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3.0 경제 시스템의 설계방법(3–2부) -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 단일 도메인은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

Web3.0 경제 시스템의 설계방법(3–2부) -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 단일 도메인은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

— written by 장중혁

3부.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 단일 도메인은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계속)

[이더리움의 사실확정과 규칙강제 도메인]

비트코인의 한계와 관할권 확장의 필요성

비트코인의 관할권이 국가 법률 관할권의 권능에 의존하지 않고 온라인 관할권 내의 가치시스템에 대해 거래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라는 개념 검증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를 현대적 가치시스템 뒷받침하는 관할권으로 사용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몇가지 이유에서 비롯되는데, 가장 근본적인 것은 그것이 그 관할권 내에서 정의된 회계 시스템의 계정과목인 BTC 외에 다른 것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로 확장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비트코인 관할권은 누군가 비트코인을 내고 상인에게 사과를 사는 거래의 거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과’도 ‘구매자’도 ‘상인’도 비트코인 관할권이 사실을 확정하거나 규칙을 강제할 수 있는 관할권 내에 있지 않기때문이다. 이는 비트코인 관할권이 포괄할 수 있는 ‘가치시스템’의 구성요소가 극단적으로 제한적이기때문에 벌어지는 일인데, 비트코인이 현존하는 다양한 가치시스템들을 포괄하려면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관할권 내에서 다루면서도 ‘완결적 관할권’으로서 사실을 확정하거나 규칙을 강제하는 비트코인 관할권의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온라인’인 비트코인 관할권은 ‘몸’이 없기때문에 물리적 실체를 직접 관할할 수 없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일단 이 문제를 뒤로 남겨두고 1차적으로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가치시스템을 완결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만드는 확장시키는 것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비트코인과 같이 국가 법률관할권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거래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온라인 관할권 위에서 더 다양한 경제적 가치를 다루는 가치시스템과 보상시스템, 보상수단시스템을 모두 작동시킬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비트코인의 개념증명을 확장시켜 근대의 설계자들이 국가 법률관할권으로 이루려고 했고 2차대전 이후의 현대 세계 설계자들이 국제 기구와 다자 간 협정 등을 통해 목표로 했던 글로벌한 확장을 위한 경제시스템 모델과 경쟁할 수 있는 메카니즘이 ‘온라인 상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은 국가들을 기본 단위로 하는 글로벌 경제시스템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는 대안적 경제시스템의 탄생을 뜻한다.

이미 온라인 경제는 충분히 성숙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온라인 경제가 얼마나 국가 관할권에 속박되어 있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다. 현재 온라인 상에 있는 어떤 BM도 국가의 법률 관할권에 의존하지 않고는 자신의 가치 시스템을 완결할 수 없다. 또한 모든 온라인 BM은 국가 관할권에서 비롯되는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이는 관할권이 제공하는 기능과 편익에 대한 지불이며,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관할권 비용을 감당할 수 없지만 인류에게는 가치 있는 가치 시스템을 가로막는 장벽이기도 하다. 또한 국가의 법률 관할권이 불필요하게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기능과 편익을 제공하면서도 그 자체로 독점적 지위에 있기때문에 부과되는 비용(특히 금융은 그렇다)도 있으며, 더 저렴한 비용으로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관할권이 있다면 경제 시스템들은 관할권을 변경함으로써 더 혁신적인 가치 시스템을 경제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것이 비트코인 관할권을 확장하여 국가 관할권 위에서 작동하고 있는 가치 시스템을 ‘관할권 변경’시키려는 동기이자 이것이 국가 관할권과 ‘경쟁’하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비트코인 관할권을 확장하지 못하더라도 국가들의 경제시스템을 견제할 수는 있다. 돈의 흐름은 이미 실물 영역에 있지 않으며, 돈의 흐름을 견제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국가들의 경제시스템을 견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때문이다. 이것은 어찌보면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들의 주장이기도 한데, 이는 현 체제를 ‘견제’하는 관점에서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도구로 현 체제의 일부를 대체하여 현 체제의 경제시스템을 ‘진화’시키려는 관점에서는 한계를 가진 대안이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그것을 위한 효과적 도구인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Web3.0은 여전히 현 체제의 ‘보완재’ 또는 ‘견제 도구’라는 위치에서 해석되는 경향이 강하다. Web3.0은 현 체제의 일부를 대체하게 될 것인지 보완에 그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변화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할권 확장의 두 방향

이더리움 관할권을 확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더리움이 제공하는 ‘사실 확정과 규칙 강제’가 적용되는 대상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을 기초로 더 다양하고 많은 양의 거래에 거래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거래들을 연결하여 이더리움 관할권 위에 더 많은 ‘가치 시스템’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이더리움 관할권들은 비트코인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 현존하는 국가 법률 관할권 위에서 작동하는 경제 시스템을 ‘대체’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이는 레이어2에 대한 논의에서 이야기되는 ‘확장성’과는 공통적인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레이어2의 ‘처리 용량 확장성’ 개념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 역시 관할권이 확장되어야 그 관할권의 실효가 커진다는 것이다. ‘대체’ 가능한 대안이 되는 것은 그 관할권을 기능적으로 대체할 뿐아니라 ‘규모’ 측면에서도 대체하는 것이다. 일단 ‘규모’는 ‘대상의 종류’, ‘대상의 수’, ‘대상의 범위’가 결정하게 되며, 우리는 이 세 방향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

