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토크노믹스: 프로젝트 창립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들

들어가며
최근 1년간의 시장 흐름을 살펴보면, 밈코인(Memecoin)이 주요 알트코인 자산군 중 가장 큰 상승을 보였습니다. 반면 많은 관심을 끌었던 AI 관련 토큰들은 의외로 부진한 성과를 보였죠. 여러 가설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투자자들이 더 이상 ‘낮은 유통량-높은 완전 희석 시총(Low float, High FDV)’ 구조에 회의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에선 잠재적으로 풀릴 물량이 너무 많아서, 향후 토큰 가치가 희석될 위험이 높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반면 밈코인의 경우 “원래부터 유틸리티가 없다고 명확히 선언”해서 오히려 시장 신뢰를 얻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지하게 살펴보면, 밈코인의 단기 흥행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가 지속 가능한 토큰 경제(Sustainable Tokenomics)를 구축하느냐입니다. 한때 화제를 모았던 OlympusDAO(3,3 모델), Axie Infinity(이중 토큰), Terra Classic(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사례만 봐도, “초기에 이론적으로 그럴듯해 보이던 토큰 설계가 시간이 흐를수록 취약점을 드러내며 대규모 가격 붕괴와 함께 몰락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은 프로젝트 창립자 관점에서 “어떻게 해야 ‘지속 가능한 토큰 경제’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문제를 탐구합니다. 간단히 말해, 토큰 공급과 수요, 그리고 거버넌스를 어떤 식으로 설계해야 장기적으로 강건한 경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다룹니다. 먼저 지속 가능한 토크노믹스의 4대 요소를 정리하고, 서로 다른 접근을 택한 Jupiter와 Solana의 사례를 비교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토크노믹스 이외에도 프로젝트 성공에 영향을 주는 몇 가지 요점을 짚어보겠습니다.
1. 토크노믹스가 왜 중요한가?
토크노믹스란?
토크노믹스(Tokenomics)는 말 그대로 토큰의 경제학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토큰의 발행량·공급 스케줄·분배 방식·활용처·인센티브 구조 등 토큰이 지닌 모든 경제적 측면을 총칭하는 개념입니다. 이는 프로토콜의 거버넌스(의사결정 구조)와도 밀접히 연결됩니다. 토큰 유통과 소각, 스테이킹 보상, 추가 발행 정책 등 프로젝트 장기 운영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토크노믹스가 허술하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프로젝트라도 ①과도한 인플레이션으로 가치 희석, ②토큰 홀더 간 이해관계 충돌, ③명확한 유틸리티 부족 등으로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반면, 공정하고 탄탄한 토큰 경제 구조가 마련된다면, 커뮤니티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 장기적 성장을 이끌어내는 엔진이 될 수 있습니다.
‘잘 나갈 땐 상관없다’고?
강세장(bull market)에서는 코인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기에, 토크노믹스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고점을 찍고 꺾이기 시작하면, 토큰 설계의 문제점이 빠르게 드러나게 됩니다. 예컨대 “팀·VC 지분이 너무 많다, 잠금(베스팅) 해제 시 대량 매도가 발생한다, 유통량은 너무 적은데 FDV는 터무니없이 높다…” 같은 비판이 쏟아지며, 가격 폭락과 커뮤니티 이탈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프로토콜 창립자는 토크노믹스를 처음부터 제대로 고민해야 합니다. 초기 설계가 잘못돼 있다면, 뒤늦게 수습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이미 대다수 코인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난 뒤 교훈도 많이 축적된 상태이니, 그 교훈을 참고해 본 프로젝트의 토큰 모델을 장기적,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죠.
2. 지속 가능한 토크노믹스의 4대 요소
토큰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핵심 축에는 다음과 같은 4가지가 있습니다.
- 공정한 토큰 분배 (Fair Distribution)
- 지속 가능한 공급 관리 (Sustainable Supply Emissions)
- 유의미한 토큰 수요 창출 (Distinct Token Demand)
- 활발한 거버넌스 (Active Governance)
A. 공정한 토큰 분배
첫 단추인 분배(Distribution) 방식이 잘못되면, 소수 지분 과점·대량 매도·투자자 의도 불일치 등 문제가 커집니다. 팀, 투자자, 커뮤니티 간 지분이 균형감 있게 설계돼야 장기적 관점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집니다.

- 투자자(VC, 엔젤 등): 단순 자금 지원이 아니라 프로젝트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 있는 투자자’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팀/어드바이저: 락업(베스팅)을 통해 과도한 조기 매도 리스크를 줄이고, 성과와 연동되도록 해야 합니다.
- 커뮤니티/사용자: 진성 유저에게 토큰을 에어드랍하거나 커뮤니티 펀딩 플랫폼을 통해 참여 기회를 준다면, 커뮤니티 중심의 탄탄한 초석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예시로, Jupiter는 토큰 출시부터 공급의 50%를 커뮤니티에 할당했고, 팀 물량에도 긴 베스팅을 걸어 “커뮤니티 중심”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B. 지속 가능한 공급 관리(Emission)
어떤 속도로 토큰이 시장에 풀리는지(Emission)는 토큰 가격 형성과 직결됩니다. 베스팅 스케줄을 통해 팀·투자자 물량이 시장에 한꺼번에 나오지 않도록 조절하고, 인플레이션 정책(초기엔 높게, 성장 후엔 낮추는 등)을 적절히 설계해야 합니다. Solana는 초기에 인플레이션율이 높았지만, 이후 메인넷이 안정화되면서 단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줄이고 수수료 일부를 소각해 토큰 가치를 지켰습니다.

