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지각변동과 새로운 문명의 탄생

2025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지각변동과 새로운 문명의 탄생

— written by 돌비콩

단순 가격 패러다임의 한계를 넘어서

크립토 시장은 과거 수년간 단편적인 가격 서사를 반복해왔다. 반감기, 강세장, 알트시즌, 거품, 조정… 이 일련의 공식은 이제 시효가 다해간다. 2025년에 접어들며, 시장은 단순히 ‘비트코인이 얼마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전 지구적 자본 재편, 실물-디지털 융합, 권력구조 재조정, 혁신 기술의 다면적 결합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으로 흡수된다. 더 이상 크립토는 탈중앙화 자산이라는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온체인 금융,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DePIN), AI 에이전트, 온체인 기업공개(crypto-native IPO), 국가 단위의 BTC 비축 전략 등이 같은 무대 위에 공존하며, 시장 참여자들은 ‘새로운 문명’의 탄생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1. 초고성능 범용 체인: 파편화의 종언이 아닌 파편의 재구조화

2023~2024년에 쏟아진 수많은 고성능 체인들(Solana, Sui, Aptos, Monad, Hyperliquid...)과 이더리움 L2는 모두 “확장성이 전부”라는 단순 명제에 집착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25년에 이르면 속도, TPS 자체는 기본 전제가 된다. 핵심은 ‘초고성능 범용 체인’ 위에서 어떤 디지털 생태계가 형성되느냐, 그리고 이 체인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하고도 유연한 온체인 경제권을 구축하느냐이다.

최근 급성장한 Hyperliquid의 TVL(출처: defillama)

특징적인 변화는 “체인 추상화(chain abstraction)”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절대주의”다. 사용자는 더 이상 어떤 체인을 쓰는지 알 필요가 없다. 인프라는 완벽히 백그라운드화되며, 광대한 L2/L3/앱체인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하나의 앱스토어, 혹은 하나의 UX 레이어 위로 포개진다. 마치 인터넷 서비스 이용 시 TCP/IP 프로토콜을 의식하지 않듯, 크립토 사용자는 단일 앱을 경험하며 그 뒤편에 깔린 기술적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개발자들에게는 모듈러 블록체인, 표준화된 ZK 프루빙 네트워크, 상호운용 가능한 DA(Data Availability) 계층 등 ‘레고 조립식 인프라’를 다루는 시대를 의미한다.

2. 앱 특화 L2의 춘추전국시대: 가치 포획의 재발견

지난 사이클까지 많은 프로토콜이 범용 L2 위에 올라가며 성공하더라도 그 파이의 상당 부분을 L2에게 빼앗기는 모순을 겪었다. 이제 프로토콜들은 쉽게 말해 ‘타인의 성’에서 장사하지 않는다. RaaS(Rollup-as-a-Service) 및 프라이빗 L2 인프라 등의 보편화로, 프로토콜은 각자 고유 토큰 이코노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이로써 특정 DEX, 소셜 프로토콜, AI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는 독자적인 블록체인에서 가치 포획 구조를 직접 설계하고, 자본 조달, 유동성 관리, 수수료 정책 등 모든 면에서 주체적 역할을 수행한다.

옵티미즘의 Superchain Landscape(출처: @Subli_Defi)

이러한 전환은 단순히 “돈 더 벌기”를 넘어, 거버넌스 실험과 차별화된 UX 실현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예컨대 한 프로토콜은 자체 L2에서 특정 AI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할 때, 가스비를 0에 가깝게 책정하고 대신 데이터 분석 서비스 이용료를 토큰 이코노미로 녹여넣을 수 있다. 이처럼 세분화된 인프라 커스터마이징은 지금까지 상상하기 힘들었던 경제적·사회적 협력 구조를 온체인에서 가능케 한다.

