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3.0의 경제적 원리 - 2부
— written by 장중혁
Web3.0이라는 기술 시스템의 경제적 원리에 대한 이슈들
블록체인을 활용한 Web3.0 경제 시스템이 제시한 서사는 사용자들의 콘텐츠를 이용하여 경제 시스템을 구축했던 Web2.0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 Web2.0 기업들은 사용자들의 포스팅과 같은 콘텐츠에 대한 사용권을 사용자들로부터 무상으로 취득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Web2.0 기업들이 구축한 경제 시스템은 네트워크의 크기가 클수록 사용자들이 콘텐츠 퍼블리싱을 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공간을 제공했기 때문에 그 공간의 통제권자인 기업이 가진 시장 지배력은 끝없이 상승했다. 이러한 Web2.0의 특징은 더 큰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기술 혁신을 필요로 했다. 구글과 아마존이 만든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컴퓨팅은 Web2.0 기술경제 시스템의 핵심적 컴퓨팅 인프라가 되었다. 이제 인터넷은 더이상 몇대의 서버를 가진 인터넷 기업이 기술적 혁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게 되었고, 몇백만명 정도의 이용자를 가진 서비스가 기술적 혁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전세계에 걸쳐 수억명의 사용자를 감당할 수 있는 컴퓨팅이 Web을 리드하는 기술 시스템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인터넷 컴퓨팅의 ‘독점’ 내지는 ‘과점’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했다. Web2.0의 투자자들은 인터넷에서의 혁신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함으로써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는 ‘자본 집약적’인 혁신이 되기를 바랬다. 탈중앙화된 기술경제시스템을 지향하는 Web3.0은 새로운 컴퓨팅 아키텍쳐를 필요로 했다.
검증 가능하고 변조 불가능한 ‘상태’를 기초로 한 Turing Complete한 스마트컨트랙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는 Web이 요구하는 컴퓨팅 레이어들이 완성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Web 스케일의 사용자와 연산을 수용하면서도 공급자들이 자본 시장으로부터 대규모의 자본을 조달하지 않으면서도 기술 시스템을 확보하고 이 기술 시스템의 구축과 운영에 기여한 기여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술경제 시스템을 완성시켜야 했다.
2017년 하반기에는 Web3.0의 단초가 되는 프로젝트들이 다양하게 등장했는데, 상당수가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알지 못한채 단순히 ‘Web2.0 기업들의 이익 독식과 시장 독점을 깨자!’는 서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물론 당시에 등장한 대개의 ERC20 토큰 기반 프로젝트들이 ICO로 자금을 모집하고도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좀비와 같은 상태로 끝났지만, 그래도 그 중 일부는 2019년까지의 긴 크립토 겨울을 지나서 2020년 하반기부터 싹트기 시작한 DeFi와 P2E의 단초가 되었다. 2017년에 ICO를 했던 베트남 게임 프로젝트인 액시 인피니티도 그 중 하나였는데, 그들은 자신이 사용할 컴퓨팅 인프라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했다.
[Web3.0 기술 시스템 성능과 처리용량 확장성의 경제적 원리]
사실 Web3.0의 초기 프로젝트들은 다양한 블록체인의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이를 돌파하는 여정을 지나왔다. 그중에서 트랜잭션의 처리 속도(TPS:Transaction per second)와 높은 가스비는 Web3.0의 ‘대중화’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기술적 걸림돌이었다. 2018년 경에는 Web3.0 스택을 완성시키려는 기술 커뮤니티와 이를 사용해야 하는 dApp 프로젝트들은 속도와 가스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어2 솔루션을 해결책으로 보고 있었다. 그들은 이를 ‘확장성 솔루션’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확장성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 이슈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확장성 솔루션 위에서 생성된 트랜잭션이 메인넷 장부 상에서 실행되는 것을 보장하는 메카니즘 자체를 불확실성 없이 구현해야했기때문이다. 예를 들어 검증자들을 투입하여 이 메카니즘을 보장하려 한다면 검증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어디서 올 것인지와 그것이 ‘충분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가 확인되어야한다. 트랜잭션 생성자들이 내는 가스비가 그 보상의 원천이라면 정말로 그 정도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만약 새로운 ‘수학적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이를 구현하려 한다면 그 알고리즘이 블록체인 상의 ‘상태’에 대해 복수의 주체가 경쟁적 또는 배타적으로 컴퓨팅을 하는 상황을 수학적으로 보장하면서 블록체인에 대해 경제적 사이드 이펙트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확장성 솔루션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접근하려면 ‘기술적인 보장성’과 함께 ‘경제시스템적 지속성’을 동시에 다루어야 했다.