C. 유의미한 토큰 수요(Demand)
단순 투기 외에 실사용(Utility)이 있어야 토큰 수요가 지속됩니다. 예를 들어 레이어1 토큰은 가스비 지불에, DeFi 토큰은 거버넌스·수수료 할인, 스테이킹 등에 쓰입니다. 또한 토큰 스테이킹, 토큰 환매/소각 등 기법을 통해 추가적인 단기·장기 수요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Jupiter의 경우 프로토콜 수익 50%로 토큰을 환매해 3년간 잠그는 프로그램을 도입, 사용자들에게 “프로토콜 성장→토큰 가치 상승”이 직접 연결되는 매력을 부여했습니다.
D. 활발한 거버넌스(Governance)
프로토콜이 커질수록 토큰 설계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도입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투표 참여율이 저조하면 특정 ‘큰손’이 모든 결정을 좌우하는 형식적 거버넌스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상 제공, 다양한 투표 메커니즘(e.g. futarchy, vote-escrow(veToken) 등)을 활용하면 참여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Helium이나 Solana처럼 거버넌스를 통해 토큰 정책을 적극 보완하는 사례가 늘고 있죠.
3. 대조적 접근 사례: Jupiter vs. Solana
사례 A: Jupiter – 처음부터 커뮤니티 중심

Jupiter는 토큰 배분을 팀:커뮤니티 = 50:50으로 시작했고, 외부 투자자는 받지 않았습니다. 이후 대규모 에어드롭을 진행해 파워 유저나 거버넌스 참여자에게 토큰을 지급함으로써 이용자 충성도를 높이고 실제 프로토콜 사용량도 늘렸습니다. 또한 프로토콜 수익의 50%로 토큰을 환매, 3년간 락업하는 정책을 도입해 토큰 수요를 창출하면서 유통량 증가를 제한했습니다. 덕분에 투기 세력보다는 실제 커뮤니티 기반이 탄탄해졌고, 거버넌스 참여도 활발하게 이뤄져 토큰-프로토콜 간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례 B: Solana – 제품(프로덕트) 우선 후 토크노믹스

반면 Solana는 초기엔 ‘낮은 유통량-높은 FDV’ 구조로 비판받았고, 알라메다 등 특정 세력에 집중된 토큰 분배 문제도 컸습니다. 그러나 Solana 팀은 “제품 완성도를 높이자”는 데 집중해, 압도적 TPS와 실제 디앱(dApp) 사용사례로 사용자·개발자를 유치했습니다. 그렇게 생긴 실수요가 SOL 토큰을 뒷받침했고, 나중에 단계적 인플레이션 감축·수수료 소각 등 토큰 모델을 개선해 지금은 상당히 안정된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즉, 토크노믹스가 초기엔 부족해도, 강력한 프로덕트가 이를 보완했다는 교훈입니다.
4. 토크노믹스 외 추가 고려 사항
지속 가능한 토크노믹스를 마련했다고 해도, 프로젝트 성공을 담보하진 못합니다. 몇 가지 더 살펴볼 포인트가 있습니다:
- 초기 Valuation: “너무 비싸게 시작하면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진다.” 커뮤니티 세일이든 ICO든, 적정 가치평가가 중요합니다.
- 팀 베스팅 및 투명성: 팀 물량이 어떻게 풀리는지 명확히 공개해야 합니다. 팀이 무단 매도하면 신뢰가 깨집니다.
- 거버넌스 토큰의 미래: 규제가 명확해지면 배당·ETF 등으로 거버넌스 토큰이 더 가치있는 자산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결국 ‘제품 완성도’가 핵심: 아무리 토크노믹스가 좋아도 프로덕트 자체가 별 볼 일 없으면 장기적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맺으며
지금까지 “지속 가능한 토크노믹스”를 위해 창립자들이 고민해야 할 요소들을 살펴봤습니다. 공정한 분배, 지속 가능한 공급, 명확한 토큰 수요, 활발한 거버넌스라는 4가지 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비로소 장기적으로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토큰 설계에 관한 것이고, 결국 중요한 것은 프로덕트의 실제 경쟁력과 커뮤니티의 열정이 함께 뒷받침돼야 합니다.
- Jupiter 사례는 커뮤니티 중심 토크노믹스가 얼마나 강력한 동력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 Solana 사례는 초기 토크노믹스가 부족해도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먼저 확립하면 어느 정도 보완해 나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국 토크노믹스는 프로젝트를 떠받치는 엔진이고, 실제로 달리는 자동차 바퀴(프로덕트)가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제대로 된 제품이 있어야 커뮤니티와 유저가 모이고, 그것이 토큰 경제를 움직이는 진짜 힘이 되죠.
창립자라면, “나의 토큰 설계가 장기적으로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정렬된 구조인가?”를 고민해보세요. 그리고 토큰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결국 안정적인 프로덕트, 유의미한 유틸리티, 건전한 거버넌스가 함께 맞물려야 합니다. 그러한 프로젝트만이 시간의 테스트를 견디며 블록체인 산업에서 롱런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ferences
Disclaimer: 이 글은 정보 제공을 위한 일반적인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특정 가상자산에 대한 추천이나 법률, 사업, 투자, 세금 등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글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거나 회계, 법률, 세무 관련 지침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특정 자산에 대한 언급은 단지 참고용 정보일 뿐, 투자 권유의 의미가 아님을 명확히 합니다. 여기에서 제시된 의견은 관련된 기관이나 조직, 혹은 개인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