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3.0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Web3.0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 written by 장중혁

Web3.0이라는 기술경제 시스템을 개별 dapp 개발팀의 관점에서 보면, dapp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는 마치 Web2.0 서비스를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아키텍쳐부터 글로벌한 지불 네트워크, 앱 개발을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직접 개발해야 하는 서비스 개발사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Web 경제 시스템의 역사는 이것을 하나의 회사가 해결하기 보다는 Web 전체 생태계가 문제를 함께 해결하여 공유하면서 진화하는 것이 성공적인 해법임을 보여주었다. 이것을 지칭하는 용어가 ‘스택’(stack)이다.

Web3.0도 초기의 dapp이 경제 시스템을 완성시키는데 필요한 전체 스택의 대부분을 직접 감당했던 것과는 달리 서서히 스택의 구성 요소들이 모듈화되어 분업 구조가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분업 구조를 최초로 제시한 것은 이더리움이었는데, dapp을 만들기 위해 직접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들 필요가 없는 인프라 분업 구조를 제시했다. 그러나 dapp의 경제 시스템을 완성시키는데 필요한 요소는 탈중앙화된 메인넷과 스마트컨트랙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Web3.0 ‘플랫폼’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성장 가능한 자기 완결적 기술경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안으로 많은 Web3.0 행위자들을 끌어들여 그 안에서 생산된 가치로부터 수익을 안정적으로 획득하는 상태에 진입하는 것을 뜻한다. 많은 경우 Web3.0 플랫폼은 이더리움과 같은 ‘메인넷’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경제시스템일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메인넷’이 Web3.0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세부적 분석과 논의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Web의 진화 과정에서 ‘플랫폼’이라 부를 수 있는 기술경제 시스템이 등장하고 진화하면서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Web3.0 플랫폼’이 되려는 Web3.0 프로젝트들이 겪고 있는 실패들이 무엇의 결핍에서 비롯되는지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도전과 성취를 필요로 하는지를 개략적으로 그려내보고자 한다.

[Web의 진화와 Web 플랫폼]

Web의 역사에서 각 진화 단계에 따라 ‘플랫폼’이라 부를만한 기술경제 시스템은 각각 다르다. 초기의 Web에서는 다양한 웹사이트로 접속하려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관문’(Portal)이 플랫폼의 역할을 했다. 이때 포털이 적극적으로 활용한 프로토콜은 HTTP와 HTML 같은 규약들이다. 이 시기에도 상거래를 포함한 다양한 BM이 플랫폼화를 시도했지만, 글로벌한 결제망의 한계와 채 준비되지 않은 공급망 연결에서의 끊어진 고리 등으로 인해, 그나마 플랫폼의 모델을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정보’의 플랫폼이 되고자했던 야후와 같은 ‘디렉토리 서비스’ 정도였다.

이 시기 가장 전형적인 Web의 행위자들은 ‘정보 제공자’와 ‘정보 소비자’였다. 이들은 국경을 넘는 양방향의 미디어 경험을 하기를 원했고, 인터넷과 Web이라는 프로토콜은 이를 극적으로 실현시켜 준 기술 시스템이었다. Web 진화의 각 단계별로 ‘전형적인’ 공급자와 소비자를 발견해내는 것은 ‘플랫폼’을 실현시키려는 프로젝트에게는 매우 중요한데, 플랫폼은 해당 시점에 가장 ‘보편적인’ 행위자들이 가진 특정한 동기를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로 되는 ‘프로세스’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전파 가능한’ 수준의 난이도로 제공하여 공급자들과 소비자들을 하나의 공간 안에 모아야 하기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초기 Web에게 ‘관문’(portal)은 매우 훌륭한 플랫폼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는데, 플랫폼 안으로 진입을 할 수 있는 잠재적 공급자들은 ‘정보’를 생산할 수 있지만 쉽게 배포할 방법을 갖지 못한 행위자였고, 전형적 소비자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갖춘 퍼스널컴퓨터와 HTTP 프로토콜에 실려 전달되는 정보를 보여주고 클릭할 수 있게 해주는 ‘웹 브라우저’를 막 사용하기 시작한 행위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Web이 성장하면서 ‘전형적 행위자’들에게서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인터넷이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행위자들은 ‘포털’이 모든 정보에 접근하는 길을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렇게 디렉토리에 등록되지 않은 정보에 도달할 수 있는 링크를 발견하기 위해 ‘검색’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시기에 등장한 플랫폼의 모델이 ‘검색 엔진’이다. 그러나 이 시기의 검색엔진도 몇번의 기술적 진화를 필요로 했는데, 초기의 검색엔진이 HTML 헤더에 포함된 메타태그나 웹페이지의 제목 정도를 인덱싱하여 검색이 가능하도록 하여 탄생했지만, 소비자들은 그 정도의 검색엔진으로는 자신들의 ‘동기’를 실현시켜주는 사용자 경험에 도달할 수 없음을 금새 알아차렸다. 그래서 초기의 ‘검색엔진’은 스스로 ‘플랫폼’이 되기는 어려운 ‘부가 기능’이나 작은 ‘도구’ 정도의 역할로 자리매김을 시도했다. 구글이 야후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야후와 구글이 모두 검색을 ‘새로운 플랫폼의 출발점’이 아니라 포털의 기능을 보완하는 ‘도구’ 정도로 인식했기때문이었다. 최소한 야후의 인식은 그러했다.