‘더 다양한’ 가치시스템 구성요소로의 확장은 두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는데, 하나는 블록체인 관할권 내에서 정의할 수 있는 ‘새로운 관할 대상’을 추가할 수 있도록 관할권의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할권 밖의 대상을 관할권 내에 있는 것과 같이 취급하면서도 관할권의 기능만으로 ‘거래 안정성’을 제공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전자는 관할권의 기능이 진화하여 관할할 수 있는 대상을 늘리는 것인데 법률관할권의 역사에서 전기와 같이 다양한 비물질적 요소를 관할할 수 있도록 법률과 기술이 진화한 것이나 개인 간의 계약에 의해 형성된 채권을 물권과 같이 소유하거나 이전할 수 있는 권리로 바꿔낸 근대 법체계의 진화와 유사한 것이다. 후자는 관할권의 권능이 작동하는 범위를 넘어서 다른 관할권 내에 있는 대상을 다루는 가치시스템에 대해서도 관할권이 그 가치시스템을 구성하는 거래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규율할 수 있는 ‘역외’ 사실확정 능력이나 강제력을 갖게 되는 것인데, 법률관할권에서는 국가 간의 조약이나 다자간 협약과 같은 장치를 구성하는 것이 그 예가 된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관할권과 관련하여 이 두가지 문제를 복합시켜 두개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하나는 ‘스마트컨트랙’이고 다른 하나는 ‘오라클’이다.

스마트컨트랙을 이용하여 이더리움 관할권 내에서 새로운 관할 대상 즉 거래 대상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더리움 이전의 비트코인 확장 프로젝트들이 포크를 통해 블록체인 기초 장부에 새로운 계정 과목을 추가하여 ‘새로운 관할 대상’을 추가하던 방식과 비교될 수 있는데, 그 방식의 문제는 새로운 관할 대상을 추가하기 위해서 커뮤니티 전체의 합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때로 그것은 새로운 채굴자들을 모아 새로운 체인을 만드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했는데, 이더리움은 이를 스마트컨트랙 코드의 작성과 배포라는 쉬운 절차로 바꿔놓았다. 문제는 이더리움이 스마트컨트랙으로 추가할 수 있게 만든 ‘새로운 관할 대상’이 커뮤니티 전체의 합의에 의해 사실확정과 규칙 강제의 기능이 메인넷의 검증 노드에게 부여되어 메인넷 장부에 추가한 계정과목과 같이 ‘검증된 사실’을 제공할 수 있는가이다.

오라클은 이더리움 밖에 있는 대상을 — 그것이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 이더리움 블록체인 내의 ‘상태’로 인식하고 그 둘 사이의 ‘불일치’를 없애는 기술경제적 메카니즘을 사용하여 이더리움 밖의 대상을 이더리움 상에서 거래하더라도 거래 안정성이 보장되는 메카니즘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컨트랙에 의한 관할권 확장은 앞선 논의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이더리움 내에 스마트컨트랙을 이용한 ‘사적 관할권’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여 이더리움 관할권이 그것을 다시 관할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스마트컨트랙이 ‘사적 관할권’ 내에서 발생한 ‘거래’를 구성하는 ‘사실’들을 관할하게 되고, 관할권의 정책에 부합하는 ‘거래’를 쉽게 생성할 뿐 아니라 거래 이행을 ‘강제’하는 힘을 통해 이더리움 관할권 내에서 경제 시스템 구성하려는 경제 주체들의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더리움은 이런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관할권 원리와 기능을 잘 갖춘 것일까? 아니면 아직 그러한 관할권이 되기 위해 진화하고 있는 과정일까? 만약 진화하는 중이라면 진화를 위해 이더리움이 풀어가고 있는 문제들은 무엇일까?

관할권 확장의 두번째 방향인 ‘오라클’도 결국 스마트컨트랙과 관련되어 있다. 오라클이 해야 하는 기능은 오프체인 상의 ‘사실’들(예, 창고에 보관 중인 사과 갯수, 점등된 가로등 수 등)과 ‘동기화된’ 온체인 ‘상태’를 생성하고, 이것이 온체인 거래의 대상이나 조건으로 사용되더라도 거래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거래의 결과를 강제하는 것을 보장하는)이다.

이때 오프체인 상의 ‘사실’이 거래의 대상에 대한 것이라면, 소유라는 ‘상태 변경’에 대해 온체인과 오프체인 양방향으로 ‘상태 변경 사건’이 통제되어 서로 동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상태’ 자체를 동기화하는 것으로도 달성할 수 있겠지만, 이는 비용이 너무 높아져서 관할권 확장의 실효가 없게 될 수도 있기때문에 1차적인 방법은 아니다.

만약 오라클을 통해 동기화하려는 ‘사실’이 거래의 ‘조건’(교환 비율 참조값 등)에 대한 것이라면 이는 이 ‘조건’을 낮은 비용으로 조작하여 그 비용보다 큰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를 차단할 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도 무관하다. 그러나 이를 위한 범용적 방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더리움의 stateful 스마트컨트랙은 이 조건이 되는 사실을 동기화하여 온체인 ‘상태’로 만들어서 이를 온체인 거래의 조건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조작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실시간으로 조사 가능하다. 만약 특정한 디파이 가격 오라클이 A 거래소와 B 스왑 프로토콜의 가격을 참조하는 비중이 높다면 거래를 조작하려는 공격자는 A 거래소와 B 스왑 프로토콜의 가격 조작의 비용이 가장 낮은 때(매수 매도 잔량이 현재 가격의 주위에 얇게 분포하고 있는)를 틈타서 공격을 시도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더리움 관할권 내에서 활용되고 있는 오라클(예를 들자면 체인링크 오라클)은 ‘거래 대상’이 되는 사실과 ‘거래 조건’이 되는 사실에 대해 오라클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고, 그것으로 인해 이더리움 관할권의 확장성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일까?