‘레이어2 체인’이라는 확장성 솔루션이 던진 질문들
확장성 솔루션 중 가장 먼저 등장한 ‘이더리움 사이드체인’과 같은 ‘실용적’ 솔루션은 이더리움과 같은 dApp 실행 환경에 대한 호환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사이드체인에 대한 거버넌스가 사이드체인 오퍼레이터에게 중앙화되어 오퍼레이터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레이어2 체인 상의 트랜잭션 실행 순서를 바꾸거나 누락시킬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이드체인에 검증 노드를 더해 중앙화를 완화하거나 메인넷이 제공하는 ‘저렴한 저장소’를 이용하여 사이드체인 내 트랜잭션 데이터를 메인넷에 ‘보관’하여 ‘거래 데이터 가용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레이어2 솔루션을 중심으로 모색되었다.
*이 문제는 레이어2 뿐아니라 메인넷에서도 나타는데, 이를 ‘채굴자들에 의한 가치 추출’(Miner Extractable Value) 문제라고 불려왔으며 이에 대한 논의가 이더리움2.0에 이르러서는 ‘최대 가치 추출’(Maximal Extractable Value) 문제라고 부른다.
사이드체인에 검증 노드를 추가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보상 재원이 필요한데, 이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고안된 레이어2의 유지비용을 높이기때문에 다시 가스비가 높아지는 문제를 안게 된다. 최종적으로 메인넷과 같은 수준의 보장성을 확보하려면 메인넷과 같은 수의 검증 노드를 확보해야하므로 경제적 이익은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실용적으로’ 메인넷 노드 수의 몇 퍼센트 혹은 몇개의 레이어2 검증 노드를 확보하면 ‘충분한지’를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불행히도 그것은 레이어2 체인 내에서 다루어지는 트랜잭션의 경제적 가치에 연관된 것이어서 이론적으로 이를 결정할 방법이 없다.
추가적 보상 대상을 늘리지 않으면서 ‘검증 가능한 데이터 가용성’을 확보하려 한 접근법은 ‘옵티미즘’이라는 솔루션의 아이디어가 영지식 증명 기술과 결합되어 ‘영지식 롤업(ZK Rollup)이라는 기술로 진화하여 ‘불확실성이 없는 확장성 솔루션’으로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메인넷 저장소의 사용 비용이 높아지면 함께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고, 이는 아직 ‘경제적으로’ 검증이 더 필요한 문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비용 문제를 해결했다 하더라도 레이어2가 ‘유효한’ Web3.0 플랫폼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레이어2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메인넷이 레이어2에서 발생한 트랜잭션에 대한 최종적 실현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는 단순히 기술적 이슈가 아니었지만 일부 프로젝트는 레이어2 솔루션으로 메인넷 자체를 ‘기술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기술적으로 진화된 레이어2를 갖췄다 하더라도, 중앙화된 메인넷이 국가 관할권과 갈등에 노출되면 메인넷 뿐아니라 그 위에서 동작하는 레이어2 플랫폼의 안정성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된다.
이더리움의 레이어2 접근법
탈중앙화된 Web3.0 관할권의 대표 주자인 이더리움도 플라즈마와 같은 ‘실용주의적’ 솔루션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Turing Complete’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이런 실용주의적 접근법의 실용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술적으로나 경제시스템적으로 ‘지속 가능한 확장성’의 길을 가고자했는데, 그 길을 터준 것은 ‘영지식 증명’이나 ‘Secure MPC(Multi-party Computation)’과 같은 암호학적 수준의 해결책이었다.