그러나 메타태그나 파일제목이 아닌 웹페이지 문서 내용 전체를 인덱싱하는(Full Text Search Engine) 알타비스타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디렉토리에 정리된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미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능동적으로 탐색하여 소비하는 글로벌 사용자의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공급자 영역에서도 변화가 있었는데 단순한 정보 콘텐츠가 아닌 상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려는 온라인 상점들이 글로벌한 지불 수단과 공급망 및 물류의 진화와 함께 전형적인 공급자로 급성장했다. 그리고 그것을 완성시킨 것은 알타비스타와는 완전히 다른 비용구조를 가진 구글 검색이었다.

구글이 검색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의 모델을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은 현대적인 온라인 컴퓨팅 아키텍처의 최초 형태인 언어 의존성이 없는 n-gram 기반의 map-reduce 타입의 데이터 컴퓨팅 혁신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었다. Web1.0은 상거래의 광고 재원을 흡수하면서 최초의 ‘플랫폼’ 모델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이 단계에서 Web의 성장을 이끄는 전형적인 Web 행위자는 상품을 판매하는 머천트와 전세계의 공급자를 탐색하여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찾아서 구매하려는 소비자였다. 그렇기때문에 이 시기의 ‘플랫폼’은 대량의 상거래 콘텐츠를 저비용으로 글로벌 스케일로 사용자들의 의도에 맞게 분배하여 사용자의 구매 행위로 연결시키고 이를 다시 오프라인의 결제 및 물류 프로세스로 전달하여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에비해 Web2.0은 상당한 성숙도에 도달한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개인들 간의 상호작용을 콘텐츠로 분배하게 되어, Web의 성장을 이끄는 중심 행위자가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는 개인’으로 전환되었다. Web의 초기에도 다양한 실시간 메시징 서비스가 있었지만 당시의 네트워크는 개인들을 ‘상시적으로’ 온라인 상태로 만들어주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개인들을 실시간으로 연결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모바일 네트워크가 진화하면서 패킷 기반 네트워크인 4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보급되고 그 위에 mobile IP 기반의 푸시 노티피케이션 인프라가 정착되어 인터넷은 사용자들을 ‘언제나’ 실시간으로 연결해 줄 수 있는 인프라가 되었다. 이러한 인프라 진화는 개인들 간의 상호작용을 활용하여 사용자들의 ‘주목도’를 끌어모을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되었지만, 문제는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동적 데이터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였다.

이 시기에 이루어진 컴퓨팅 아키텍쳐 상의 혁신은 초당 수억 건의 ‘좋아요’ 클릭을 처리하고 이를 사용자가 볼 수 있는 ‘상태’로 화면에 표시할 수 있는 데이터 컴퓨팅이었다. 이는 이른바 빅데이터 컴퓨팅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는데, 이로써 ‘Key-Value 스토어’라고 불리는 ‘최소의 필드’를 가진 가장 단순화된 데이터구조를 활용하여 대량의 실시간 burst data(뿜어져 나오는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혁신을 이끈 것은 SNS형 플랫폼을 완성시키고자 한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들이었다.

빅데이터 컴퓨팅의 진화는 최소 비용으로 더 많은 실시간 상호작용을 처리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사용자들의 ‘주목도’를 실시간으로 끌어모을 수 있는 능력을 플랫폼에게 제공했고, 플랫폼은 이를 수익화할 수 있는 새로운 BM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Web2.0의 독자적 수익 모델은 등장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수익 모델을 기초로 하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 HTML5 기술을 기반으로 한 웹 애플리케이션 기술에 상당한 혁신을 이루어냈지만 여전히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지배력은 native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하는 모바일 디바이스 플랫폼(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 사이에 넷플릭스나 쿠팡과 같이 사용자들에게 매달 돈을 내게 만드는 버티컬 플랫폼들이 성장하고 있었는데, 이는 Web2.0 플랫폼의 ‘바깥’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이 시기에 새롭게 등장하여 Web 플랫폼들의 관심을 끈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크립토였다. 페이스북 경영진에게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의 ‘돈’을 담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면 Web2.0에게 새로운 성장을 제공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해보였을 것이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페이스북의 크립토 프로젝트였던 ‘Libra’였다.