이 글에서는 이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더리움 관할권 내에서의 ‘사실’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거래’란 ‘사실’로 구성되는 일련의 인과적 과정이기때문이다. 이더리움 관할권의 가치시스템을 확장한다는 것은 그 가치시스템을 구성하는 거래가 다룰 수 있는 ‘사실’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더리움 관할권이 거래들에 대해 거래안정성을 제공하려면, 이더리움 관할권 내의 가치시스템을 구성하는 거래들이 다루는 ‘사실’들이 견고해야 한다. 거래를 추상화해보면 거래란 ‘사실’을 조건으로 ‘상태로서의 사실’을 변경하는 이벤트다. 따라서 관할권이 거래의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사실인가?’에 대해 거래 결과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사실’을 조작하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인식하도록 속일 수 없게 만드는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 흔히 법률 관할권이 부동산과 같은 ‘자산’에 대해 ‘등기’ 제도를 제공하는 동기는 — 그것이 비록 헛점이 있더라도 — 바로 이러한 ‘사실’ 조작이나 기만에 대항하는 장치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블록체인 관할권 내에서 ‘사실’이란 현실의 법률 관할권에서의 ‘사실’에 대한 다양한 법철학적 관점이 있는 것과는 달리 극단적인 ‘법실증주의’적 관점에서 정의되는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법률적 요건을 갖춘 ‘사실’만이 법률적으로 의미가 있는 ‘법률적 사실’이며, 이는 ‘자연적 사실’이나 ‘사회적 사실’과 같이 일상적 의미의 ‘사실’ 개념과 달리 ‘법률 적용의 대상’으로서의 사실이 되기 위해서는 법률이 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블록체인이 생산하는 ‘사실’은 블록체인 관할권 내에서 ‘사실’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증명력 있는 증거와 이 증거에 대한 평가자(검증자)들의 검증, 사실을 해석하는 절차가 함께 생성된 것만 ‘사실’의 자격을 갖는다. 이는 이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이벤트로 생성된 ‘정보’ 혹은 ‘상태’는 블록체인 관할권 내에서 ‘사실’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즉 이더리움 관할권은 ‘사실’에 해당하는 ‘상태’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생성하고 갱신하는 ‘사건’을 검증하는 관할권이다. 즉 ‘상태’는 허용되지 않은 방법을 통한 조작이 불가능하게 저장하고 ‘사건’은 사전에 정의된 검증방법으로 검증하는 관할권이라는 뜻이다.

블록체인 내에서 발생하지만 블록체인 관할권 내에서 ‘사실’의 지위를 갖기 위한 형식적 조건을 갖추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는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의 헤더에 적힌 타임즈 기사 제목과 같이 채굴자가 넣은 메시지나 OP_RETURN 연산자를 이용하여 80바이트 이내로 기록한 메시지 같은 것들이 있다. 이것들은 명확히 ‘데이터’의 형태로 블록체인 내에 존재하는 ‘증거’가 있지만 블록체인 관할권 내의 기능을 이용하여 그것을 갱신하는 ‘사건’을 검증할 수 없다. 이는 이 ‘데이터’가 블록체인 관할권 내에서 어떤 ‘증명력’의 원천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더리움 스마트컨트랙의 이벤트로그나 calldata 저장소에 저장된 데이터는 ‘증거’로서 블록 내에 존재하지만 이더리움 관할권 내의 기능에 의해 이 증거를 ‘갱신’하는 사건을 검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관할권 내에서 ‘증명력’을 위한 형식적 조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블록체인 관할권의 ‘관할 대상’으로서의 ‘사실’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 맥락에서 이더리움 관할권 내에서 ‘사실’의 지위를 얻기 위한 형식적 조건을 갖춘 데이터는 ETH 잔액과 스마트컨트랙 바이트코드, 스마트컨트랙에 의해 생성된 사적 관할권 내에서 정의된 ‘상태(state)’ 데이터 뿐이다. ETH 잔액과 스마트컨트랙 바이트코드는 트랜잭션 ‘검증 노드들이 사전에 가지고 있는 사건 검증 규약에 의한 합의’라는 절차를 통해 ‘증명력’과 ‘해석’을 획득하는 ‘사실’이고, 스마트컨트랙 내에서 정의된 ‘상태’는 EVM 상의 스마트컨트랙 코드가 내포하고 있는 ‘사건 검증의 규약’에 의한 검증에 대한 검증 노드들의 합의라는 절차를 통해 증명력과 해석을 획득한다. ‘해석’을 획득한다는 것의 의미는 그 사실을 입력으로 한 ‘사건’이 인과적으로 블록 내에 저장된 다른 ‘사실’을 갱신하는 것을 강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컨트랙 내의 ‘상태’가 ‘사실’로 확정되는 것은 그것을 발생시키거나 갱신하는 ‘사건’이 스마트컨트랙이 정한 어떤 검증 규약을 통해 검증되는가에 달려 있으며, 이더리움 검증 노드들의 사건 검증 규약을 통과해 블록 합의가 몇번 이루어지는가와 무관하다.

하지만 이더리움 관할권이 직접 증명력과 해석을 제공하는 ‘사실’인 ETH 잔액과 스마트컨트랙 바이트코드와 비교할 때, 스마트컨트랙 내의 ‘상태’는 이더리움이 블록체인을 혁신하려는 핵심적 목표인 ‘사실 확정’의 대상, 즉 ‘관할 대상의 확장’을 하는 중심 요소이므로 좀 더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더리움이 목표로 한 ‘관할 대상의 확장’은 이더리움 스마트컨트랙에 의해 ‘성공’했다고 봐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성공’에 도달하지 못하고 보완 혹은 진화 중인 것인지. 스마트컨트랙에 의해 생성된 이더리움 내의 ‘사적 관할권’에서 만들어진 ‘사실’이 이들이 이더리움 관할권 내에서 어떤 지위를 갖는 것인지, 어떤 부분이 아직 부족한 것인지를 좀 더 엄밀하게 검토하는 것은 현재의 이더리움과 이더리움의 스마트컨트랙 모델을 따르는 체인들 내에서 ‘사실’을 다룰때 주의할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경제시스템 설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기때문이다.