3. 비트코인의 메타모포시스: 국가 레벨 준비자산과 디지털 국채

2025년 비트코인은 단순히 ‘디지털 금’ 이상의 위상을 갖추게 된다. 이미 몇몇 국가는 BTC를 공식 비축자산으로 편입하는 전략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며,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토큰화된 국채를 BTC 담보나 스테이블코인과 결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이 과정에서 BTC는 ‘디지털 준비통화’ 혹은 ‘거시경제적 안전판’의 역할로 격상된다. 더구나 탈중앙 금융(DeFi)과 BTC 레이어2(예: Stacks, 신형 BTC 롤업 등)가 융합하며, BTC 기반 파생상품, 레버리지, 대출 시장이 온체인 상에서 심도 있게 형성될 것이다.

전 세계 자산의 시가 총액 순위(출처: companiesmarketcap)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과 대등하게 호흡한다”는 상징성이다. 이는 글로벌 자본 흐름을 단순히 달러 중심에서 BTC-USD 듀얼 프레임으로 재편하고, 크립토 ETF, 거버먼트 펀드, 대형 기관 커스터디, AI 트레이딩 봇까지 하나의 상호연결 생태계를 탄생시킨다. 궁극적으로 BTC는 더 이상 소수 기술 마니아들의 자산이 아니라, 국제금융 구조 속에서 전략적 변수가 된다.

4. 실물자산 토큰화(RWA)와 DePIN: 물질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융합

과거 RWA는 단지 ‘토큰화한 부동산’ 정도로 협소하게 언급되었으나, 2025년에는 예술품, 음악 저작권, 에너지 선도계약, 국가 신용등급별 채권, 복잡한 파생상품 패키지까지 모두 블록체인 위에 올라온다. 이는 단순히 ‘시장 확대’가 아니라 온체인 유동성이 전통 자본시장과 상호 침투하는 혁명적 변화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KYC/AML 준수 스마트컨트랙트, 다중 관할권 법적 준거 프레임워크를 확립함에 따라 대규모 기관자금이 RWA를 통해 디지털 파이프라인으로 흘러든다.

What Real-World Assets Can Be Tokenized?(출처: kaleido)

DePIN(Decentralized Physical Infrastructure Network)은 이 과정에서 현실과 디지털 경제를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발전소, 원격 의료기기, 물류 드론 네트워크가 토큰 인센티브로 운영되며, 이 인프라 운영을 위한 자본 조달과 수익 분배는 온체인에서 투명하게 이뤄진다. 결국 RWA+DePIN의 결합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전통 경제를 디지털로 포장하는 차원을 넘어, 아예 그 뿌리를 재설계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5. AI와 온체인 에이전트: 코드가 투자하고, 코드가 협상하며, 코드가 창작한다

2025년, AI 에이전트는 단지 똑똑한 챗봇이나 데이터 분석가가 아니다. 이들은 온체인 지갑을 갖고, 디파이 프로토콜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NFT 크리에이터 대행으로 활동하고, DAO 거버넌스 투표에도 참여한다. 더 나아가 AI 에이전트는 프로토콜 간 교섭, 가격협상, 파생상품 전략 실행, 예측 시장(마치 탈중앙화된 집단지성 시스템)에서 의사결정에 기여한다.

최초의 크립토 AI Agent라고 알려진 terminal of truths

이런 AI-온체인 융합은 ‘인간 대 인간’ 거래를 ‘인간-기계-인프라’ 삼각 관계로 확장한다. 자율적 에이전트가 자본을 배치하고, 위험을 관리하며, 프로토콜 코드를 개선하는 시대에, 인간은 더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반면, AI 봇에 의한 사칭, 대규모 투기적 알고리즘 전쟁, 그리고 ‘어떤 에이전트가 진정한 인간 대리인인가?’라는 정체성 문제는 ‘인간 증명(Proof of Personhood)’ 기술에 대한 강력한 수요를 낳는다. 2025년은 온체인 상에서 “진짜 인간”을 증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수도 있다.