[이더리움과 Web3.0 플랫폼]

비트코인은 ‘이중지불’이 방지된 P2P 전자현금 시스템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그 자체로 Web의 진화와 연결된 직접적 비전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비트코인은 Web의 기술시스템과 Web의 역사를 통해 진화해 온 온-오프라인 행위자들과 연결된 접점이 없었다. 비트코인의 중심 행위자는 채굴노드를 운영하는 채굴자와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송금 네트워크로 사용하는 사용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더리움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이더리움은 스스로 크립토의 ‘플랫폼’ 모델을 제시했는데, 새로운 크립토 프로젝트들이 더이상 채굴자를 끌어모으지 않고도 탈중앙화된 화폐를 발행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고, 거기서 더 나아가 ‘애플리케이션’ 공급자들에 대한 신뢰가 없더라도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실행환경인 ‘스마트컨트랙’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이 제시한 플랫폼 모델은 ‘블록체인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배포 환경’을 플랫폼이 제공하고 애플리케이션 실행 시 사용자들이 ‘인프라 사용료’에 해당하는 gas fee를 내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등장한 이더리움의 플랫폼 모델은 새로운 중심 행위자들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는데, 이들은 ‘새로운 화폐’(ERC20 Token)를 발행하고 싶어했던 공급자들과 새로운 화폐에 투자하여 큰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었다. 이들에게 ‘애플리케이션’은 ‘화폐’를 정당화시키는 장치였는데, Web과는 달리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는 중심적 행위자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Web과의 접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이더리움의 초기 개발자들은 이더리움 애플리케이션의 UI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Web의 기술 시스템에 편승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웹 브라우저를 통해 사용자 UX를 제공하고 브라우저와 이더리움 라이트 노드인 ‘지갑’을 연결하여 블록체인의 ‘상태’를 조회하고 ‘상태 변경 이벤트’를 생성하는 방식을 Web3(Web3.0과는 약간 다른 의미로)라고 불렀다.

이로써 블록체인은 Web과 결합되었지만 Web의 사용자들 속에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동기’가 성장한다는 징후는 없었다.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들이 내세운 ‘사용자 기여에 대한 보상’은 약간의 반향이 있었지만 사용자가 ‘보상’으로 ‘토큰’을 받는다는 것은 사용자들에게 ‘편리한 보상’의 경험을 제공해주지는 못했다. 순수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에서 ‘토큰’을 보상으로 받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입하여 gas로 사용할 암호화폐를 구매하고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과 연동 가능한 암호화폐 지갑을 설치하여 그 지갑으로 gas를 충전하고,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통해 보상을 받을 정도의 ‘기여’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토큰이 상장되어 있는 거래소에 가입하여 토큰을 팔아야 했는데,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사용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불편함의 원인은 결국 gas에 대한 경험이 사용자에게 편리하지 않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이는 이더리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에서 시작된 문제였다. 이더리움 플랫폼 사용자가 gas를 확보할 방법을 플랫폼이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은 플랫폼의 코인을 분배하는 보상 시스템의 보상 대상에 ‘사용자’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보상’의 대상이 되는 ‘기여’는 오직 채굴노드의 운영 뿐인데, 이는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성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여를 제공하는 행위자들에 대한 보상을 배제하고 있었다. 그 ‘중요한 기여’란 바로 더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는데, 비트코인의 보상 시스템에는 사용자들에게 ‘펀리함’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공급자의 몫이 없었다. 이는 이더리움에게 그대로 이어졌는데, 이더리움의 보상 시스템에도 유일한 ‘보상 대상 기여’는 블록체인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한 ‘검증’ 뿐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더리움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기여를 하는 중요 행위자인 애플리케이션 공급자들은 오직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가치로부터만 보상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이는 애플리케이션 사용자에게 gas를 거래소에서 사오도록 요구하거나 gas를 사용자에게 부담시키지 않을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가 되었다.

블록체인의 플랫폼 모델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는 gas의 불편함을 해소시켜주어야 했고, 애플리케이션에게는 네트워크의 가치를 높이는 ‘기여’에 대한 ‘보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사용자가 보상으로 받은 토큰을 쉽게 실질적 가치로 바꾸어 실현시킬 수 있는 ‘보상 경험’을 제공해야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전제로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자’들의 ‘동기’를 찾아내거나 블록체인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동기’로 받아들이는 사용자들을 발견해내야만 했다. Web3.0이 Web의 진화와 결합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Web3.0 플랫폼 모델의 구성 요소들]

Web3.0 경제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한 요소는 크게 3개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dapp을 개발하고 배포하기 위한 환경과 도구, 사용자로서 dapp의 사용을 하기 위한 환경과 도구, Web3.0 경제 시스템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환경과 도구가 그것이다. Web3.0 플랫폼이라 불리는 프로젝트들은 이 3가지 영역에서 해결해야 하는 기술경제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각자의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다른 플랫폼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이 글에서는 Web3.0 플랫폼들이 시장 진입을 위해 스스로를 차별화하려는 몇 가지 ‘문제’와 그에 대한 해결책들이 담고 있는 ‘서사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설명하지 않을 계획인데, 이에 대한 설명은 다른 기회에 별도의 글로 다루게 될 것이다.

dapp 사용자들은 dapp 사용에 필요한 gas를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는가?

