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3 지갑의 미래: 브라우저를 넘어 슈퍼앱으로
01 / 주요 시사점
- 블록체인 산업은 오픈소스 운동의 선두 주자로서 기존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고 있다. 폐쇄형 플랫폼과 달리, 블록체인은 더욱 개방적인 시스템을 가능케 하여 인터넷의 상호운용성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고 있다.
-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월렛(지갑)은 탈중앙화된 디지털 세계와 상호작용하기 위한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금융 dApp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크립토 월렛은 탈중앙화 웹의 ‘브라우저’와 유사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 웹2 플랫폼은 폐쇄형 생태계에 사용자를 붙잡아두어 가치를 창출했으나, 크립토 월렛은 개방형 블록체인 생태계로 들어가는 관문으로서 새로운 수익화 모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가 디지털 자산을 자유롭게 소유하고 이동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특성 덕분에, 월렛 간 경쟁과 dApp 간 경쟁이 심화되어 더욱 정교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 웹3의 오픈소스 특성으로 인해 프로토콜과 앱 간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사용자는 수수료에 매우 민감해져 더 저렴한 서비스를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수수료가 낮아질수록, 실제 최종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주체에게 더 많은 가치가 모일 수 있다는 ‘Fat Wallet Thesis’가 제기된다.
- 사물인터넷과 AI 에이전트 현상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미래의 크립토 월렛 소프트웨어는 인간이 아닌 기기나 인공지능을 위한 형태로도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02 / 소개
웹2 인터넷 거대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블록체인은 개방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신규 인프라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상호운용성을 확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오픈소스 시대에서 월렛은 탈중앙화된 디지털 세계를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웹2 핀테크 기업이나 네오뱅크들은 폐쇄형 생태계를 통해 월렛을 수익화해 왔으나, 크립토 월렛은 탈중앙화 블록체인 생태계로 들어가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한다. 완전히 개방된 생태계에서는, 사용자가 어느 월렛과 dApp, 탈중앙화 서비스와 상호작용할지 더욱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오픈’ 환경에서 하나의 월렛 플랫폼이 사용자들을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혁신하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며, 높은 신뢰도를 구축하고, 다양한 dApp과 상호운용성을 보장하고, 경쟁력 있는 수수료 구조를 제시해야 한다.
본 보고서는 크립토 월렛을 새로운 형태의 ‘오픈소스 디지털 플랫폼’으로 바라본다.
2.1 크립토 지갑(Crypto Wallet)이란?
크립토 지갑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및 dApp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고안된 디지털 지갑이다. 사용자는 이를 통해 가상자산이나 NFT 등 디지털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 전통적인 핀테크 월렛이 주로 법정화폐 거래와 보관을 담당한다면, 크립토 월렛은 사용자가 디파이(DeFi), 탈중앙화 소셜 네트워크(DeSoc), 그리고 기타 떠오르는 탈중앙화 서비스 등을 포괄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
현재 많은 크립토 월렛은 핀테크 월렛과 마찬가지로 안전한 보관, 트랜잭션 관리,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제공 등의 기능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및 비금융 탈중앙화 서비스 전반을 통합함으로써 훨씬 더 큰 기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웹2 핀테크 월렛이 폐쇄형 생태계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크립토 월렛은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 모여 있는 개방형 세계로 진입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크립토 월렛은 단순 ‘금융 툴’ 이상의, 종합적인 디지털 관리 도구(브라우저)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할 수 있다. 이는 ‘크립토 슈퍼앱’의 등장을 예고하는 움직임일 수도 있다.
본 보고서는 디지털 월렛의 현황, 크립토 월렛 개발의 최신 트렌드, 그리고 개방형 플랫폼이 디지털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어떻게 혁신할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03 / 폐쇄형 웹2 플랫폼
블록체인 기술과 크립토 월렛이 소비자와 직접 맞닿는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으로 작동하려면, 먼저 웹2 인터넷이 갖는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디지털 생태계는 소수의 기술 공룡이 지배하는 구도로 진화해 왔다.
구글이 인터넷 트래픽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다면, 페이스북(메타)은 소셜 미디어 분야를 지배하고 있다. 메타는 상위 15대 소셜 네트워크 중 4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상위 소셜 네트워크 사용자 수의 약 42%를 차지한다.