이더리움의 관할권 확장 전략으로서의 스마트컨트랙

이더리움은 첫번째 방향의 확장을 위해 비트코인 스크립트를 Turing complete하게 확장하여 스마트 컨트랙이라는 ‘사적 관할권’ 생성의 일반적 방법을 제공한다. 그런데 스마트컨트랙은 비트코인 스크립트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적 관할권을 생성한다. 이는 비트코인 스크립트가 ‘제한된 주체’들이 공유하는 하나의 트랜잭션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시작점과 종결점을 정하여 실행되는 사적 관할권인데 비해 이더리움의 스마트컨트랙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도록 별도의 ‘주소’를 가진 공간을 생성하여 ‘종결되지 않는 사적 관할권’을 생성한다는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컴퓨터 공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비트코인 스크립트는 비트코인 블록 내의 어디에도 비트코인 스크립트 내에서 사용된 변수로 생성된 ‘상태’가 저장되지 않고 사적관할권 종결 시에 폐기되는 ‘stateless’ 구조라면, 이더리움 스마트컨트랙은 컨트랙 내에서 사용되는 변수 중에 블록 내의 ‘저장소’에 저장되어 ‘상태 관리’가 가능한 ‘stateful’ 구조를 갖고 있다는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트코인은 BTC 잔액 외에 사적관할권에서 정의하여 사용하는 ‘상태’를 사적관할권을 종결할 때 모두 버리기때문에 비트코인 관할권 내에서 ‘사실’의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없지만, 이더리움의 사적관할권은 종결되지 않기때문에 사적관할권에서 정의한 ‘상태’를 블록에 저장하므로 ‘사실’의 지위를 가질 가능성과 이것이 만들어내는 효과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생긴다. 우리가 이더리움 관할권 내에서 ‘사실 확정’의 대상이 되는 ‘상태’를 이더리움 잔액에서 스마트컨트랙의 ‘상태’(state)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도 이더리움이 ‘상태’를 저장한다는 것 때문에 발생한 이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블록에 저장되는 ‘상태’가 이더리움 관할권이 ‘사실 확정’의 기능을 제공하는 ‘관할 대상’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비트코인의 경우 BTC 잔액은 사실 확정의 대상이 되는 관할 대상이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더리움의 잔액도 이더리움 관할권 내에서 사실확정의 대상이 되는 관할 대상이다. 그렇다면 스마트컨트랙에 의해 정의된 ‘상태’는 어떨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더리움 스마트컨트랙 내부에서 정의된 ‘상태’가 어떤 방식으로 사실로 확정되어 다른 거래의 입력값이 되더라도 거래 안정성을 보장하게 되는가를 좀 더 엄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스마트컨트랙에서 정의한 ‘상태’를 발생시키거나 갱신하는 ‘사건’을 검증하는 조건과 로직을 제공하는 것은 이더리움 자체가 아니라 스마트컨트랙이다. 즉 계약의 실행 조건이 충족되었는가에 대한 검증을 위한 조건과 로직은 법률이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서가 제공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사실 확정’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스마트컨트랙 내에 ‘상태’를 정의하여 이를 블록에 배포하는 것이 이더리움 관할권 내에서 관할대상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이더리움 관할권이 검증 노드들의 보유한 트랜잭션의 검증 규약에 근거한 합의에 의해 블록을 생성하는 것만으로도 EOA(External Owned Account)의 잔액과 CA(Contract Account) 내의 스마트컨트랙 바이트코드를 ‘사실’로 확정하는 것과 달리 스마트컨트랙 내부에 정의된 ‘상태’는 이더리움 관할권의 검증 노드 간 합의 기능으로 ‘사실’로 확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마트컨트랙에 의해 새롭게 정의된 ‘상태값’(사실)들은 이더리움 블록 컨펌이 수십차례 진행된다고 해서 이더리움 관할권 내의 다른 거래가 이를 기초로 다른 거래를 생성하는 것이 무조건 ‘안정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그 ‘상태값’이 이더리움 관할권과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