모든 크립토 경제 시스템은 경제 시스템 내부로 사용자들을 진입시키는 경로를 확보해야 하는데, 누군가를 경제 시스템의 내부 행위자로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상태 변화는 ‘코인’이나 ‘토큰’을 보유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최초의 답은 ‘누구나 자신의 PC로 채굴할 수 있다’는 비트코인의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전용 채굴기를 이용하지 않고는 채굴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비트코인 경제 시스템 조차 ‘거래’를 통하지 않고 일반인이 코인을 소유할 수 있는 경로는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dapp의 경제 시스템은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문제를 더 안게 된다. 그것은 dapp 사용자가 dapp의 경제 시스템 ‘바깥’에서 발행된 네이티브 코인을 블록체인 인프라 사용료인 gas를 지급하기 위해 dapp 사용 전에 보유해야 한다는 dapp 사용 전제에서 비롯된다. 즉 dapp 경제 시스템 내에서 ‘기여’를 하는 것만으로는 획득할 수 없는 ‘코인’을 미리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최근 중앙화 거래소들이 각 국가의 규제 시스템에 의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외국인의 중앙화 거래소 접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때문에 Web3.0 dapp들이 사용자를 획득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자국 내에 중앙화 거래소를 갖지 못한 국가에 있는 사용자들은 Web3.0 경제 시스템 진입이 점점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이 Web3.0 성장에 있어 중요하지 않은 사용자이거나 Web의 진화과정에서 그러했듯이 산업이 성숙한 후반 단계에 진입해도 되는 사용자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들이 만약 비트코인이나 액시 인피니티의 사례에서와 같이 Web3.0 경제 시스템의 초기 마중물 역할을 하는 사용자라면 Web3.0의 성장에 필요한 매우 중요한 연결고리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거래소 접근이 어려운 시장의 역할을 최근의 Web3.0 프로젝트들은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에서 많은 dapp들은 이더리움이 아닌 새로운 Web3.0 메인넷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는데, dapp들은 이더리움이 제시한 ‘인프라와 dapp의 분업’이 제공하는 효율성과 합리성만으로는 사용자를 획득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독자적인 메인넷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dapp 사용자들이 gas를 획득하기 위해 중앙화된 거래소에 가입하여 ETH를 사와야 하는 상황을 없애려고 했다. 이더리움은 인프라와 dapp을 분리하는 혁신을 만들었지만, 그것이 야기한 새로운 경제 시스템적 문제에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것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였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방향은 3가지다. 하나는 gas의 지불 주체를 사용자가 아닌 dapp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는 EOS와 Klaytn 같은 Web3.0 플랫폼을 지향하는 프로젝트들이 채택한 방향이다. 다른 하나는 gas가 없는 ‘폐쇄적 메인넷’(사실상의 프라이빗 체인)을 만드는 것이다. 이 방식은 메인넷에 대한 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있기때문에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액시 인피니티와 같은 dapp 중심적 메인넷 프로젝트들에게는 일시적으로 유용한 환경을 제공했기때문에 gas가 있는 개방형 메인넷으로 진화하는 ‘경로’ 중 하나로 여겨졌다. 마지막 하나는 gas를 dapp 토큰으로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계정추상화(EIP 3074)라는 스마트컨트랙 기반의 EOA(External Owned Account) 구조를 통해 구현하려는 접근법과 관련되어 있는데, 이더리움2.0 프로젝트가 진화하려는 방향이기도 하다.

하나씩 살펴보면, dapp이 gas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제거하여 Web2.0으로부터 사용자를 유입시키려는 시도는 EOS나 Klaytn 외에도 다양하다. 이들은 초기부터 dapp이 하나의 레이어2 체인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한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이는 메인넷 자체를 gas가 없는 체인으로 만드는 것에 비해 gas없는 체인의 단점이 개별 dapp 단위로 좁혀지는 이점이 있고, dapp 입장에서 메인넷에 저장할 트랜잭션과 로컬에서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소모시킬 트랜잭션을 분리하여 메인넷 가스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Web3.0의 경제 원리에서, dapp의 성장에 필요한 비용을 사용자가 나누어 부담하는 것이 사용자가 보상을 받는 이유인데, 서버 비용에 해당하는 gas 비용을 dapp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은 초기 양적 성장 시기에 dapp의 운영 주체가 경제 시스템의 재원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경제 집중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초기에는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과점 주체들 간의 담합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EOS 사례가 보여준 바 있다.