*플라즈마는 체인 전체 기능을 확장하는 솔루션은 아니고 라이트닝 네트워크와 유사한 일종의 결제 솔루션인데, 한국의 레이어2 프로젝트팀인 온더는 이를 기반으로 EVM 실행환경을 제공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폐기된 상태다.
암호학적 해결책은 블록체인 시스템의 메카니즘을 개선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 시스템과 ‘독립적으로’ 수학적으로 검증된 새로운 메카니즘을 이용한 접근법이기때문에 문제를 더 ‘근본적으로’ 해결할 솔루션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이더리움 레이어2의 가장 유력한 대안은 Rollup이라고 불리는 데이터 가용성 솔루션을 암호학적 메카니즘인 영지식 증명 기반의 메카니즘으로 만든 ‘ZK Rollup’(영지식 롤업)이나, ‘자산 이동을 위한 브릿지’를 영지식 증명 기반으로 처리하여 브릿지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는 ‘ZK Bridge’(영지식 브릿지) 정도로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이는 스마트컨트랙의 저장소 중 비용이 낮은 calldata 영역을 저장소로 사용하는 롤업 메카니즘을 사용하면 속도나 가스비 문제에 대한 ‘실용적’ 수준의 솔루션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포함하고 있는데, calldata가 state 보다는 저렴한 저장소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블록체인 노드의 저장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메인넷의 가스비에 영향을 받기때문에 가스비를 낮추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즉 수학적 원리에 기초하 확장성 솔루션의 경제적 원리가 메인넷의 경제적 원리인 ‘기여와 보상의 시장 균형’이라는 단순하고 견고한 원리를 기초로 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메인넷의 경제적 원리가 가진 한계도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보다 근본적 이슈는 이더리움이 그간 ‘확장성’ 문제를 다루던 접근법인 ‘샤딩’에 의한 용량 확대와 가스비 인하라는 진화 경로를 폐기하고** 사실상 레이어2가 이더리움의 유일한 확장성 솔루션으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탈중앙화된 메인넷의 확장성 솔루션의 진화 경로가 하나만 살아남았다는 것은 어쩌면 해결책을 찾은 것일 수도 있지만,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드 데이터의 크기가 너무 빠르게 늘어나는 문제는 비트코인의 지지자들이 이더리움을 비판하는 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의 경우 15년 동안 누적된 데이터의 크기가 500기가바이트를 넘지 않아 누구나 풀노드를 만들 수 있지만, 10년이 채 되지 않은 이더리움 노드는 2테라바이트로도 그 데이터 증가 속도를 감당할 수 없고 그 증가 속도도 빠르기때문에 ‘누구나’ 풀노드를 만들어 진입할 수 있었던 개방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는 비트코인이 UTXO와 같이 저장소를 최소화하는 장부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반해 이더리움은 ‘계정’ 기반의 장부 시스템과 스마트컨트랙을 사용하는 데서 오는 차이점이기도 하기 때문에 ‘스마트컨트랙’을 사용하면서도 장부의 저장 용량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장부 시스템이 고안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과거의 데이터를 검증 가능성을 유지하면서 삭제하는 프루닝(비트코인의 경우 block file pruning, 이더리움은 state trie pruning)이라는 해결책도 제시되고 있지만 finality가 없는 체인에서 이것의 한계는 명백하다.