소셜 미디어, e커머스, 핀테크 애플리케이션 등 테크 공룡이 소유한 플랫폼들은 편리성과 사용자 친화적 서비스를 제공해 방대한 사용자층을 끌어들인다. 성장 과정에서 이들 기업은 계속해서 신규 제품을 개발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를 붙잡아둔다.
하지만 이는 중앙 집중식 권력이 강화되면서 사용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다. 실제로 2024년 매쿼리 사전(Macquarie Dictionary)에서 선정된 올해의 단어인 “Enshittification”은 코리 닥터로우(Cory Doctorow)가 만든 신조어로, 대형 플랫폼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광고 남발, 데이터 사생활(프라이버시) 침해, 사용자 데이터 상업화 등을 우선시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특정 소셜 미디어나 핀테크 슈퍼앱 같은 중앙화 플랫폼은, 이용자와 비즈니스 고객에게 높은 전환장벽을 형성함으로써 가치를 흡수한다. 예컨대 페이스북을 탈퇴하면 오랫동안 쌓아온 친구 관계를 상실할 우려가 있고, 유튜브 창작자는 구독자 기반을 다른 플랫폼으로 그대로 옮기기 어렵다. 우버나 그랩 같은 플랫폼에서 좋은 평점과 이력을 쌓은 드라이버도, 경쟁 플랫폼으로 갈 때 이를 가져가기 어렵다.
이렇듯 중앙화 플랫폼은 막강한 생태계와 사용자의 의존도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사용자 선택권과 자율성을 제한한다. 이는 종종 사용자 편익이 아니라, 플랫폼 수익 극대화를 우선시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다양한 회사들(월렛 제공자나 DeFi 앱, DeSoc 앱 등)이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인프라 위에서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과거 웹2의 이러한 모델은 흔들릴 수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최종 사용자가 온체인 자산과 데이터를 완전히 통제하고 보관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용자가 데이터나 자산을 마음대로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자유를 보장한다. 결국 웹3 환경에서 사용자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경쟁사보다 나은 사용자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더 큰 신뢰를 쌓는 것이다.
3.1 개방형 플랫폼은 혁신을 촉진한다
일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대규모 사용자 네트워크를 폐쇄적으로 구축하고, 일부 슈퍼앱은 일상 기능을 통합해 유저가 생태계를 떠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중앙화 웹2 기업들은 초기에는 사용자 경험을 우선시했을 수 있으나, 특정 시점부터는 이용자 데이터, 디지털 네트워크, 금융 예치금을 독점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수익성 강화에 치중하기도 한다. 이때 이용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어렵게 되므로, 사용자에게는 큰 불편이 따른다. 과거에는 데이터나 가치 저장을 위한 탈중앙화 프로토콜이 부재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탈중앙화되고 허가가 필요 없는(permissionless) 웹3 세계에서는 폐쇄적 플랫폼을 만들기 어렵다. 오히려 웹3의 기본 정신(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길 희망한다)은 장벽을 만들기보다는 오픈되고 허가가 불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분산 원장(Distributed Ledger)은 사용자가 온체인 자산 및 데이터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다양한 월렛, dApp,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연결할 수 있게 해준다. 사용자는 중앙화 플랫폼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주길 기다릴 필요 없이, 자신의 크립토 월렛을 원하는 새로운 dApp에 즉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다자간(멀티파티) 생태계는 효율성과 혁신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단일 블록체인 인프라 레이어 위에서 이루어지는 높은 수준의 ‘모듈 조합 가능성(composability)’은, 프로젝트 간 협업을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만든다. DeFi 분야에서 흔히 언급되는 ‘머니 레고’ 개념은 DeSoc 같은 다른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오픈소스 ‘레고 블록’ 같은 시스템에서는 누구나 스택(stack) 내 특정 기능을 활용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 Lens Protocol, Farcaster 등 DeSoc 프로젝트들은 이러한 철학을 반영해 개발된 사례다. 이들은 프로토콜 레벨에서 상호운용성을 최대화해, 다양한 서드파티 팀이 동일한 인프라를 활용해 각기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프론트엔드를 만들어낼 수 있게 장려한다.