두번째 대안인 프라이빗 체인 또는 폐쇄적 PoA(Proof of Authority)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gas free 환경은 그 안에서 발행된 자산을 유동성이 풍부한 중앙화 거래소나 다른 메인넷의 DeFi 프로토콜로 넘겨서 거래를 하는데 문제를 안고 있다. 중앙화 거래소 상장을 위해 거래소가 프라이빗 체인의 지갑 노드를 운영하게 되면 그 노드가 DDoS 공격의 통로로 노출되면 체인 전체의 보안 취약점이 될 수 있기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어렵다. 그런 이유에서 액시인피니티 같은 자산들은 이더리움 메인넷에서 발행되거나 브릿지로 옮겨져서 ERC20의 형태로 거래되는데, 이것 역시 브릿지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 액시인피니티 브릿지 해킹사태를 통해 드러났다. 그게 아니더라도 사용자는 dapp 내에서 획득한 보상 토큰을 가지고 그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더리움과 같은 외부체인의 gas를 지불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gas 문제에 그대로 노출된다.

마지막으로 dapp 토큰으로 gas를 지불할 수 있게 만들려는 접근은 최근 이더리움의 계정추상화 기술과 함께 다양한 플랫폼에서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처음 론칭된 dapp 토큰의 가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환 비율을 결정하는 가격 메카니즘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의 문제도 안고 있고, 부분적으로나마 플랫폼 코인 보유자들이 dapp에 내재된 위험 요소를 감당해주어야 하는 문제도 안고 있어 아직 연구와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내포한 해결책들을 통합하려는 접근법도 있는데, NFT를 이용하는 dapp에게 특화된 이더리움 레이어2인 ZK-rollup 환경을 제공하려는 immutableX 같은 Web3.0 플랫폼 프로젝트는 gas 비용을 낮추고 속도를 높이는 레이어2 환경에 dapp이 사용자들의 gas를 대납하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렇게 되면 dapp의 사용자들은 dapp 사용을 위해 ETH를 미리 보유해야 하는 문제에서는 벗어나지만 dapp은 지속적으로 gas 코인을 조달하기 위해 dapp 토큰의 유통량을 늘려야 하는 또다른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는 dapp 토큰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압력으로 작동하기때문에 사용자가 늘어날 수록 토큰 유통량이 급격히 늘어 토큰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 되므로 이 문제에 대한 충분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dapp 사용자들이 보상으로 받은 토큰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

Web3.0 플랫폼들은 대개 dapp 사용자들이 중앙화 거래소를 통해 토큰을 매각하여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경제 시스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무엇보다 dapp 사용자들이 보상으로 받은 토큰을 매각하려 할 때 거래소의 토큰 가격에 하락 압력이 가해지기때문인데, 그런 이유로 플랫폼들은 사용자들이 플랫폼 내에서 토큰을 사용하게 만들거나 최소한 유동성을 플랫폼 내에 가둬두기 위한 장치들을 만든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플랫폼이 사용자들에 의한 토큰의 법정화폐 환전 경로를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플랫폼 설계자들은 잘 알고 있다. 스테이킹 같이 일시적으로 토큰의 유동성을 플랫폼 내에 가두는 것도 결국은 경제 시스템 밖에서의 환전을 지연시킬 동기를 제공하는 것일뿐이다. 그 동기의 밑바닥에는 토큰의 보유 이익이 실현 이익에 비해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필수적이다. 환전 경로의 결핍은 경제 시스템에게 긍정적 요소보다는 부정적 요소가 큰 이슈다.

먼저 사용자들이 플랫폼 내에서 토큰을 사용하는 동기는, 사용에 의해 환전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때문이다. 이것이 반드시 경제적 이익일 필요는 없지만 궁극적으로 경제적 이익으로 실현될 것을 기대할 수 있을때 더 많은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런데 문제는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데 콘텐츠의 공급 비용이 적지 않기때문에 플랫폼들은 ‘콘텐츠’의 생산비용은 최소화하면서도 최대한 많은 사용자들의 ‘사용’을 유도할 방법으로 ‘스테이킹’이나 DeFi(종종 GameFi라고 불리는) 요소를 플랫폼 내에 투입한다.