**이러한 로드맵 전환은 이더리움2.0의 일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고육지책으로 이루어졌는데, 샤딩에 폐기된 상황에서는 이더리우2.0이 내세웠던 주요 로드맵 중 PoS로의 전환도 샤딩과 결합된 비전이 내포했던 혁신에 비해 그 임팩트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비탈릭 부테린이 작성한 ‘End Game’이라는 문서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는데, 이러한 로드맵의 문제는 레이어2가 composable하지 않다는 점에서 DeFi 등에서 나타나서 입증된 Web3.0이 가진 강력한 메카니즘인 composability를 레이어2 간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이더리움 킬러에 의한 이더리움 기술 시스템 확장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또다른 ‘실용적’ 접근도 있다. 이는 이른바 ‘이더리움 킬러’ 또는 ‘이더리움의 보완재’라는 카테고리를 형성했는데, Web2.0 서비스의 표현력과 생태계 구축 능력을 검증자 숫자를 제한하여 블록 컨펌 속도를 높인 이더리움 호환체인 위에서 구현하려고 했던 한국의 Klaytn(클레이튼)이나 RUST와 같은 실행 성능이 좋은 언어를 이용하고 ‘실용주의적’ 합의 메카니즘을 이용해 높은 TPS(Transaction per second)를 달성한 퀄컴 출신 엔지니어들이 만든 Solana(솔라나), 이더리움 호환성에 중심을 두고 합의 노드 수를 ‘실용적으로 안전한’ 수준까지 늘리면서도 블록 컨펌 속도를 높이고 자산 이동을 위한 브릿지 솔루션을 ‘실용적으로’ 안전하게 만들고자 한 Polygon(폴리곤) 등은 속도나 가스비 문제를 자신들이 ‘실용적’ 기술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실용성’을 위해 블록체인이 보장해야 하는 일부를 포기하기때문에 그것을 어디까지 포기해도 되는 것인지에 따라 실용성의 한계가 결정되는 문제를 단지 수면 아래로 내려둔 것일 뿐이었다. 트랜잭션 숫자가 늘어 실용성의 수위가 낮아지면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는 의미다. 경제시스템으로서 이들은 검증 노드의 숫자가 적은 상태에서는 작동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검증자 숫자가 늘어나더라도 보상과 기여의 경제적 균형이 이루어질 것인가는 아직 불확실하고, 기술적으로도 그렇게 검증 노드를 늘려도 그 성능이 유지될 수 있는 문제도 아직 명확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그 ‘한계’에 대한 평가가 다르더라도 명확히 공감되는 유용성은 이더리움의 블록 컨펌 속도로는 UX(사용자 경험)에 한계가 있어 수용하기 어려운 dApp(슈팅 게임이나 MMO 게임과 같은)을 수용할 수 있는 당장의 현실적 솔루션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가스비를 낮춘 결과로 트랜잭션 가스비만으로는 노드 운영자의 기여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게 되어 새로 발행된 토큰을 검증 노드 운영자에게 할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 발행되는 토큰의 일부를 프로젝트팀이나 ‘마케팅’ 용도로 떼어가는 상황도 최종적으로 검증 노드 운영에 대한 보상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의구심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실용적’ 접근은 블록체인의 ‘신뢰성’을 높이는 접근이라기 보다는 ‘실용성’을 높이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최종적 결제망’으로서의 메인넷이 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실용적 유용성을 가졌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대개 이러한 체인의 특징은 체인 전체 장부를 블록 단위로 검증하는 것을 포기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솔라나, 아발란체, 앱토스, 수이 등이 이러한 계열의 체인이다. 그러나 현재 탈중앙화 진영을 대표하는 이더리움2.0 역시 블록 단위로 장부 전체를 검증하는 것을 포기했기때문에, 이것이 이들에 대한 결정적 반론이 되지는 못한다.