분산 원장은 암호학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무신뢰(trustless) 조정 레이어’ 역할을 수행해, 이 모든 상호작용을 안전하게 중재한다. 평균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온체인 자금과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셀프 커스터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셀프 커스터디는 대중성을 가로막는 장벽이었지만, 최근에는 완벽한 웹2 수준의 사용 편의성을 온전히 온체인에서 구현하기 위한 시도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Innex 같은 프로젝트는 복잡한 DeFi 기능을 통합해 중앙화 거래소(CEX)를 대체하려 하고, 바이낸스와 OKX 등은 업그레이드된 모바일 월렛을 통해 사용자가 웹3로 손쉽게 입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04 / 현대 월렛 시장 현황
크립토 월렛은 2009년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와 ‘종이 지갑(paper wallet)’이 등장하던 초기 시절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해 왔다. 최근 몇 년간 중앙화 거래소(CEX), 기존 DeFi 및 NFT 마켓플레이스, 웹2 핀테크 회사, 심지어 웹2 메신저 앱들까지도 잇달아 크립토 월렛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결국 ‘최종 소비자(엔드 유저)’를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다.
현대 월렛 시장은 크게 6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크립토 네이티브(Crypto-native) 월렛:
본래 암호자산 보관 및 블록체인 상호작용을 위해 탄생한 월렛. 유니스왑(Uniswap), 주피터(Jupiter), 매직 에덴(Magic Eden) 등은 최근 자체 지갑 기능을 출시(또는 에어드롭 캠페인)하면서 제품 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 중앙화 거래소(CEX) 하이브리드 월렛:
바이낸스(Binance), OKX, 바이빗(Bybit) 등은 중앙화 거래소 앱 내부에 셀프 커스터디 방식의 월렛 기능을 통합했다. 이미 거래소를 사용 중인 유저가 별도의 앱 전환 없이 온체인 기능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핀테크-투-크립토 월렛(Fintech-to-crypto wallets):
웹2 핀테크 회사들이 기존 사업에 더해 크립토 월렛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현재로서는 구매·판매·보관·입출금 등 제한적인 웹3 기능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 메신저-투-크립토 월렛(Messaging-to-crypto wallets):
텔레그램(Telegram)과 라인(LINE)은 자체적으로 TON, LINE 블록체인 생태계와 연동되는 지갑 기능을 메신저 앱에 통합했다. 이는 위챗(WeChat)의 슈퍼앱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 인앱/디바이스 내장형 월렛(In-app / in-device wallets):
솔라나 사가(Solana Saga) 폰이 등장한 이후, SuiPlay(수이 기반), Shaga(솔라나 기반) 등 다양한 하드웨어 기반 블록체인 기기가 등장하고 있다. 사가 폰이나 이 밖에 출시 예정인 기기들은 내장된 크립토 월렛을 제공하며, 만약 사물인터넷/이코노미 오브 띵스(Economy of Things) 트렌드가 본격화된다면, 특정 인간 혹은 기기(머신)의 용도에 특화된 월렛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 하드웨어 월렛:
‘진정한 크립토 고인물’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실제로는 전체 사용자 중 소수만 사용한다. 2024년 7월 포브스 기사에 따르면 크립토 사용자 중 하드웨어 월렛 이용자는 약 2%에 불과하다. 일반 사용자는 편의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극도로 높은 보안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패스키(Passkey) 같은 사용자 친화적 보안 방식을 더 선호할 수 있다.
4.1 왜 월렛을 구축해야 하는가?
지난 1년 동안 유니스왑(Uniswap), 매직 에덴(Magic Eden) 같은 기존 크립토 네이티브 프로젝트들이 브라우저 및 모바일 크립토 월렛 라인업을 속속 선보였다. 주요 중앙화 거래소(CEX)와 일부 웹2 핀테크 기업들도 크립토 월렛 서비스를 출시하기 시작했고, 텔레그램과 라인 같은 메신저 앱들도 크립토 월렛 기능을 통합하며 위챗(WeChat)처럼 슈퍼앱으로 성장하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 이렇듯 월렛 시장은 빠르게 확장 중이며, ‘엔드 유저’를 확보하기 위한 ‘월렛 전쟁’이 본격화하는 초기 국면으로 보인다. 이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인터넷 “브라우저 전쟁”을 연상케 한다.