DeFi가 플랫폼 내에서 하는 역할은 스왑과 같은 기능적 요소도 있지만 ‘사용’을 유도하려는 플랫폼의 측면에서 본다면 토큰 홀더들이 유동성 공급자가 되어 ‘수익’을 내기 위해 토큰을 묶어두게 만드는데 DeFi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비용은 적지 않다. 다만 ‘콘텐츠’에 의한 ‘사용’은 사용량에 무관하게 최소 도입 비용이 높은 반면, DeFi는 사용량이 늘어나지 않으면 비용이 늘어나지 않고 도입 최소 비용을 낮출 방법이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이는 ‘보상’에 의해 토큰의 유통량을 증가시키기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경제 시스템 전반에 걸쳐 상당한 압박이 된다. 대개는 스테이킹 보상으로 토큰을 분배하는 것과 유동성 공급에 대한 보상으로 분배하는 것이 가장 널리 사용되는데, 이는 단기적으로는 토큰의 유통량을 줄이는 효과를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시스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토큰이 ‘콘텐츠’를 통해 ‘사용’되면서 토큰의 순증이 마이너스가 되도록 만드는 것인데, 사용자들이 토큰을 사용하면서 하는 활동의 기대 이익이 확률적으로 분포되도록 하는 것이다.(이것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는 NFT를 이용한 breeding이나 게이머 간의 ‘전투’ 같은 콘텐츠가 있다. 운이 좋거나 실력이 좋으면 기대 이익이 플러스이고 그렇지 않으면 기대 이익이 마이너스이지만 기대 이익이 마이너스이더라도 dapp 사용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것들을 무조건 회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서사를 내포하면 된다.) 이때 ‘콘텐츠’가 dapp의 서사와 자연스럽게 연계되면 사용자들은 dapp의 자연스러운 ‘사용’으로 인식하여 기대값이 사용한 토큰의 양보다 적더라도 몰입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콘텐츠를 만드는 비용은 투입되면서 사용자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 있다. 이때 피해야 하는 것은 ‘무조건 기대 이익이 평균 기대이익보다 높은 전략’이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사용’으로서 자연스럽고 무조건 이익이 나는 전략을 피할 수 있다면 ‘순증’이 반드시 마이너스일 필요는 없다. 엄밀하게는 그러한 ‘사용’이 증가시키는 수요가 토큰의 순증보다 크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사용’이 충분한 몰입을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dapp 내에서 획득한 가치를 dapp의 경제 시스템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환전’의 경로가 없다면 Web3.0의 ‘보상’은 그 의미가 크게 제한되어 사용자들이 ‘보상’을 받으려는 동기를 잃게 된다. 이를 위해 가장 전형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 dapp 토큰을 거래소에 상장하여 dapp의 경제 시스템 외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폐와의 교환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인데, 그 화폐가 법정화폐라면 매우 직관적이겠지만 이것이 반드시 법정화폐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BTC나 ETH 정도의 화폐라 하더라도 범용성이 상당히 높기때문에 토큰을 BTC나 ETH로 환전한 사용자는 자신이 보유한 토큰의 가치를 ‘실현’했다고 느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전성’을 유지하는데 토큰을 ‘사용’하려는 수요에만 의존하면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때문에 많은 프로젝트 팀들은 중앙화된 거래소에 상장하여 ‘투기적 수요’를 끌어들여 토큰의 가격을 상승시키거나 유지시키려 한다. 그러나 dapp의 경제 시스템이 너무 ‘투기적 토큰 수요’에 의존하게 되면 토큰 가격의 변동성이 경제 시스템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사용’의 또다른 영역은 dapp의 경제 시스템 내에서 필요한 재화를 ‘거래’를 통해 획득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거래의 결제 통화로 코인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흔히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고 결제 통화를 플랫폼 코인으로 사용하도록 만드는데, 문제는 ‘개방적 플랫폼’에서는 다른 토큰을 결제 통화로 하는 마켓플레이스가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Web3.0 플랫폼들은 코인의 수요를 만드는 방법으로 쉽게 마켓플레이스를 도입하지만, 그 수요가 플랫폼 코인으로 독점적으로 집중되도록 하지 못하면 그 효과를 얻을 수 없기때문에 써드파티에 의한 마켓플레이스를 억제하는 ‘중앙화된’ 설계를 도입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공식 마켓플레이스에서의 거래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immutableX의 인센티브 시스템) 아예 마켓플레이스 기능을 하는 스마트컨트랙의 배포를 차단하기 위해 스마트컨트랙을 ‘검열’하는(상당 수의 중앙화된 메인넷들은 스마트컨트랙의 배포를 ‘승인’한다)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검열’이 단기적으로 플랫폼 코인의 수요를 만들더라도 결국 경제 시스템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 경제 시스템 전체는 ‘저성장 경제’의 딜레마에 빠뜨리게 된다.

마켓플레이스가 토큰의 수요를 만들게 하는 방법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써드파티의 마켓플레이스를 허용하면서도 결제통화로서의 토큰 수요를 집중시키는 것인데, immutableX의 NFT 마켓플레이스 오더북과 인센티브 설계는 이 문제에 대한 상당한 고민을 담고 있다. ImmutableX는 써드파티의 마켓플레이스에게도 공식 마켓플레이스의 오더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플랫폼이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동일하게 제공하여 마켓플레이스의 ‘거래 수수료 수익’을 나누면서 결제통화로서의 플랫폼 코인에 대한 수요를 집중시키는 설계를 채택하고 있다.

스테이킹이라는 Web3.0 플랫폼 설계 요소

스테이킹은 Web3.0 플랫폼 경제 시스템 설계 측면에서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유통량 조절 방법’으로서의 스테이킹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 시스템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기여’로서의 스테이킹이다.