앞서 ‘사적 관할권’에 대한 논의에서 ‘계약’에 의해 생성된 사적 관할권이 정의한 ‘사실’들은 계약이 정한 방식과 시간에 의해 확정된다는 설명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계약이 참조하는 ‘사실’들은 법률 관할권이 직접 작동하지 않더라도 계약 당사자 간에 확정된다. 그 ‘사실’이 특별한 확인 방법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계약 내에 그 ‘사실의 확인 방법’을 명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적 관할권 내에서 계약의 이행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면 관할권의 기능이 작동한다. 관할권의 기능이 작동하는 순간 숨겨졌던 진실들이 드러나게 되는데, 어떤 ‘사실’들은 관할권 내에서는 사실로서 확정을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과 안토니오의 거래는 베니스 법정에서 강제하려는 계약 내용이 ‘불법’이므로 계약이 구속하려는 ‘사실’에 대한 구속력이 무효가 된다. 심지어 계약을 믿은 샤일록은 이교도이기때문에 추가적인 피해까지 입는다. 이는 사적 계약에 담긴 내용이 관할권 기능을 맞닥뜨리기 전에는 관할권 내에서 확정 가능하고 강제력의 기반이 되는 ‘사실’로서의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의 법률관할권에 기속된다’는 계약서 상의 문구는 결코 이 계약의 내용이 ‘미국 법률에 의해 합법’이라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는 관할권과 그 관할권에 기속되는 ‘사적 관할권’ 사이의 일반적 긴장이고 블록체인도 예외는 아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더리움 스마트컨트랙 내에 정의된 ‘상태’는 계약의 당사자에게 스마트컨트랙 안에 기술된 계약의 성립이나 실행 조건의 기초가 되는 ‘사실’이 어떻게 확정되는지의 조건을 충족할 때 비로소 ‘사실’로 확정된다. 그러나 그것이 관할권의 규칙을 위배하는 경우 ‘사실’로서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하게 되는데, 이더리움 스마트컨트랙 내의 ‘상태’는 그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는 이더리움 관할권 내에서는 스마트컨트랙으로 만들어진 ‘무한 루프’ 내에 정의된 ‘상태’는 ‘사실’로 확정될 수 없다. 그것은 이더리움 관할권이 ‘가스’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무한 루프’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법률 관할권에서 ‘종교적’ 이유나 ‘정치적’ 이유로 어떤 종류의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그러나 가스비 조건은 법률과 같이 자의적 해석이나 역사적 해석의 가능성이 없기때문에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러나 법률 관할권과 달리 이더리움 관할권은 스마트컨트랙에 의해 생성된 사적 관할권 내의 ‘분쟁 상황’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관할권이 최종적 사실 확정을 제공한다는 관념에 반한다. 이더리움 관할권은 스마트컨트랙 사적 관할권이 사실로 확정한 ‘상태’를 저장하여 보관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사실로 확정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않는다. 만약 가능하다면 ‘사전에’ 개입할 수는 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이것은 어떤 문제를 일으키게 될까? 다음의 상황과 맞물리면 거래 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블록체인 관할권 내의 사적 관할권 내에서 스마트컨트랙에 의해 정의된 ‘사실’이 법률 관할권 내의 계약(사적 관할권)에서 정의된 ‘사실’과 다른 점은 스마트컨트랙에 의해 정의된 ‘사실’은 블록체인 내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스마트컨트랙은 같은 체인 내에 있는 다른 스마트컨트랙에서 정의된 ‘사실’을 ‘조립’(composition)하여 새로운 사적 관할권을 생성한다. 이는 마치 사과를 거래하는 개인 간에 체결한 계약 내에서 합의한 ‘가격’을 외부에 공시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가격들을 모아서 ‘평균값으로 거래 가격을 정하자’라는 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행태가 나타나는 것과 유사하다. 이는 계약으로 생성된 사적 관할권 내에서 당사자 간에 합의에 이르는 비용을 낮추는데 유용한 기준을 제공하여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때 문제는 누군가 자신의 사과를 더 비싸게 팔기 위해 ‘가짜 거래’를 많이 만들어서 가격 참조값을 올려놓고 그 가격으로 자기 사과를 팔아치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약 내에서 정의된 ‘사실’을 공개하여 참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전통적으로 경제학이 주장해 온 시장의 정보 제공 기능 측면에서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여 효율적 시장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정보를 조작함으로써 시장을 조작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는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가 주장한 ‘정보의 패러독스’인데, 정보의 투명성은 시장을 완전 경쟁 상태로 만드는 효과만 있는게 아니라 그 정보처리 능력의 차이로 인한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독점자가 시장을 효과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보 투명성은 거래 안정성을 위한 조건이라기보다는 ‘시장 최적화’ 또는 ‘효율화’를 위한 조건이라는 점에서 블록체인 관할권이 어떤 가치에 중심을 둘 것인지에 대한 쟁점을 형성한다. Stateful smart contract을 사용하는 블록체인 관할권은 ‘사실 확정’ 기능을 통해 사실을 조작할 수 있는 도구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리를 해보자면, 이더리움 관할권 내에서 ‘사실 확정’의 대상이 되는 ‘사실’의 구성은 지금도 여전히 진화가 진행되는 영역이다. ETH 잔액은 이더리움 관할권이 매우 ‘견고한 사실’로 확정해주고 있는 반면, 스마트컨트랙 영역에서는 확정하려는 ‘사실’이 무엇이고 어떤 방법으로 확정 가능한지, ‘사적 관할권’에서 확정된 ‘사실’의 효력을 어느 정도로 확장 가능하고 바람직한지, ‘사실 확정’이 거래 환경으로서 가진 장점과 단점, 혹은 오해가 뒤섞여 있다. 스마트컨트랙 내의 ‘상태’는 이더리움이 거래 관할권으로서 확정하려는 ‘사실’로서의 일부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스마트컨트랙이 이 ‘상태’의 갱신 조건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거래의 구성 요소로 사용하기 적합한 ‘사실’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이더리움2.0 로드맵에는 이러한 ‘관할권’으로서의 문제와 ‘컴퓨팅’ 환경으로서의 문제가 혼재되어 있는데, 이더리움의 리더들은 대개 이 문제를 ‘레이어2’와 ‘데이터 오프로딩’을 통한 ‘컴퓨팅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 문제와 사실 미확정 상태에서 시장을 조작하여 이익을 취하는 MEV(Maximum Extractable Value)나 Flash Laon Attack 등의 문제로 나누어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더 빠르고 비용이 낮은 스마트컨트랙 블록체인 환경을 제공하는 문제와 ‘관할권으로서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문제로 따로 떼어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두 문제가 한 덩어리로 얽혀 있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현재의 이더리움 로드맵이 너무 컴퓨팅 환경으로서의 문제에 편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인식을 기초로 두 문제를 떼어서 설정하려고 접근할 때에야 비로소 균형 잡힌 문제 설정과 효과적 해결책에 다가갈 수 있다. 그래야 비로소 블록체인 관할권은 스마트컨트랙이 정의한 ‘상태’를 관할권 내에서 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대상 혹은 조건으로 ‘거래 안정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사실 확정’의 대상으로 포괄할 수 있게 된다.

