)이 이번 금요일 금리를 0.75%까지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위험자산 위에 ‘다모클레스의 검’처럼 걸려 있습니다. 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되돌림에 대한 시스템 차원의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전 분석에서는 실제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았지만, 현재처럼 심리가 취약한 국면에서는 이 기대 자체가 주요 압력 요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 글로벌 중앙은행: 매파적 기울기
이번 주는 슈퍼 중앙은행 주간이었으며, BoJ 외에도 전반적으로 다소 매파적 색채가 나타났습니다.
- 영란은행(BoE)은 예상대로 금리를 인하했지만, 매파적 반대 의견이 동반되었습니다. 금리가 중립 수준에 접근하면서 향후 완화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커졌고, 파운드화가 급등했습니다.
-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회의별 판단 기조를 재확인했고, 사전 경로를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향후 인하를 둘러싼 내부 분열이 ‘매파적 동결’로 해석되었습니다.
- 멕시코 중앙은행(Banxico)은 25bp 인하로 7.00%를 제시했지만, 향후 가이던스는 매파적으로 제시했습니다.
- 미국 경제지표: 재가격화 리스크의 집중 구간
이번 주에는 11월 고용지표(NFP) 전체 수치, 10월 일부 데이터의 수정치, PMI, 소매판매, CPI가 한꺼번에 발표되면서 미국 경기의 ‘건강 상태’에 대한 재가격화가 집중적으로 발생할 여건이 만들어졌습니다. 목요일 기준으로 확인 가능한 데이터는 약화 흐름을 시사하며, 성장 둔화 우려가 다시 점화되었습니다. - 주식시장 유동성: 자사주 매입 블랙아웃
12월 19일은 미국 주식시장의 자사주 매입 시즌 종료일입니다. 이후 대부분의 미국 기업은 실적 발표 전 블랙아웃 기간에 진입합니다. 이는 기업 자사주 매입으로 형성되던 하루 약 60억 달러 규모의 매수 수요가 사라짐을 의미하며, 시장 유동성의 핵심 기둥이 약화됩니다. - 파생상품 시장: 쿼드러플 위칭 전환점
12월 19일은 2025년 마지막 쿼드러플 위칭 데이(네 가지 만기 동시 도래일)이기도 합니다. 주가지수 선물, 주가지수 옵션, 개별주식 옵션, 단일주식 선물이 동시에 만기 도래하며, 최대 7조 달러 규모가 한꺼번에 만기 처리됐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기업 자사주 매입이 종료되면서, 시장은 빠르게 저유동성 구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큽니다. - CLARITY 법안 지연에 따른 규제 기대 실망
크립토 시장구조 법안의 청문회가 당초 이번 달 예정이었으나 2026년 초로 연기되면서 시장의 실망감이 나타났습니다. 관할권, 디파이 규율, 소비자보호 기준 등 미해결 쟁점이 남아 있습니다. 상원 은행위원장 팀 스콧의 최근 낙관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루미스 상원의원은 스태프들이 “지쳐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협상이 2026년 2월을 넘기면, 중간선거 국면이 의회를 지배하면서 법안이 연중 내내 교착될 리스크가 커진다고 경고합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크립토 시장이 더 큰 스케일의 기관 자금 유입을 끌어오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렵습니다.

최근 크립토는 약세 헤드라인과 불확실성이 쌓이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파급력이 큰 요인은 규제 불확실성입니다. 오랫동안 기대되던 크립토 시장구조 법안이 2026년 논의로 미뤄졌고, 이는 규제 명확화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훼손했을 뿐 아니라, 규제 순풍을 선반영해 포지셔닝하던 단기 자금이 되돌아 나오며 청산·이탈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Blue Owl이 오라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자금 지원을 철회했다는 부정적 뉴스 이후 AI 관련 섹터가 반등의 계기를 얻었습니다. 마이크론이 이번 주 실적과 가이던스에서 서프라이즈급 호조를 내며 반도체를 끌어올렸고, 목요일 주요 지수의 급반등을 유도했습니다.
또한 OpenAI가 약 7,500억 달러 밸류에이션 수준으로 자금조달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는 AI 인프라에 대한 기관 수요가 여전히 상당하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다만 직전 낙폭이 컸던 만큼, S&P 500은 지난 7일 기준 여전히 약 1.3% 하락한 상태입니다.