6. UX 절대주의: ‘배선을 숨기는’ 단계에서 ‘신원·재산·행동’을 하나의 경험으로 묶다

지난 수년간 크립토 앱 이용은 귀찮고 복잡했다. 그러나 이제 UX는 혁신적 도약을 맞이한다. 멀티체인 전송, 가스비 계산, 시그니처 확인, KYC 절차 등은 모두 백그라운드에서 자동화된다. 사용자는 웹2 앱을 쓰듯 단순히 “클릭”하고, 결제창을 확인하며, 때로는 AI 비서에게 “이 토큰을 다른 체인으로 스왑해줘”라고 음성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User eXperience"(출처: usabilitygeek)

결정적으로 2025년 UX 혁신은 단순 편의성 향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온체인 정체성(DID), 소셜 그래프, 경제활동 기록, 학습 이력까지 하나의 통합 프로필로 묶여, 사용자는 블록체인 기반 ‘자기주권 데이터 포트폴리오’를 소유한다. 이는 금융상품, 교육 인증, 의료 기록, 예술 창작물 라이선싱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나”라는 정체성을 증명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재편한다. 이 단계에서 UX 혁신은 곧 사회적 가치 사슬의 재편을 의미한다.

7. 규제 명확성과 제도화: 전쟁 없는 협상 테이블로

2022~2023년의 규제 불확실성과 충돌은 2025년에 이르면 상당히 완화될 것이다. 미국, EU,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기준, RWA 토큰 발행 표준, DAO의 준법 체계 등에 대한 국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이로써 규제는 무조건적 억압이 아닌, 크립토 생태계의 제도화와 안정적 성장을 위한 인프라로 자리 잡는다.

Cryptocurrency Legality by Country(출처: thomsonreuters)

이 과정에서 공공영역의 참여(예: 특정 지역 화폐의 디지털화, CBDC와 스테이블코인 공존 전략)와 민간 금융기관의 활발한 진출(ETF, 파생상품, 온체인 자산 관리 서비스)가 맞물려, 크립토는 국제 금융시장과 대등한 관계를 형성한다. 이제 더 이상 크립토와 제도권은 대립하는 진영이 아니라, ‘확장된 자본 생태계’ 안에서 상호 작용하는 파트너가 된다.

8. 사회·문화적 전환: 크립토는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문명

2025년은 단지 금융 실험의 해가 아니다. 인간의 협력 방식, 예술 가치 평가 기준, 지식 생산 체계 역시 변한다. NFT는 단순 컬렉터블이 아닌, 문화적 정체성·저작권·커뮤니티 권한 구조를 재정의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DAO는 과거 느슨한 집단의 상징에서 벗어나, 유의미한 생산물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한 탈중앙조직 형태로 진화한다. 메타버스와 온체인 세계를 잇는 비주얼 인터페이스와 AI 기반 번역·중재 툴 덕분에,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문화 교류와 협력이 일상화된다.

Web 3.0 and the Future of Trust(출처: a16z)

이 모든 변화는 ‘크립토=금융’이라는 도식을 깨뜨린다. 크립토는 이제 정치, 문화, 예술, 교육, 의료, 환경 지속성(ESG)까지 포용하는 다차원적 문명화 과정의 핵심 매개체다.

결론: 새로운 문명의 탄생 앞에서

2025년 크립토 시장은 더 이상 “가격 예측”의 장난감이 아니다. 이곳은 새로운 문명 질서를 위한 실험적 무대이며, 고성능 블록체인, 탈중앙 인프라, AI 에이전트, RWA 토큰화, UX 혁신, 규제 합리화, 문화적 재해석이 하나의 도가니에서 녹아든다. 이 거대한 용광로에서 탄생하는 것은 단순한 자산군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경제·사회·기술 복합체다.

이 문명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해결해야 할 난제가 쌓여 있으며, 불안정한 지반 위에서 꿈틀거린다. 하지만 위대한 변화는 늘 혼돈 속에서 잉태된다. 2025년 이후, 크립토 생태계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확장성과 깊이를 갖춘 거대한 네트워크 경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그 안에서 인간·기계·코드가 함께 춤추며 전혀 다른 가치를 생산해낼 것이다.


Disclaimer: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일반적인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특정 가상자산에 대한 추천이나 법률, 사업, 투자, 세금 등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글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거나 회계, 법률, 세무 관련 지침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특정 자산에 대한 언급은 단지 참고용 정보일 뿐, 투자 권유의 의미가 아님을 명확히 합니다. 여기에서 제시된 의견은 관련된 기관이나 조직, 혹은 개인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