이러한 플랫폼들이 경제시스템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dApp들이 사용자와 자산을 형성시켜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초기에는 유동성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이더리움과 연계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는 이더리움 체인 상의 자산이 자신의 체인으로 이동할 수 있는 ‘안전하고 편리한 브릿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여전히 ‘실시간’으로 자산 이동은 불가능하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주목받고 있는 NFT를 ‘범용적으로’ 체인 간에 이동시킬 수 있는 브릿지 메카니즘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FT(Fungible Token)에 대해서도 Solana의 웜홀 브릿지 해킹 사건(Wormhole token bridge loses $321M in largest hack so far in 2022, 2022.02.03, cointelegraph.com)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안전한 구현이 쉽지 않다. 이는 이들의 경제 시스템이 앞으로 등장할 ‘대체재’들에게 유동성을 빼앗기거나 부실화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뜻이므로 이더리움으로부터 어떻게 독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에 도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이 내세운 ‘높은 TPS 처리능력’이 얼마나 확장 가능한 것인지가 검증되어야 한다. 무한한 확장성을 갖출 필요까지는 없으나 ‘자립적 경제 시스템 달성에 충분한’ 수준의 확장성을 가진 것인지 즉 얼마나 많은 dApp 트랜잭션을 수용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확장성 한계’가 검증과 관련하여 아직 이들이 맞닥뜨려보지 못한 문제들을 만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중앙화 거래소들의 중앙화된 메인넷
이에 대한 또다른 접근으로는 ‘중앙화된 메인넷’ 전략이 있다. 대표적인 것은 바이낸스의 BSC(Binance Smart Chain)이나 후오비(Huobi)의 에코체인(Heco : Huobi Eco Chain), 코인베이스의 ‘베이스’ 같은 체인이 있다. 이들의 경제시스템은 메인넷 자체에서 완성된다기 보다는 자신이 운영하는 거래소의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연관되어 있기때문에, 비용을 거래소로 전가할 수 있는 여지가 크기때문에 낮은 가스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달성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또한 ‘실용적’으로 거래소를 자산 이동을 위한 멀티체인 브릿지처럼 사용하므로 사용자들에게는 Web2.0과 유사한 매우 익숙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클레이튼과 유사한 접근이라고 볼 수 있는데, 클레이튼이 카카오의 생태계와 카카오톡의 사용자 경험을 활용하여 부가적 경제 효과를 얻으면서 Web3.0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했다면, 바이낸스나 코인베이스는 자신의 거래소 사용자풀을 기반으로 Web3.0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독립적인 기술 생태계를 갖추는 전략보다는 기술적 성숙도와 생태계가 진화되어 있는 이더리움을 포크하여 블록 컨펌 주기를 짧게 하기 위해 신뢰도가 높은 노드 운영 주체를 참여시켜 소수의 채굴 노드를 기반으로 하는 PoA(Proof of Authority) 형식의 합의 구조를 갖추어 운영된다. 다만 바이낸스의 경우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 Secure MPC나 영지식증명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2019년에 추진한 리브라 프로젝트에서 독자적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시도했는데, 블록체인의 합의 메카니즘이나 스마트컨트랙 언어 등을 모두 새로 만들려고 시도한 바 있지만 의회 청문회 등을 통해 법률 관할권의 공격을 받으면서 이를 폐기한 바 있다.
경제 시스템적 측면에서 거래소 체인은 거래소 코인을 발행하여 결제통화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 설계는 독자적 체인 운영 없이 거래소 수수료 수익을 분배하는 매체로 설계된 거래소 토큰으로부터 시작된 경제 시스템에서 진화한 것인데, 중앙화된 코인이 가진 리스크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크립토 선물 거래를 기초로 성장한 FTX 거래소의 FTT 토큰이 거래소 사업 확장의 자본 조달을 위해 FTX 경영진에 의해 자의적으로 활용되어 거대한 붕괴의 원인이 된 사례를 통해 드러났다.* 따라서 최근 각국의 중앙은행과 증권 감독 당국은 결제통화 유동성 공급을 위해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나 거래소 코인에 내포된 위험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시장에 대한 규제적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거래소의 결제통화 유동성 공급을 위한 거래소 코인의 경제 시스템 문제는 Web3.0과는 관련이 없으나 바이낸스의 BNB 코인은 BSC 체인의 Web3.0 생태계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때문에 별도의 주제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거래소 체인의 접근법은 Web3.0의 생태계에 ‘실용적’ 솔루션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중앙화된 거래소의 규제적 