2009년 당시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은 Internet Explorer가 약 65%라는 높은 점유율로 절대적 강자였다. 하지만 이후 14년 동안, 신생 브라우저였던 크롬(Chrome)이 약 1%에서 시작해 ~70%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크롬이 Internet Explorer를 제치게 된 핵심 요인은 오픈소스인 ‘크로미움(Chromium)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빠른 속도와 뛰어난 안정성, 유연한 확장성, 높은 호환성을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이 개발자·사용자 커뮤니티를 빠르게 키웠고, 예측하기 힘들었던 장기적 이점도 가져왔다. 예컨대, 요즘 우리가 웹3를 사용할 때에도 크롬 익스텐션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크롬이 없었다면 매우 번거로웠을 것이다.
오늘날의 웹3 월렛 시장을 보면, 초기 인터넷 브라우저 업계가 처했던 상황과 유사한 점이 있다. Internet Explorer의 초기 독점적 지위를 메타마스크(Metamask)가 연상케 한다. 실제로 메타마스크는 2016년 출시된 이후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왔으며, 2022년 12월 기준 주간 액티브 트레이더(active trader) 기준으로 약 8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쟁 월렛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이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특히 바이낸스 월렛(Binance Wallet)이 지난 1년간 가장 큰 폭의 점유율 상승(21%p)을 보였다.
이는 이미 큰 유저 풀을 보유한 회사들—예컨대 로빈후드(Robinhood)와 같은 웹2 핀테크 기업—도 향후 크립토 월렛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점유율을 확보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오랜 기간 웹3 지갑 시장을 선도해 온 메타마스크의 수익 통계를 보면, 왜 많은 웹3·웹2 기업들이 앞다투어 ‘월렛 비즈니스’에 진출하려 하는지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메타마스크 스왑 기능은 2020년 10월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누적 약 3억 1,000만 달러(한화 약 4조 원 이상)의 수수료를 벌어들였고, 2024년 12월 기준 주간 약 140만 달러를 계속해서 창출하고 있다. 특히 메타마스크 사용자는 메타마스크 스왑 인앱 기능을 통해 거래할 때 0.875%라는 다소 높은 수수료를 지불할 의향을 보인다(물론 이는 토큰 에어드롭 기대 심리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왑 기능에서만 발생하는 수익이며, 앞으로 브리지, 자동화 트레이딩, 예치 상품 등 부가 기능을 통해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수익뿐 아니라, 크립토 월렛은 잠재적으로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탈중앙화 웹이 금융을 넘어 전자상거래, SNS 등으로 확장될수록, 크립토 월렛은 인터넷 브라우저처럼 온라인 구매·소셜미디어 활동 등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월렛 사업자가 인공지능(AI) 모델이나 개인화된 AI 비서를 개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월렛을 사용하는 사용자 개개인의 행동 패턴을 학습해 최적화된 UX를 제공할 수도 있다.
Delphi Digital의 Robbie Peterson은 “Fat Wallet Thesis”를 발표하면서, 궁극적으로 크립토 생태계에서 가장 많은 가치를 확보하는 주체는 ‘최종 사용자를 직접적으로 만족시키는(접점에 있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프로토콜과 앱이 수수료를 낮추며 경쟁하는 상황에서, 월렛 UI/UX 혹은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와 앱의 중개자 역할을 더욱 강력하게 수행한다면, 사용자들이 앱 브랜드를 의식하기보다는 월렛(혹은 월렛이 제공하는 AI 에이전트) 인터페이스만 보게 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오픈소스 블록체인 환경에서 ‘월렛 전쟁’은 ‘브라우저 전쟁’보다 훨씬 더 역동적일 수 있다. 이미 대부분의 크립토 월렛은 오픈소스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결국, UI/UX, 상호운용성, 속도, 수수료 구조 등에서 지속적으로 혁신하지 못하면 사용자를 빼앗길 공산이 크다. 더 많은 팀이 참여할수록 ‘엔드 유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05 / 미래의 월렛
5.1 크립토 슈퍼앱(Crypto SuperApps)의 도래
대형 소프트웨어 플랫폼들은 대체로 기능 확장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키우려 해왔다. 우버(Uber), 그랩(Grab)은 차량 호출로 시작해 음식 배달, 여행·교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했고, 그랩은 2020년 싱가포르 통화청(MAS)으로부터 은행 라이선스도 취득해 금융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SNS에서 출발해 마켓플레이스, 메신저 등을 추가하며 영역을 넓혔다. 2023년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X)를 ‘모든 것의 앱(Everything App)’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각종 송금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그리고 위챗(WeChat)은 메신저에서 출발해 소셜, 금융, 게임 등으로 확장해 진정한 ‘슈퍼앱’이 되었다.