디지털 자산

이번 주 총 크립토 시가총액은 3조 달러의 심리적 지지선을 지키지 못하고, 주초 3.07조 달러 고점에서 금요일 기준 약 2.88조 달러로 하락해 주간 -5%를 기록했습니다. 비트코인이 94,000달러의 주요 역사적 저항에서 저지된 이후 유동성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었고, BTC는 86,000달러의 핵심 지지선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온체인 데이터는 이번 매도가 리테일 패닉에 의해 주도된 것이 아님을 시사합니다. 오히려 고래의 분배가 소규모 참여자들의 저가매수를 압도한 흐름으로 보입니다. 11월 이후 대규모 BTC 보유 주소 수는 2022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 1,000 BTC 초과 보유 주소: 68개 감소(-3.2%)
- 100 BTC 초과 보유 주소: 286개 감소(-1.5%)
- 10–100 BTC 보유 주소: 654개 감소(-0.5%)
반면, 0.01–1 BTC를 보유한 소규모 주소는 같은 기간 68,066개 증가(+1%)했습니다. 이는 리테일 유입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하지만, 현재까지는 고래 주도의 디리스킹 및 분배 압력을 흡수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주소 데이터에서 뚜렷한 기울기가 관측됩니다. 보유 규모가 클수록 주소 수 감소 폭이 가파르며, 소규모 보유 집단은 훨씬 완만한 축소 또는 순증을 보입니다. 이는 기관/대형 보유자가 적극적으로 위험을 줄이며 분배하는 반면, 리테일 참여자는 저가매수를 지속하는 ‘행동의 분리’가 뚜렷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편 ETH, SOL, XRP, ADA 등 주요 알트코인의 가격 흐름은 더 약했으며, 대체로 주간 -5%에서 -11% 수준의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SOL과 XRP 현물 ETF는 드문 밝은 지점이었습니다. 두 ETF 모두 시장 전반의 조정 속에서도 유입을 이어가며, 순유입 연속 기록을 11거래일로 늘렸습니다.

최근 5거래일 동안 비트코인 ETF는 2.90억 달러 순유출, 이더리움은 5.78억 달러 순유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자금 흐름의 분화는 일부 투자자들이 퍼블릭체인 지형의 장기적 진화에 베팅하며, 솔라나와 XRP는 하락 시 매수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가격은 추가 하락했지만, 중앙화거래소(CEX) 내 BTC/스테이블코인 잔고 비율은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멈췄습니다. 이는 매수와 매도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중립적 신호입니다.
글로벌 시장

주식
미국 주식은 금리 인하에 힘입어 지난주 랠리했지만, 오라클과 브로드컴 관련 AI 우려가 확대되며 투자심리가 악화되었고, 이는 목요일까지 시장 전반의 조정 압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마이크론의 ‘블록버스터’급 실적과 가이던스로 목요일 반등이 일부 나타났습니다.
앞서 OpenAI의 최신 모델은 시장에서 눈에 띄게 부정적인 반응을 받았고, “실망스럽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습니다. 동시에 중국이 H200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보도는 엔비디아 심리를 훼손했고, 코어위브 등 고평가 AI 종목과 반도체 전반에 부담이 되었습니다. 이 매도는 결국 에너지·전력 관련 섹터로도 번졌습니다.
역사적으로 기술주 위험선호는 크립토와 높은 상관을 보여왔습니다. 이번 국면에서 오라클은 AI 리스크의 바로미터처럼 작동하고 있습니다.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확장 프로젝트가 사모 신용 대출기관인 Blue Owl Capital로부터 자금 지원을 잃으면서, AI 인프라 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흔들렸습니다. 목요일 종가 기준 오라클은 최근 1주일 -9.5% 하락했습니다.
외환(FX)
달러인덱스(DXY)는 이번 주 소폭 상승하며 98.5 부근의 핵심 저항을 반복적으로 시험했습니다. 다만 달러가 주요 비미국 통화 대비 누리던 금리차 우위가 의미 있게 축소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우세합니다.