취약점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점에서 ‘Web3.0맛’ 플랫폼이기는 하지만 다른 메인넷의 ‘실용적’ 탈중앙성과는 크게 다른 중앙화된 시스템으로 볼 수 있고, CBDC와 같이 중앙화되어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중립성(credible neutralty)’를 추구하는 경우에 사용 가능한 접근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화 거래소는 ‘법제도적’ 신뢰성을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탈중앙화된 메인넷과 비교할때 프로젝트의 투자 주체가 명확하고, 몇가지 영역의 탈중앙화의 난점을 손쉬운 ‘중앙화’로 해소시켜주며, Web2.0의 사용자 경험과의 결합도도 높기때문에 짧은 시간에 확산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DeFi가 Bull Market을 만들었던 2021년에는 바이낸스의 BSC에 담긴 시가 총액이 이더리움에 근접하기도 했고, 그것에 자극을 받은 대부분의 거래소가 자체 DeFi용 메인넷을 만들려고 시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소 메인넷은 기술 생태계가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누구나 노드를 만들어서 블록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기때문에 다른 메인넷으로의 자산 이동을 위한 브릿지와 같은 메카니즘을 만들 수 없는 상태로 거래소가 이를 통제한다는 점에서 거래소의 법률적 위험이 메인넷의 위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즉 상황에 따라서는 거래소 메인넷에서 발생한 트랜잭션은 법원의 판결에 의해 롤백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탈중앙화된 메인넷의 확장성 솔루션은 암호기술을 이용한 확장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 검증이 시도되는 단계이고 대규모의 Web3.0 사용자를 수용하려면 기술적 효율성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탈중앙화된 메인넷 경제 시스템과 연계된 제한적 탈중앙화 블록체인 기술 시스템들은 유용성이 입증되기는 했지만 ‘연계’ 메카니즘에 대한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고 ‘자립적인’ 기술 시스템이 되는데 필요한 트랜잭션 처리 속도와 용량의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충분한 탈중앙화의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때문에 법률 관할권과의 갈등 여지도 남아 있다. 끝으로 중앙화된 메인넷들은 일시적으로 규제적 공백 내에서 DeFi 등의 Web3.0 활성화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최근 규제 동향을 볼때 중앙화 거래소들의 법적 지위와 거래소가 발행한 코인들의 제도적 지위가 정립되는 과정과 운명을 같이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확장성의 ‘경제적 원리’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들만을 고려한 ‘확장성의 경제적 원리’를 일반하시켜 논의하기는 어렵지만, Web3.0 기술 시스템의 기술 제도적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메인넷의 탈중앙성을 기초로 레이어2 체인 등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형태의 확장성이 크립토 전체가 지향하는 방향임은 분명하다.
[Web3.0의 UX 레이어 기술시스템 — 크립토 지갑]
Web3.0의 기술시스템에서 문제가 되는 기술 요소 중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데 걸림돌로 가장 빈번하게 지적되는 것은 ‘크립토 지갑’이다. 지갑은 사용자가 블록체인 관할권 내에서 사용자가 자신의 identity를 유지하는 방법이면서 dApp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결정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때문에 ‘Web3.0 대중화’의 결정적 요소다. 크립토 지갑에 사용되는 기술인 타원곡선 비대칭키 암호알고리즘 기반의 전자서명 기술은 그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난점을 안고 있다. 그중 가장 결정적인 것이 비대칭키쌍 중 개인이 관리해야 하는 ‘프라이빗키’를 개인이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크립토의 대중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 이를 우회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결정적 솔루션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이 방법들 중 가장 전형적인 것은 ‘중앙화된 지갑’인데, 이는 지갑을 운영하는 주체를 ‘신뢰’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Web3.0 경제시스템에 잠재적 위험이 된다. 만약 특정 dApp의 경제 시스템이 중앙화된 하나의 지갑 서비스에 의존되어 있다면, 그 경제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은 그 지갑 서비스의 보안적 안정성에 의존한다. 즉 지갑이 해킹이나 내부통제 사고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면 그러한 경제시스템 내에서 통용되는 자산의 가치는 그런 위험이 실현되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위험을 내포한 경제시스템의 탈중앙적 확장성이 없다는 것은 너무 자명한 일이다. 이더리움(Ethereum)은 탈중앙화된 노드 소프트웨어 조차 여러 프로젝트팀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개발할 수 있도록 재단이 지원금(Grant)를 지급하여 10개 이상의 이더리움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 버전이 생태계 내에서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다.(참조 : 5월 들어 나란히 장애 겪은 비트·이더, 영향은 달라?, 매일경제, 2023.05.17)
