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패러다임 연대기: 자본·유틸리티·가치평가의 재구성

토큰 패러다임 연대기: 자본·유틸리티·가치평가의 재구성

01 / 핵심 요약

  • 토큰의 역할은 과도한 낙관 - 환멸 - 점진적 발전의 사이클을 거치며 진화했습니다.
  • 과거 ICO는 스타트업 자금 조달의 혁신적 수단이었으나, 인센티브 설계와 규제 준수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 DeFi Summer 시기에는 토큰 보유자·프로토콜 이해관계 조정, 지속적 수요 창출을 위한 ‘토큰 유틸리티’와 ‘분배 방식’ 실험이 활발했습니다. 토큰은 부트스트래핑 도구로 자리 잡았고, 거버넌스 기능이 유틸리티의 한 형태로 도입됐습니다.
  • DeFi 이후 혁신은 게이밍·DePIN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됐습니다. 다중 토큰 모델을 통해 투기 수요와 실제 경제 활동을 분리하려 했으나, 실질 유틸리티 부족으로 결국 단일 토큰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 프라이빗 자금 유입으로 민간 자금이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이 토크노믹스 설계를 주도했고, 토큰의 역할 실험보다는 평가액 게임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 "오늘날 토큰 시장은?"
    • 낮은 유통량·높은 FDV(완전 희석 시가총액) 구조에서 벗어나 높은 유통량·낮은 FDV 구조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 토큰 유틸리티 고민 대신 바이백(소각)을 통한 인위적 희소성 유발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 인터넷 자본 시장(Internet Capital Markets) 등장으로 ICO 시대와 유사한 ‘공평한 론칭’ 모델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 토큰 유틸리티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크립토 프로젝트의 지분 인수가 가능해지면서, 민간 투자자에게 토큰 파이낸싱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토큰이 소유권을 부여하는 준증권적 속성을 갖추면, 전통적 가치평가 모델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02 / 서론

크립토 산업은 급격한 성쇠 주기 속에서 역동적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초기 ICO 열풍, DeFi 붐, 그리고 최근의 인터넷 자본 시장(ICM)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는 대담한 실험 – 투기적 과잉 – 인센티브 불일치에 따른 후퇴를 반복하며 성숙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업계는 사용자 니즈, 프로젝트 지속 가능성, 시장 현실에 부합하도록 토큰 설계를 끊임없이 개선했습니다.

본 보고서는 역사적 토큰 모델의 흐름을 검토하고, 과거 실패와 현재 발전 상황을 분석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토큰 모델 구축 수준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평가합니다.

03 / 연도별 토큰 트렌드

ICO 시대: 새로운 자본 조달 방식

ICO 시대는 이더리움 ICO와 ERC-20 표준의 탄생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탈중앙화 정신에 부합하는 ICO는 벤처캐피털·투자은행 같은 중개인을 배제한 채 누구나 스타트업 투자에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나 ICO 토큰은 상장기업 주식과 달리 법적 소유권을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토큰 가치 상승의 주요 동인은 토큰 수요 증가였고, 이는 결국 서비스가 대규모로 성장해야만 가능했습니다.

ICO는 스타트업의 런웨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창업자에게는 자금을 ‘손에 쥔 상태’로 만드는 인센티브 딜레마를 낳았습니다.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창업자는 재무 운용에 집중하게 되고, 제품 개발 긴급성은 낮아집니다. 그 결과 토큰 보유자는 의결권·배당권 없이 리스크만 부담하게 됐습니다.

출시된 ICO 중 거래소에서 실제로 거래된 것은 15%에 불과했으며, 78%는 전면적인 사기로 판명되었고 나머지도 시간이 지나면서 실패했습니다.

또한 단기간 백만장자 창업자 사례가 부각되면서, 장기적 비전 없이 자금만 노리는 개발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리테일 투자자들은 충분한 실사 없이 자금을 쏟아부었고, 결국 전체 ICO의 약 78%가 사기이거나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 흐름은 리브라 프로젝트로 촉발된 규제 기관의 집중 조사 이후 급격히 꺾였습니다.

ICO 시대가 남긴 교훈
• ICO는 자금 조달을 민주화했으나, 창업자 인센티브와 토큰 투자자 보호 간 구조적 불일치를 드러냈습니다.
• 무분별한 토큰 판매는 시장 신뢰를 훼손했고, 엄격한 규제 도입을 촉진했습니다.
• 그럼에도 ICO를 통한 리테일 참여 욕구와 자본 형성 가능성은 이후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Aave·0x·Filecoin·Cosmos 등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견실한 ICO 프로젝트들이 존재합니다.