전자는 토큰의 공급량에 비해 ‘사용’을 위한 수요가 너무 적은 경제 시스템의 생성 초기에 토큰 홀더들에게 ‘토큰을 시장에서 팔지 않고 기다려주는 기여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그렇기때문에 이러한 스테이킹 보상을 위한 토큰은 목표로 하는 ‘기간’ 동안 목표로 하는 스테이킹량을 기준으로 토큰 분배 계획의 일부로 포함하여 할당해두면 된다. 그러나 그 기간동안 ‘사용’을 위한 토큰 수요를 만들지 못하면 어느 순간에 스테이킹되었던 토큰과 그에 대한 보상으로 분배된 토큰이 함께 시장으로 흘러나와서 토큰의 가격이 붕괴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후자는 PoS(Proof of Stake)에서와 같이 시스템의 보안성을 제공하기 위한 담보로 사용되는 스테이킹이나 (엄밀히는 다르지만) DeFi 스왑 프로토콜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토큰을 스마트컨트랙에 묶어두는 것과 같이 경제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스테이킹이 포함될 수 있다. 이 경우 스테이킹에 대한 보상은 경제 시스템이 지속되는 동안 지속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사용되는 토큰은 발행하는 토큰의 양이 고정된 경제 시스템이건 계속 늘어나도록 설계된 경제 시스템이건 상관없이 ‘어디선가’ 계속 조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흔히 사용되는 설계 방법은 토큰의 발행량을 계속 늘려 가면서 그 일부를 할당하는 방법과 토큰 발행량은 고정하고 gas fee나 거래수수료 등으로 ‘사용’되는 토큰의 일부를 빼서 그 재원을 지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방법은 모두 토큰의 ‘가격’이 떨어지는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경제 시스템에 필요한 ‘기능’의 공급이 중단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PoS 체인의 경우 이 문제가 급격히 진행될 경우 체인의 보안성이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언스테이킹을 ‘즉시’ 처리하지 못하도록 하는 설계를 사용하는데, 다른 스테이킹들도 이 방식을 사용하여 유통량의 급격한 증가나 ‘기능’의 급격한 손실을 방어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Web3.0 플랫폼이 스테이킹을 확장하여 사용하는 또다른 방법은 플랫폼 내의 dapp 토큰에 대해서도 통화량 조절을 위해 스테이킹을 인프라 기능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dapp들은 각자 스테이킹 메카니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제공하는 스테이킹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플랫폼 내의 스왑 프로토콜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묶인 dapp 토큰에 대해서도 플랫폼 코인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데, 이는 dapp 토큰과 함께 페어로 묶이는 플랫폼 코인에 대한 보상의 성격도 갖고 있기때문에 플랫폼 코인 스테이킹에 보상을 지급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다만 스왑 유동성 공급을 위한 경우에는 즉각적인 인출을 보장해야 하므로 토큰 가격의 외부 충격이 즉시 경제 시스템 내로 전달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Web3.0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는 누구인가?

블록체인 기술 시스템으로서의 ‘메인넷’은 이 문제에 답을 할 이유가 없지만, 경제시스템으로서의 Web3.0 플랫폼은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가설을 제시해야 한다. Web1.0 플랫폼은 퍼스널 컴퓨터로 정보를 탐색하고 새롭고 편리한 구매 경험을 원하는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했고 이들이 상당히 많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기초로 플랫폼 모델이 제시되었다. Web2.0 플랫폼은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사용자들이 다른 사용자들의 상태와 상호작용하려는 ‘동기’가 있고 그 동기를 이용하여 ‘주목도’를 실시간으로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기초로 모델링 된 것이다.

그렇다면 Web3.0이 가정하는 ‘사용자’는 누구인가? 그것의 중요한 구성 요소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플랫폼의 모델은 달라진다. 이더리움과 같이 거래소에서 ETH를 사서라도 이더리움 dapp을 사용하고 거기서 얻은 보상을 거래소에서 팔아서 그 가치를 실현하는 사용자를 전제로 하는 Web3.0 플랫폼 모델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 모델에는 ‘투자자’는 있지만 ‘사용자’가 없다.

Web3.0 플랫폼이 Web1.0 또는 2.0의 사용자들 안에 내재되어 있지만 과거의 플랫폼이 해소시킬 수 없는 ‘동기’를 포착하거나, 플랫폼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에 반응하는 동기를 가진 ‘사용자’를 찾아내야 한다. 여기서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접근법은 페이스북의 ‘Libra’다. 이들은 unbanked를 Libra의 사용자로 보았는데, 이는 전통적인 Web과는 다른 관점이다. 이미 Web의 온-오프라인 인프라가 충분히 발달된 지역의 ‘지불의향과 지불능력이 큰’ 사용자가 아닌 사용자들을 Web3.0의 주요 행위자로 판단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Web이 요구하는 ‘화폐’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는 것이 Web3.0이 성장할 수 있는 ‘동기’라는 것을 포착한 것인데, 이는 Web3.0이 사용자의 동기로 보는 ‘보상’에 대한 경험이 근본적으로는 ‘화폐’에 대한 경험을 기초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입증한 것은 액시인피니티라는 게임이었다.