*근본적으로 비대칭키 암호시스템의 문제는 외부로 알려지는 퍼블릭키 자체가 그것과 쌍을 이루는 프라이빗키 보유자의 identity를 구성하였기때문에 일단 퍼블릭키가 identity로 알려지고나면 프라이빗키를 분실하거나 노출되었을때 ‘교체’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프라이빗키가 분실, 노출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는 기술적 지식이 부족한 대중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널리 활용되었던 비대칭키 암호시스템 기반의 ‘공인인증 시스템’이 폐지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개인들의 키관리’가 가진 문제로 인해 수많은 보안 시스템이 중복하여 사용되면서 너무 많은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지적되었을 뿐아니라 그렇게 하고도 보안 취약점을 완전히 방어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떤 사용자 기술도 궁극적으로 대중적이면서 기술적 취약성도 없이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의 개입없이 작동하기는 어렵다. 그런 이유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관점은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소액’을 다루는 지갑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중심으로 ‘중앙화’ 요소를 더 넓게 수용하고, 큰 규모의 금액을 다루는 지갑은 개인에게 더 많은 관리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일부 요소가 중앙화된 지갑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하나의 지갑 서비스가 아니라 여러 종류의 지갑 서비스가 경제시스템 내에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은 공급자 입장에서는 매우 비용이 높고 번거로운 일이기때문에, 현실의 Web3.0 프로젝트들은 이런 위험 분산을 충분히 실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Web3.0의 지갑 기술시스템은 ‘계정추상화’나 ‘Secure MPC’와 같은 기술을 활용하여 지갑의 소유자가 좀 더 유연하게 지갑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면서도 가능한 탈중앙성을 유지하게 하는 한편 Web3.0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프로젝트들은 지갑으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새로운 구조를 찾는 시도를 통해 진화해가고 있다.
그런데 지갑 기술 시스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지갑 기술들은 ‘경제적 걸림돌’에 허덕이고 있는데, 이 ‘경제적 걸림돌’이란 일부 하드웨어 지갑 판매자들 외에는 지갑 기술 공급자들의 자본과 비용을 충당하는 메카니즘이 블록체인의 기본적 보상 시스템 내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는 크립토 지갑 자체가 블록체인 기술 시스템의 진화 과정에서 검증 노드의 변형인 ‘라이트 노드’의 개념으로부터 나왔기때문이기도 한데, 풀노드는 채굴자 혹은 검증자로서의 보상을 메인넷의 운영 메카니즘으로부터 받기때문에 더 좋은 풀노드에 대한 사업적 수요로부터 그것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에 대한 재원을 조달할 수 있지만, 사용자용 지갑은 ‘더 좋은’ 지갑에 대한 지불 의향은 ‘하드웨어 지갑의 보안성’에 대해서만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대중적인 Web3.0 지갑인 메타마스크가 토큰 판매 등의 부가서비스를 통해 비용을 충당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일부 지갑들은 일찌감치 ‘토큰 교환’이나 ‘자산 관리’ 영역에서 수익을 내고자 시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부가 서비스가 아직 지갑 기술 시스템의 개발과 서비스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이는 지갑 기술에 대한 새로운 보상 시스템이 없이는 사용자 지갑 기술의 진화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지갑 기술 시스템 영역에서 새로운 경제적 메카니즘이 발전할 여지가 남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Web3.0 저장소 확장 문제]
Web3.0 프로젝트들이 맞닥뜨린 또다른 블록체인의 한계는 저장 용량이다. Web이 이미 동영상과 같은 대용량 데이터를 기초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었던데 비해 블록체인은 데이터 저장 비용이 높기 때문에 다룰 수 있는 데이터의 크기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Web3.0의 기술적 개척자들은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이 탈중앙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대용량 데이터를 다룰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이는 단순히 블록체인에 저장소를 기술적으로 붙이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저장 용량이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로 몰려들게 할 것인가의 ‘경제 시스템적’ 문제였는데, 이들의 시야에 최초로 포착된 포섭의 