오라클이라는 관할권 확장 전략

흔히 오라클은 ‘방법’ 수준에서 많이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오라클은 다른 모든 관할권이 그랬던 것처럼 관할권 확장의 ‘동기’ 차원에서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이더리움 관할권에서 다룰 수 있는 가치 시스템을 확장하는데는 다른 관할권(대개는 법률 관할권이나 다른 체인 관할권)에서 구성되어 있는 가치 시스템을 이더리움 관할권의 장점을 이용하여 강화하거나 비용이나 유동성 부족 등을 이유로 다른 관할권에서 구성하기 어려운 가치 시스템을 이더리움 관할권의 강점을 활용하여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전략이다. 이는 스마트컨트랙을 이용하여 ‘사적 관할권’을 만들고 그 안에서 관할 대상을 늘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더리움 관할권을 다른 관할권의 가치 시스템과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방법 역시 스마트컨트랙과 관련되어 있다. 그것을 우리는 오라클이라고 부른다. 스마트컨트랙을 이용하여 오라클을 구성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개의 접근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스마트컨트랙에서 ‘상태’를 정의하고, 그 상태값이 다른 관할권에 있는 상태와 동기화를 유지하도록 하는 메카니즘도 스마트컨트랙에 의해 만드는 접근법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Augur와 같은 것이 있다. 이는 다른 관할권에 있는 상태를 스마트컨트랙 내의 상태와 동기화시키기 위해 다른 관할권 내에 있는 어떤 ‘강제 메카니즘’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오직 스마트컨트랙이 제공하는 ‘보상’에 의해서만 다른 관할권의 상태와 이더리움 관할권 내에서 만들어진 스마트컨트랙 내부의 상태를 동기화시킨다.

다른 하나는 마찬가지로 스마트컨트랙 내에 ‘상태’를 정의하지만 이를 연계시키려는 다른 관할권의 가치 시스템 내에 특정한 강제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다. 어떤 거래소로부터 비트코인의 가격을 오류없이 수집한다거나 다른 체인의 상태를 오류나 조작없이 이더리움 스마트컨트랙의 상태값으로 리포팅하는 ‘신뢰할 수 있는’ 주체를 도입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대표적 사례는 체인링크가 제공하는 오라클이다. 물론 여기서도 부분적으로 이더리움 관할권 내의 스마트컨트랙을 이용한 ‘보상’을 활용하는 메카니즘을 사용할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보조적이다.

지금까지의 오라클들은 주로 다른 관할권에서 발생한 ‘상태’를 이더리움 스마트컨트랙의 상태로 오류나 조작없이 동기화시키는 것에 관심을 두었지만, 이더리움 관할권의 확장 전략 차원에서 보면 오라클의 역할은 훨씬 폭넓다. 그런 의미에서 오라클을 재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우리에게 익숙한 다른 관할권 내의 상태를 이더리움 관할권의 스마트컨트랙 내에서 정의된 상태로 가져오는 ‘오프체인 to 온체인’ 오라클이다. 여기서 두 상태 간 동기화를 강제하는 메커니즘이 이더리움 관할권 내에 있는지 다른 관할권에 강제 장치를 가정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 다음으로는 이더리움 스마트컨트랙이 정의한 ‘상태’를 다른 관할권의 가치 시스템이 그 관할권이 인정하고 허용한 방식으로 동기화하여 다른 관할권 내의 가치 시스템 구성에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온체인 to 오프체인’ 오라클이다. 그러나 아직 이더리움 내의 보상을 이용해 다른 관할권으로의 상태 동기화를 강제하는 신뢰할 수 있는 사례는 없다. 왜냐하면 온체인 상에서는 오프체인의 상태 변경을 ‘검증’할 방법이 없기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아직 이더리움에는 이런 종류의 오라클이 없는 셈이다. 그러나 만일 오라클의 의미를 좀 넓게 본다면, 이더리움 내에서 발행된 토큰들을 다른 체인으로 넘겨서 활용하기 위해 사용되는 브릿지(Bridge) 정도를 일종의 ‘온체인 to 오프체인’ 오라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보면, 이런 필요를 위해 흔히 사용되는 방식은 재단과 같은 조직을 두고 재단의 활동을 위한 자금을 온체인 합의로 할당하고 그것에 대해 감사(audit)하고 때로 탄핵하는 것과 같은 메카니즘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외에도 바운티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에게도 그 역할을 부여하여 온체인 상태에 상응하는 오프체인 상태를 만드는 것을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더리움에서 다른 체인으로 토큰을 넘겨서 가치 시스템을 구성하는 브릿지가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통제하여 사용될 수 있지만(이것도 완전하지는 않으며 종종 브릿지는 문제를 발생시키고 그 안에 쌓인 자산의 규모가 커질 수록 공격에 노출될 위험은 커진다), 오프라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것이 불확실성 없이 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믿고 그것을 기초로 가치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정도는 아니므로 가치 시스템 구성의 중요한 부분에 직접 활용하는 메카니즘은 아니다. 이더리움 입장에서 당장의 과제는 다른 체인으로 상태를 동기화하는 것 정도이고 오프라인에 대해서는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마지막으로는 양방향 오라클인데, 이는 이더리움 스마트컨트랙 내의 상태와 다른 관할권의 상태가 양방향으로 동기화되는 것이다. 이것의 대표적 사례는 중앙화 거래소나 커스터디, 크로스체인 DEX와 같이 이더리움 관할권과 다른 관할권에 걸쳐서 가치 시스템을 구성하면서 이더리움 관할권 내의 상태를 동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거래에 대해 ‘거래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되는 메커니즘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통제하기 위해 내부통제 프로세스를 갖춘 조직과 기술이 함께 사용될 수도 있고(금융기관의 통제 장치를 차용한 내부 통제 프로세스와 MPC나 멀티시그 등을 사용한 기술을 함께 사용하는), 기술로 이를 완전히 구현하려는 시도(오라클 메카니즘을 오픈소스화된 반도체 칩으로 구현하는 것과 같은)도 있다. 여기서 조직을 함께 사용하려는 상황은 크립토에 대한 법률적 지위가 정립된 법률 관할권을 중심으로 크립토 라이센스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는 비트코인 ETF의 승인을 기점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양방향 오라클을 완전하게 구현하려는 시도는 TEE(Trust Execution Environment)나 특정 목적의 반도체에 크립토 지갑을 내장하여 오류나 변조를 회피하면서 데이터 전달 뿐 아니라 상태에 대한 양방향 조작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이 논의는 되고 있으나 실증 사례는 없다.