03 / 연도별 토큰 트렌드

DeFi Summer: 유동성 마이닝과 거버넌스 권한의 탄생

ICO를 통해 리테일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참여할 길은 열렸지만, 토큰과 프로젝트의 성공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DeFi Summer 기간 동안 여러 프로토콜은 두 가지 핵심 질문을 실험했습니다.

  1. 토큰 보유자가 토큰을 계속 보유하도록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2.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토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이 질문은 결국 토큰 유틸리티와 토큰 분배 방식을 실험하는 흐름으로 이어졌습니다.

  • 2019년 7월, Synthetix가 최초로 ‘유동성 마이닝’을 도입했습니다. 프로토콜 인플레이션 일부를 특정 거래쌍에 유동성을 공급한 사용자에게 지급했습니다. 이는 토큰을 통해 슬리피지를 줄이고 프로토콜을 부트스트래핑하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 Compound Finance는 여기에 거버넌스 권한을 부여해 한 단계 더 발전시켰습니다. COMP 보유자는 자산 목록 추가, 기능 개발, 업그레이드 등 프로토콜 의사 결정에 투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실험은 COMP 시가총액이 6개월 만에 40억 달러를 넘는 폭발적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 Yearn Finance는 거버넌스와 유동성 마이닝을 결합하면서도 ‘페어 런치’를 시도했습니다. 사전 판매나 프리마인 없이, 유동성 제공을 통해서만 YFI를 획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지 말고, 획득하라”는 창립자 안드레 크로네의 메시지가 화제가 되었고, YFI 시가총액은 10개월 만에 23억 달러에 도달했습니다.
  • Uniswap은 레트로액티브 에어드롭을 통해 광범위한 사용자 분배를 시도했습니다. 2020년 9월 이전에 플랫폼을 이용한 모든 지갑에 최소 400 UNI를 지급했으며, 이는 ATH 기준 총 64억 달러 규모로 DeFi Summer 붐을 견인했습니다.

유동성 마이닝은 초기 성장에 크게 기여했으나, 거버넌스 자체가 토큰 장기 보유를 충분히 유도하지 못했습니다. 예컨대 Uniswap 에어드롭 수령 지갑 중 93%는 UNI를 매도했고, 98%는 거버넌스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핵심 시사점

  • 유동성 마이닝은 프로토콜 부트스트래핑 및 ‘공정 배분’ 모델로 활용됐습니다.
  • 레트로액티브 에어드롭은 유기적 사용자를 보상하고 분산된 거버넌스를 목표로 했지만, 장기 보유 유인을 제공하지는 못했습니다.
  • 거버넌스 권한은 첫 번째 토큰 유틸리티였으나, 가격 하락 시 토큰 수요를 유지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Beyond DeFi: 유동성 마이닝 확장과 다중 토큰 모델

유동성 마이닝의 개념은 DeFi를 넘어 웹3 게임 및 DePIN 분야로 확장되었습니다. 대표 사례로 Axie Infinity와 Helium이 있습니다.

Axie Infinity
엑시 인피니티의 토큰 경제 구조를 시각화한 도표
  • 2021~2022년 일일 활성 사용자 80만 명, 일일 수익 1,7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한 대형 dApp입니다.
  • 투기(AXS)와 게임 경제(SLP)를 분리하기 위해 두 개의 토큰을 도입했습니다. AXS는 가치 저장·거버넌스 용도로, SLP는 인게임 보상 및 번식 비용으로 사용됐습니다.
  • 플레이어 증가로 SLP 수요와 가격이 급등했지만, 성장 정체 후 가격이 반락하면서 보상 매력도와 신규 유입이 동반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했습니다.
  • AXS에 추가 유틸리티를 부여했으나 이미 투기 심리가 SLP에 집중된 뒤였습니다.
Helium
HIP-51 이후 Helium Network의 다중 토큰 모델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도표
  • IoT 및 모바일 통신용 분산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입니다.
  • HNT(가치 추구 토큰)를 소각해 달러 연동 데이터 크레딧을 발행하는 ‘Burn-and-Mint Equilibrium(BME)’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 초기에는 HNT만 존재했으나, 이후 네트워크별 서브DAO 토큰(MOBILE, IOT)을 추가해 보다 세분화된 인센티브를 시도했습니다.
  • 서브DAO 토큰 간 투기적 가격 불균형이 커지면서 2025년 2월 단일 토큰(HNT) 체계로 회귀했습니다.

핵심 시사점

  • 유동성 마이닝은 게임·DePIN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자·노드 참여를 부트스트래핑하는 수단으로 확장됐습니다.
  • 투기 수요와 실제 경제 활동을 분리하려는 다중 토큰 모델은 한 토큰의 유틸리티 부족 등 실행 난도가 높았습니다.
  • 토크노믹스 설계는 제품·네트워크가 실제 사용자를 확보한 뒤에도 지속적 조정이 필요합니다.