대상은 IPFS(InterPlanetary File Systme)와 같은 ‘분산 저장 네트워크’였다. IPFS 메카니즘을 이용하여 개방된 P2P 저장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여기에 크립토 인센티브 스킴을 결합하여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에 필요한 저장소를 공급하려는 전략이 그것이다. Storj나 Filecoin과 같은 프로젝트들은 그런 시도의 산물인데, 이미지나 동영상 데이터를 사용했던 NFT 프로젝트들이 일시적으로 그 수요를 만든 적이 있기는 하지만 당시에도 스토리지의 응답 속도에서 한계가 드러났고 아직 대용량 데이터를 사용하는 ‘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라 진화가 느리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Web3.0 기술 시스템의 경제적 원리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Web3.0 기술 시스템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투자가 Web 기술 생태계 전체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Web3.0이 인프라에서부터 UX에 이르는 전반적 기술 시스템의 안정적 진화를 추구하려면 더 많은 투자가 Web3.0으로 유입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간 Web이 어떻게 기술 시스템의 진화를 위한 자본을 조달해 왔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Web 표준 기술 생태계 내로 Web3.0이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술정치’ 영역에서의 활동을 늘리는 것이다. 만약 Web3.0 기술이 Web 표준이 될 경우 이를 구현하는 것은 소수의 Web3.0 기업과 프로젝트만이 아니라 IT 기술 기업 전체가 함께 구현하는 상황이 된다. 이는 Web3.0이 ‘공급’ 영역에서 자본이 투입되는 동기와 메카니즘이 크게 변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Web3.0 분야에서도 기술 시스템을 진화시키기 위한 표준화 단체를 갖출 필요가 있다. DAO의 형태로 표준화 단체를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Web에 비해 규모가 작은 Web3.0이 최소한의 규모를 갖춘 기술 생태계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각 메인넷의 기술 시스템이 ‘차별화’를 추구하는 것을 제한하고 공진화하는 영역을 늘려야 한다. 물론 이것을 수용할 수 있는 메인넷이 있고 그렇지 않은 메인넷이 있겠지만, 현재 크립토 영역의 기술 시스템 진화를 사실상 이끌고 있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기술 생태계가 이를 주도하여 기술 생태계를 통합하는 ‘정치’를 필요로 한다. 크립토 진영의 확장과 시가 총액의 상승에만 의존하는 기술 전략으로는 Web3.0은 Web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 시스템의 지위에 진입할 수 있는 투자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인프라 영역에서 Web2.0 기업들이 이룬 혁신인 클라우드 컴퓨팅과 경쟁할 수 있는 Web3.0 전문 탈중앙화된 P2P 기반 클라우드를 개발하는 것도 Web3.0이 갖춰야 할 요소로 보인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응답 속도나 안정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일 수 있지만, 하이브리드형 Web3.0 애플리케이션이 성장하는데 필수적인 ‘서버 비용’ 조달을 자본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Web3.0 프로젝트들이 탈중앙화된 성장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필수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사용자들이 ‘가스비’를 부담하는 블록체인만을 사용하는 Web3.0 애플리케이션을 고집하면 Web3.0 애플리케이션은 아주 제한적 영역에서만 제공되게 된다. 사용자의 성장에따른 기술 시스템 비용을 크립토 프로젝트가 발행한 토큰으로 지불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Web3.0 애플리케이션의 대용량 컴퓨팅 인프라 비용 조달 메카니즘이 확보되는 것은 Web3.0 기술 시스템의 경제적 메카니즘을 완성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대개 Web3.0의 경제적 원리를 다루는 분석이 주로 ‘사용자 동기’를 이끄는 사용자 기여와 이에 대한 보상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것으로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Web3.0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사용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기술 공급 생태계가 경제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면 Web3.0은 성장한다 하더라도 장난감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두고 수조원에 이르는 시가 총액을 가진 토큰이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드는 상황을 피하기는 어렵다. Web3.0 진영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십년 간 Web2.0이 활용해 온 기술 생태계의 탈중앙화된 버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장중혁 — 블록체인경제연구소장, 크립토워커스다오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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