하지만 오라클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런 분류만은 아니다. 앞선 ‘사실 확정’에 대한 논의에서도 지적한 것과 같이 블록체인 관할권 내의 검증 대상은 ‘사건’이지 ‘상태’ 그 자체가 아니다. 물론 비트코인과 같이 전체 잔액의 합을 상태로서 검증할 수도 있긴 하지만, 스마트컨트랙에 의해 정의된 ‘상태’는 이더리움 관할권에 의해 검증되지는 않으며 스마트컨트랙은 그것을 사용하는 트랜잭션에 의하지 않고는 스스로 자동으로 무언가를 검증하지도 않는다. 이는 오라클이 ‘상태’를 동기화하는 것인지 상태를 변경하는 ‘사건’을 통제하여 상태의 동기화를 유지하는 것인지를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어느 하나의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불확실성 없는 관할권 간 상태 동기화의 상대적 비용이 충분히 낮다면 ‘사건’과 상관없이 상태를 동기화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대개의 경우 오라클이 제공하는 ‘상태’를 활용하려는 ‘사건’ 즉 ‘거래’에서 ‘대상’이나 ‘조건’으로 사용되려는 상황에서의 동기화를 강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Augur 사례에서 리포팅된 ‘상태값’이 언제나 오프체인의 상태와 일치하게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dispute 기간이 종결되어 컨트랙이 실행되어 자산이 분배되는 ‘사건’이 실행되는 시점에만 그 둘이 일치하면 된다는 것이 제시된 바 있다. 이러한 오라클은 계약의 당사자들에게만 효력을 갖춘 ‘사실’을 제공하려 할 때에 유효한 접근법이며 임의의 사용자에게 ‘사실’을 제공하려는 목적의 오라클은 때로 공격하기 좋은 대상이 될 수 있다.

레이어2라는 확장성 솔루션에 대해

이더리움 프로젝트의 현재 로드맵은 초기 로드맵과 달리 동시에 모든 이더리움 장부 내의 상태 일관성을 동시에 검증하는 복수의 샤드로 이루어진 멀티 샤드 체인이 아니다. 비탈릭은 End Game이라는 문서를 통해 레이어2가 현실적인 샤드라고 선언했고, 이어지는 다양한 문서에서 레이어2와 메인 체인 사이의 동기화에서 중앙화된 위험이 없는 영지식 증명 기반의 메카니즘을 사용하는 레이어2가 최종적인 샤드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데이터 가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댕크 샤딩은 여전히 레이어2 오퍼레이터에 의한 무작위 샘플링에 의존하므로 중앙화 위험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는 이더리움 관할권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확장성에 대한 ‘일부’만을 다루고 있는 로드맵이다. 왜냐하면 관할권의 확장성은 단순히 처리 속도나 가스비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위에서 검증되는 ‘사실’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기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더리움은 스마트컨트랙이 생성하는 ‘상태’를 검증하는 역할을 스마트컨트랙에 전적으로 부여하고 스마트컨트랙 코드를 확인 가능하게 만들어서 커뮤니티가 소스 코드를 검증하게 만드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현재까지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것에 대한 문제는 진지하게 검토된 적이 없다. 스마트컨트랙이 생성한 ‘상태’를 스마트컨트랙이 검증하는 대로 믿고 이를 거래의 대상이나 조건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한가?

롤업류의 현재의 범용 레이어2는 그런 점에서는 메인 체인에 저장되는 상태 변경과 관련된 데이터의 양을 줄이고 메인 체인이 검증해야 하는 ‘사건’의 갯수를 줄이기는 하지만 스마트컨트랙에서 정의된 ‘상태’를 ‘더 믿을만한 사실’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이는 레이어2가 오프체인 상에서 이루어진 사건 검증을 믿을만한 검증이 되게 만들어서 레이어2에서 이루어진 상태 변경 사건의 결과가 남김없이 메인 체인의 상태에 반영되게 만드는 ‘암호학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레이어2를 단순히 처리 용량을 늘리고 비용을 낮추는 솔루션으로 사용하지 않고 스마트컨트랙의 ‘상태’를 ‘더 믿을만한 사실’로 만드는 것까지 확대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더리움 메인넷은 스마트컨트랙이 정의한 ‘상태’를 ‘더 믿을만한 사실’로 만드는 메커니즘을 제공하지 않으며, 소스코드 검증이나 커뮤니티에 의한 소스코드 감사라는 오프체인 프로세스는 ‘상태’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레이어2를 최근의 접근법과 같이 ‘범용’ 인프라로 정의하면 범용 인프라로서의 메인넷이 스마트컨트랙의 상태 검증에서의 역할을 갖지 못하는 것과 같은 한계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용도로 레이어2를 사용하려면 레이어2의 ‘범용성’을 부분적으로 희생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stateful 스마트컨트랙의 또다른 문제인 상태 데이터의 증가 문제에 대해서도 레이어2를 더 포괄적으로 활용하여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결하는 것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레이어2는 메인넷 상의 상태 변경을 위한 이벤트를 모두 메인넷 저장소에 저장하지 않으면서도 레이어2에서 이루어진 거래들의 결과를 메인넷의 검증 노드에 의해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메인넷 스마트컨트랙의 ‘상태’에 반영하여 갱신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롤업) 혹은 모든 노드가 레이어2의 거래 데이터 사본을 모두 저장하지 않을 수 있도록 샘플링하여 데이터 저장 용량을 줄여준다.(댕크 샤딩) 이러한 레이어2 데이터 가용성 솔루션은 메인넷의 데이터 저장 부담을 완화시키기는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레이어2 이벤트 데이터를 ‘모두’ 메인넷의 상태에 동기화시킨다는 전제 위에 있다. 이는 단일 스마트컨트랙에 대해서는 트랜잭션 증가로 인한 메인넷 데이터 증가를 일정한 비율로 감소시킬 수 있지만, 스마트컨트랙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성장을 감당할 수 있는 솔루션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레이어2를 stateful 스마트컨트랙이 ‘완전한 정보 투명성’으로 인해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이론적으로 규명한 ‘경제 집중’으로 귀결되는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는 레이어2의 데이터를 ‘모두’ 메인넷에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정보의 투명성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 레이어2 ‘상태’에 대한 composability를 희생해야 하는 문제를 초래하게 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좀 더 깊게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 composability가 저하되는 것을 ‘문제’로 볼 것인지, 장점과 단점을 따져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볼 것인지를 ‘관점’에 따라 달라지기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레이어2를 복합적 솔루션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범용 레이어2’라는 관점을 희생해야 하고, 레이어2 스마트컨트랙 데이터를 모두 메인넷에 저장하려는 접근법을 재검토해야 하고, 무한 composability에 대한 무조건적 긍정을 의심해야 한다. 게다가 현재의 stateful 스마트컨트랙의 기술 아키텍쳐를 개선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이 레이어2를 처리 용량 확장을 위한 솔루션으로만 사용하는 것보다는 스마트컨트랙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것을 포함하여 스마트컨트랙의 ‘사실 확정’ 기능을 이더리움 관할권 내에서 강화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시도를 모색해야 한다.