03 / 연도별 토큰 트렌드

프라이빗 자금 유입: 평가액 게임으로의 전환

2021년과 2022년에 프라이빗 자금 조달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급증

2021, 2022년은 프라이빗 자금 조달 규모가 급증해 각각 414억 달러, 401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한 해 동안 모인 금액만 과거 4년간 합계(226억 달러)의 두 배에 가까웠습니다.

배경에는 2017~2020년 초기에 투자한 펀드들의 성공적 회수가 있습니다. 멀티코인, 블록체인캐피털, 판테라, 폴리체인 같은 초기 펀드는 TGE 이후 수십 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고, 이는 새로운 자본의 추가 유입을 자극했습니다. 마켓 사이클 정점에서 리테일 투자 열기가 더해지고 크립토 대출 시장이 활황을 보이자 투자 심리는 극단적으로 낙관적으로 변했습니다.

프로젝트들은 늘어난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시드·프라이빗·전략 등 라운드를 여러 차례로 나눠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토큰 발행 전 단계부터 프라이빗 시장에서 가격 발견이 일어났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신규 L1이 시드 라운드를 5천만 달러 가치로 마감한 뒤, 테스트넷 성공과 파트너십 유치로 TGE 전에 5억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추가 라운드를 진행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초기 투자자는 이미 10배 차익을 확보했으므로 TGE 전에 20% 할인으로 지분을 넘겨도 8배 수익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 락업이 길어짐에 따라 TGE 시 유통 물량은 줄었습니다. 여기에 에어드롭·포인트 파밍으로 사용자가 비용을 들여 활동 지표를 높이면 토큰 출시 직후 완전 희석 시가총액(FDV)이 부풀려질 수 있습니다. 스냅샷 발표 후 브릿징 활동이 급감하는 대표적인 L2 사례를 보여 줍니다. 에어드롭이 끝나면 핵심 지표와 시가총액이 동반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 ‘낮은 유통량, 높은 FDV’ 구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습니다.

모든 주요 L2에서는 스냅샷 완료 공지가 나간 뒤 브리징 활동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음

핵심 시사점

  • 2021년 이후 프라이빗 자금이 폭증하면서 토큰 출시에 앞서 밸류에이션 라운드가 다단화됐습니다.
  • 초기가격이 높고 락업이 긴 구조는 유통량을 낮춰 TGE 당시 FDV를 키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 에어드롭·포인트 파밍이 지표를 과대포장해 초기 가격을 끌어올렸으나, 종료 후에는 활동·가격이 급감하는 사례가 잦았습니다.
  • 토큰 실험보다는 밸류에이션 극대화가 우선되면서 장기 유틸리티 설계가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04 / 현재 토큰 환경

시장 관찰: 높은 유통량, 낮은 FDV로 이동

최근 출시된 토큰들은 지난해에 비해 유통량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

위 자료는 2025년 최근 론치 토큰(노란색)이 2024년 5월 분석 대상(회색)보다 평균 유통량 비율이 높아졌음을 보여 줍니다. 커뮤니티가 불리한 토크노믹스를 가진 프로젝트를 ‘지갑으로 투표’하며 외면하자, 신규 프로젝트는 초기 유통량을 높여 수요를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최근 TGE들의 평균 FDV는 1년 전 TGE들과 비교해 50% 이상 하락함

최근 TGE 평균 FDV는 19억 4천만 달러로, 1년 전 분석 당시 평균 55억 달러에서 절반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최근 낮은 FDV(완전 희석 시가총액)로 출시된 토큰들은 2024년 5월경 출시된 토큰들보다 더 우수한 가격 성과를 보임

위 자료는 높은 유통량·낮은 FDV로 출시한 토큰이 그렇지 않은 토큰보다 가격 성과가 우수했음을 나타냅니다. 4천만 개가 넘는 토큰이 존재하는 경쟁 환경에서 프로젝트들은 커뮤니티 요구에 맞춰 토크노믹스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토큰 바이백 열풍: 과연 효과가 있을까

2025년 들어 Aave, dYdX, Jupiter, Hyperliquid 등 다수 프로젝트가 바이백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전통 금융에서 바이백은 대체로 성숙 기업이 잉여 현금을 소유주에게 환원하면서 재무 건전성을 과시할 때 사용합니다.