액시인피니티는 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보상’ 경험을 제공하고 이들이 받은 ‘보상 토큰’은 커뮤니티인 ‘길드’ 내에서 ‘환전’된 돈이나 해당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로 ‘거래소 가입 없이’ 이루어졌다. 길드의 리더들은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 보상으로 받은 토큰의 ‘환전’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것들 중 일부는 뱅킹과 법정화폐로 이루어졌지만 상당량은 모바일 선불카드 포인트와 같은 ‘모바일 머니’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저개발국에서 이에 대한 규제는 느슨했는데, 금융 제도가 발달하지 않았기때문에 규제도 발달하지 않은 상황은 편리한 ‘보상 경험’의 중요한 환경이 되었다.

이는 비트코인이 은행 계좌를 갖지 못한 인구가 많은 저개발 지역에서 송금 수단으로 확산되어 사용된 것과 유사한데, 이는 과거의 Web 플랫폼들이 잘 발달된 온-오프라인 금융 인프라와의 결합을 통해 진화해 온 것과는 상당히 다른 상황이었다. Web3.0은 ‘발달되지 못한’ 인프라와 결합되어 성장하며 Web3.0 플랫폼의 성장을 이끌 사용자들은 거래소나 은행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가진 사용자일 가능성이 높다.

[Web3.0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많은 프로젝트들은 스스로 Web3.0 플랫폼이 되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프로젝트들의 대부분은 Web3.0이 Web과 같은 스케일의 다계층적 프로토콜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개의 Web3.0 프로젝트들은 Web3.0이라는 용어를 ‘애플리케이션 BM’이라고 여기며, 프로젝트의 리더십을 가진 팀이 생태계 전체에 통용되는 ‘화폐’인 코인을 발행하고 유통시키는 지배력을 갖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Web3.0에 대해 좀 더 깊은 통찰을 갖기 위해서는 Web을 더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Web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이룬 것은 무엇일까? 이들은 ‘네트워크’(TCP/IP)와 ‘애플리케이션’(HTTP) 프로토콜을 중심으로 한 Web이라는 기술 플랫폼 위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 자신들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경제 시스템의 원리를 이용하여 그 안에 더 많은 경제 행위자들을 가두고자 했다. 그러나 Web의 진화 과정은 거대 애플리케이션들이 ‘컴퓨팅’ 레이어로 확장하면서 자신의 지배력을 단순히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인터넷 컴퓨팅’으로 넓히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이른바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컴퓨팅이다. 그 위에서 ‘전형적인 행위자’들의 ‘동기’를 해소시켜주는 ‘단순화된 프로세스’를 글로벌 스케일로 제공하여 경제적 가치가 만들어지도록 한 것이 Web 플랫폼의 모델이다.

마찬가지로 Web3.0 플랫폼은 진화 단계별로 모델을 변화시켜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기술적 혁신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더 많은 공급자가 ‘동기’를 실현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제공해야 하고 실제로 존재하는 ‘사용자’의 동기를 실현시켜주어야 한다. 현재 Web3.0이 이들의 동기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플랫폼의 보상 시스템’이 잘못 설계된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블록체인 메인넷 재단들은 dapp 개발팀에게 그랜트(grant) 형식의 보조금을 통해 유용한 dapp이 자기 플랫폼 안으로 진입하는 것을 촉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과 같이 ‘자의적인’ 보상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공급자들을 진입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플랫폼이 성장하는데 기여가 큰 dapp이 채굴자들과 함께 메인넷의 보상 시스템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일부 메인넷들은 계정추상화와 같은 기술을 이용하여 gas fee 대납 기능을 제공하여 사용자들의 gas UX를 개선하고자 한다. 그러나 gas 없이 dapp을 사용하여 보상으로 받은 토큰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순간 ‘거래소’로 보낼 gas fee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용자들은 플랫폼으로부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일시적으로 환전을 대행할 수 있는 ‘길드’에 의존할 수는 있지만, 오프체인 상에서 작동하는 ‘길드’가 제공하는 ‘신뢰’는 확장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Web3.0의 진화에서 성공적인 ‘플랫폼 모델’이 등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된다. 이제 Web3.0 플랫폼이 되려는 프로젝트들은 ‘메인넷의 성능’이나 ‘스마트컨트랙의 개선’과 같은 기능적 요소가 아니라 플랫폼이 갖춰야 하는 ‘보상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보상 시스템이 ‘성공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Web3.0 플랫폼을 성공시킬 수 없다.


장중혁 — 블록체인경제연구소장, 크립토워커스다오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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