웹3 경제 시스템 구성을 위한 관할권 설계

웹3 경제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그 경제 시스템에 적합한 관할권을 설계해야 한다. 이 말의 의미는 dapp을 사용하여 경제 시스템을 구성하기 위한 관할권은 어떤 메인넷을 ‘선택’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인넷은 관할권 구성의 일부 요소일 뿐이다. 어떤 가치 시스템은 복수의 메인넷에 걸쳐 있을 수도 있고, 어떤 가치 시스템은 오프체인 상에서 처리해야 하는 연산이나 데이터가 있는 상태에서 ‘검증 가능한’ 오프체인 프로세스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할권을 설계하는 것은 이미 오프라인 경제에서 다국적 기업이나 초국가 기업들이 관할권 엔지니어링을 통해 실증적 사례를 보인바 있다. 이더리움과 같은 메인넷들은 스스로 완결적인 관할권을 구축하고자 하겠지만, 그것이 경쟁 상태에 있는한 하나의 메인넷이 모든 웹3 경제 시스템에 대해 완결적 관할권을 구성하기는 어렵다.

물론 가장 단순한 형태의 웹3 경제 시스템은 하나의 관할권 내에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가장 발달된 웹3 관할권이라고 할 수 있는 이더리움 관할권 역시 스마트컨트랙을 이용하여 정의된 ‘상태’를 기초로 하는 ‘사실 확정’에 있어 완성된 도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컨트랙 내에 있는 논리적 취약점은 스마트컨트랙 언어를 바꾸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공정한’ 가치 분배를 담는 가치 시스템인지 장기 평형 상태가 과도한 경제력 집중으로 귀결되지 않는지 그리하여 ‘지속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현재의 스마트컨트랙은 컴퓨팅 아키텍쳐 측면에서나 경제 시스템 구성의 도구 측면에서 아직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메인넷을 선택하더라도 그 위에서 구성하려는 경제 시스템에 적합한 성장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스마트컨트랙으로 만든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는 하나의 관할권 내에서 작동할 것으로 보이는 가장 단순한 웹3 경제 시스템도 관할권 자체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관할권 보완 메카니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웹3 경제 시스템은 메인넷이 제공하는 ‘사적 관할권’을 생성하는 도구인 스마트컨트랙의 ‘사실 확정’ 기능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보완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dapp의 ‘사실’(상태값)들을 활용(읽어 들이고 상태를 갱신하는 internal 트랜잭션을 생성하는)하더라도 composition의 대상인 dapp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른 dapp에 내포된 위험이 웹3 경제 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때문이다.

또하나 고려해야 하는 관할권 요소는 ‘사용자 경험’이다. 사용자 획득은 웹3 경제 시스템 구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구성되는 가치 시스템에서 생산되는 가치를 사용하려는 사용자의 페르소나에 적합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관할권인가는 매우 중요한 관할권 설계의 조건이다. 가입할 수 있는 중앙화 거래소가 없는 지역의 사용자를 유입시키려는 웹3 경제 시스템이 gas로 사용해야 하는 코인을 가진 사용자만 dapp을 사용할 수 있는 관할권을 선택한다면 이는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물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화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는 신뢰의 증폭을 제한하게 된다. 따라서 그런 메인넷을 중심으로 관할권을 구성하는 것이 불가피 하다면 이를 보완하는 탈중앙화된(혹은 덜 중앙화된) 메카니즘을 도입하여 신뢰 증폭에 대한 제약을 최소화해야 한다.

레이어2는 관할권의 문제 중 여러개를 해결해 주는 해결책인 것은 맞다. 그러나 어떤 범용 레이어2도 특정한 dapp 경제 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관할권 요소를 충분히 공급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전용 레이어2’를 사용하는 것도 관할권 설계에서 고려해야 한다. 물론 전용 레이어2를 초기의 dapp이 구축하기는 어렵다. 이는 경제 시스템 진화의 특정한 단계에서 프로젝트에서 가용한 자원이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에서 가능하다.

이 말의 의미는 어떤 웹3 경제 시스템은 최초에 론칭한 관할권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어떤 경우는 메인넷에서 MVP를 론칭하여 개념 검증이 되면 실행 레이어를 레이어2로 옮겨서 성장을 시도할 수도 있고, 다른 오프체인 솔루션으로 관할권을 보완하여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더 많은 유동성이 있는 메인넷으로 경제 시스템의 중심을 옮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진화를 시도하려면 설계하려는 웹3 경제 시스템이 어떤 ‘사실’을 경제 참여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어떤 ‘규칙’을 강제하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인식에 따라 스마트컨트랙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 하는지, 어떤 오프체인 메카니즘을 이용할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관할권 설계는 웹3 경제 시스템 론칭과 진화를 위한 ‘전략적’ 요소다.


장중혁 — 블록체인경제연구소장, 크립토워커스다오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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