원자재
동남아시아 지역 군사 충돌을 포함한 일련의 리스크 이벤트 속에서 귀금속이 강하게 랠리했고, 금과 은이 뚜렷한 상승을 보인 반면 에너지 가격은 소폭 하락했습니다. 특히 은은 역사적 돌파를 기록했습니다. 온스당 65달러라는 핵심 심리선을 돌파했을 뿐 아니라, 단 1주일 만에 10% 이상 상승했습니다.
실물자산인 은은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지닙니다. 하나는 법정통화 가치 훼손에 대한 헤지이고, 다른 하나는 태양광, 전기차, AI 데이터센터 구축 같은 산업 영역에서 대체 불가능한 투입재라는 점입니다. 특히 AI 관련 주식과 내러티브가 조정받는 와중에도 은이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반대로, 크립토 역시 효용과 저장가치 잠재력이 공존하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시장의 열기를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채권
채권시장은 대체로 강세(금리 하락)를 보였으며, 12월 15일 연준의 금리 인하가 이를 지지했습니다. 다만 만기가 길수록 움직임은 둔화되었습니다. 2년물 금리는 7bp 하락했지만, 10년물은 2bp 하락에 그쳤고, 30년물 금리는 4.83%로 2bp 상승했습니다. 주식 매도와 함께 해석하면, 시장이 장기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다소 더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변동성
미국 국채 시장의 내재변동성을 나타내는 MOVE 지수는 이번 주 60까지 하락하며 2021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연준의 금리 경로가 더 예측 가능해지면서, 올해 초 지수가 140 수준까지 급등했던 국채시장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자산군 간 관점(인터마켓)
최근 크립토 시장은 전통 시장과 다소 분리되어,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가격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자 간 상관이 낮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목요일 주식시장이 크게 반등했음에도, 크립토의 반등은 단기에 그쳤습니다.
상관이 다시 회복될지 여부와 무관하게, 크립토 투자자는 미국 실적 시즌 종료와 빅테크의 자본지출(CapEx) 가이던스를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기술주 조정이 심화되면 크립토 심리도 함께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거시 전망: 거시 데이터 전반이 성장·물가 둔화를 동시 시사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습니다. 정부 셧다운으로 지연된 뒤,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10월과 11월 데이터를 발표했는데, 인플레이션 둔화가 예상보다 가팔랐습니다.
- 헤드라인 CPI: 전년 대비 2.7% 상승(예상 3.1%), 전월 대비 0.0%로 정체
- 근원 CPI: 전년 대비 2.6%로 하락(예상 3.0%),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
- 슈퍼코어 CPI: 3개월 연율이 2.08%로 크게 하락하며 연준의 2% 장기 목표에 근접
노동시장 지표 완화
11월 비농업부문 고용(NFP) 헤드라인은 예상치를 상회했지만, 세부 내역은 약했습니다. 실업률은 4.4%에서 4.6%로 상승해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였습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참가율 상승의 영향이지만, 가계조사의 표준오차가 여전히 높아 이러한 노이즈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 NFP: 11월 6.4만 개 증가(예상 5.0만). 다만 10월은 -10.5만으로 붕괴했는데, 이는 셧다운으로 연방정부 직원 16.2만 명 감소가 반영되며 왜곡이 컸습니다.
- 임금 인플레이션: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년 대비 3.5%(예상 3.6%), 전월 대비 0.1% 상승
소매판매 약세
- 헤드라인 소매판매: 10월 전월 대비 0.0%(예상 0.1%)로 정체.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이후 자동차 판매 감소가 부담으로 작용
- 컨트롤 그룹: 자동차·가스·건축자재를 제외한 컨트롤 그룹은 전월 대비 0.8%(예상 0.4%)로 상회해, 헤드라인의 약세 이면에서 미국 소비가 일정 수준의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
12월 PMI가 모멘텀 약화를 시사
- 12월 미국 종합 PMI(속보치)는 53.0으로 하락(11월 54.2), 6개월 저점
- 서비스 PMI는 52.9로 하락(예상 54.0), 역시 6개월 저점
종합하면, 기업 활동부터 소비, 노동시장, 물가에 이르기까지 전반 데이터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연준의 연말 전망치(4.4%)와 심리적 기준선인 4.5%를 모두 상회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핵심 질문이 제기됩니다.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였던 트레이딩 레짐이 끝나고, 시장이 이제 실제 경기침체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는 쪽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