이 흐름을 볼 때, 탈중앙화된 멀티파티 환경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 ‘가장 성공적인 크립토 월렛’이란, 결국 여러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를 가장 원활하게 연결해주는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저렴하고 편리한 방식으로 접속할 수 있는 월렛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웹2 슈퍼앱과 달리, 셀프 커스터디(self-custodial) 방식을 유지한다면, 사용자가 온체인 자산과 데이터를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다. 웹3가 충분히 탈중앙화 기조를 유지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특정 월렛에 완전히 종속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원할 경우 기존 블록체인 주소(혹은 새 주소)에 자산과 데이터를 이동시켜 다른 월렛 인터페이스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용자에게 훨씬 큰 자유도를 제공하며, 동시에 월렛 사업자 입장에서는 혁신과 기능 개선의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
5.2 인간이 아닌 주체들을 위한 월렛
최근 AI 개발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면서, 향후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주체 중에는 인공지능이나 기계(머신)가 상당 부분 포함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미래의 크립토 월렛이 ‘인간 사용자’뿐 아니라, ‘비인간 주체(non-human)’를 위한 기능도 갖춰야 함을 시사한다. 즉, 사람 대상의 월렛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월렛 전쟁’과는 별개로, 비인간 사용자에게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이다. 인간 중심 슈퍼앱은 UX와 사용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비인간 월렛은 비용(수수료), 프로그래밍 가능성, 상호운용성 등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5.2.1 머신 이코노미(Machine Economy)를 위한 월렛
앞으로 IOTA, Peaq 같은 프로젝트들은 블록체인과 머신을 결합해 탈중앙화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DePIN)를 구축하려 시도한다. 여기서 머신에 자체적인 지갑을 부여하여, 인터넷에 연결된 AI 기기가 자동으로 금융 트랜잭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기차가 스스로 충전소에 사용료를 지불하고, 자율주행 택시로서 운행하며 벌어들인 수익을 월렛에 축적하는 식이다.
“The Economy of Things는 그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소유하는 사람과 기계가 함께 구축하고 소유하는 탈중앙화 네트워크 경제입니다. 여기서 연결된 사물(Things)은 스스로 창출한 가치를 수익화할 수 있으며, 점차 자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존재가 됩니다.”
– Peaq Network
이때 탈중앙화 블록체인은 사용자가 해당 기기의 월렛(기기가 벌어들인 자산 포함)을 궁극적으로 소유하도록 설계해, 자산과 데이터의 안정성을 높인다. ‘Economy of Things’라 불리는 이러한 탈중앙 네트워크 경제는, 기계들이 서로 소통할 뿐 아니라 경제활동도 수행하는 자율적이고 유기적인 생태계를 만든다. 이는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경제 기회를 창출하지만, 동시에 사용자와 기기의 소유권·책임 범위를 명확히 설정함으로써 균형 잡힌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5.2.2 인공지능(AI)을 위한 월렛
사용자의 동의하에, 크립토 월렛 사업자는 월렛 내 dApp 사용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화된 서비스(상품 추천 등)를 제안할 수 있다. 또한 대규모 사용자의 데이터를 학습한 AI 비서(에이전트)를 월렛 안에 탑재해, 유저의 행동 패턴과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는 고차원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 개념을 한 단계 더 확장하면, AI 에이전트들이 직접—혹은 스스로 판단해—새로운 크립토 월렛을 생성하는 시나리오도 상상할 수 있다. 최근 크립토 업계에서는 향후 블록체인 사용자 중 상당수를 AI 에이전트가 차지할 거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References
- https://www.everand.com/listen/podcast/635132271
- https://www.wired.com/story/tiktok-platforms-cory-doctorow/
Disclaimer: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일반적인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특정 가상자산에 대한 추천이나 법률, 사업, 투자, 세금 등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글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거나 회계, 법률, 세무 관련 지침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특정 자산에 대한 언급은 단지 참고용 정보일 뿐, 투자 권유의 의미가 아님을 명확히 합니다. 여기에서 제시된 의견은 관련된 기관이나 조직, 혹은 개인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