초기 성장 단계 스타트업이라면 보통 연구·개발이나 확장에 재투자합니다. 그럼에도 크립토 프로젝트가 바이백을 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HYPE 토큰의 바이백을 수행하는 Hyperliquid 지원 기금의 수익원
  • 유통량을 줄여 희소성을 높이고 가격 상승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 시장 가격에 대해 프로젝트가 ‘저평가’ 신호를 주어 커뮤니티와 이해를 맞출 수 있습니다.
  • 장기 홀더가 보유를 지속하도록 심리적 유인을 제공합니다.

반면 성장 자금을 소각에 사용하면 장기적 혁신 여력이 줄어드는 기회비용이 존재하며, 프로젝트가 대규모 토큰을 보유하게 되면 거버넌스 분산도 저하될 수 있습니다.

Hyperliquid 사례

  • HYPE 토큰 바이백·소각 규모는 8백만 달러 이상입니다.
  • 영구 지원 기금이 선물·현물 거래 수수료, HIP-1 경매 수익의 54%를 사용해 HYPE를 매입·소각합니다.
  • 2025년 5월 기준 지원 기금은 2천363만 HYPE(약 7억 8천6백만 달러 상당)를 보유합니다.
  • 비판적으로 보면, 동일 자금을 HYPE 스테이커에게 수수료 수익 분배 형태로 돌렸다면 토큰과 프로토콜 수익 간 직접 연결이 강화됐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바이백을 실행할 정도로 수익을 창출하는 프로젝트는 드물므로 재무적 건전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다만 근본적 유틸리티 없이 희소성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인터넷 자본 시장: ICO 2.0인가

인터넷 자본 시장(Internet Capital Markets, ICM)은 자금 조달과 투자를 포괄적으로 개방하려는 개념으로, 창업자·크리에이터가 기존 금융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토큰화된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전 세계에 발행할 수 있게 합니다.

솔라나 같은 저비용 블록체인을 활용해 누구나 손쉽게 토큰을 만들고, 초기 유동성을 바인딩 커브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Launchcoin을 통해 출시된 토큰의 생성 및 졸업 과정을 나타낸 도표

대표적 예시인 Launchcoin(프로젝트 Believe)은 X(트위터)에서 “$토큰티커 + @launchcoin” 형식의 게시글만 올려도 즉시 토큰을 배포합니다. 생성된 토큰은 10만 달러 시가총액을 달성하면 메테오라 등 더 깊은 유동성 풀로 ‘졸업’합니다. 2025년 5월 29일 기준 Launchcoin에서는 2만 7,495개의 토큰이 발행돼 누적 거래량 34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ICM에서 발행되는 다수 토큰은 밈코인 성격이 강하며, 스나이퍼 봇·과다 경쟁으로 인해 실질 프로젝트가 주목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토큰 거래 수수료가 곧 창작자 수익이 되는 구조는 ICO 시대의 일회성 판매와 달리 지속적 개발 인센티브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06 / 결론

앞서 살펴본 대로 크립토 산업은 토큰 설계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발전해 왔지만, 여전히 토큰 보유자가 장기적으로 보유할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버넌스 토큰은 이론적으로 작동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보유자는 프로토콜 거버넌스가 실질적 가치를 제공한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레트로액티브 에어드롭, 유동성 마이닝, 페어 런치 등 다양한 분배 모델이 등장했으나, 거버넌스만으로는 토큰 수요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21년 벤처 자본이 급증하면서 토큰 설계 실험보다 초기 밸류에이션 극대화가 우선되었고, 낮은 유통량·높은 FDV 구조가 보편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리테일 참여자는 TGE 이후 초기 투자자의 출구 유동성 역할을 했다는 인식이 퍼졌고, 일부는 유틸리티를 주장하지 않는 밈코인으로 회귀했습니다.

최근에는 높은 유통량·낮은 FDV 구조로 돌아서면서 토크노믹스가 다소 건전해졌지만, 장기적 토큰 유틸리티 모델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Hyperliquid처럼 바이백을 통해 희소성을 조성해 가격 상승에 성공한 사례도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유틸리티 제공 대신 단기적 수급 개선에 가까운 접근입니다.

토큰에 실질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길은 규제 정비를 통해 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규제가 토큰에 사실상 소유권을 부여하고 배당이나 수익 배분을 허용한다면, 토큰은 수익 창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통적 가치평가 모델을 적용할 수 있고, 프로젝트 역시 토큰 가격이 아닌 제품·시장 적합성에 집중할 유인을 갖게 될 것입니다.


Disclaimer: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일반적인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특정 가상자산에 대한 추천이나 법률, 사업, 투자, 세금 등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글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거나 회계, 법률, 세무 관련 지침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특정 자산에 대한 언급은 단지 참고용 정보일 뿐, 투자 권유의 의미가 아님을 명확히 합니다. 여기에서 제시된 의견은 관련된 기관이나 조직, 혹은 개인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