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이라는 국채에 투자 손실이 발생하는 이유

안전자산이라는 국채에 투자 손실이 발생하는 이유
  • 신용도가 높은 국가의 국채는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러나 상환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보유 중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의미입니다.
  • 일반적인 고정금리 채권은 시장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내려갑니다. 이때 가격이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하는 지표가 듀레이션입니다.
  • 개별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는 것과 국채 ETF를 장기간 보유하는 것은 다릅니다. 국채로 구성된 상품이라도 투자금이나 특정 시점의 평가액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요

“안전하게 보관하려고 국채를 샀는데, 왜 계좌에는 손실이 났을까요?”

국채를 안전자산이라고 이해했다면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국채의 원리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상황에서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내려갈 수 있습니다. 국가가 약속하는 상환과 투자자가 중간에 매도할 때 받는 가격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국채의 안전성을 이해하려면 “누가 돈을 갚는가”뿐 아니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돈을 회수하는가”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번 글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반적인 고정금리 국채를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상환의 안전성과 가격의 안정성

국채는 국가가 자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투자자는 국채를 보유함으로써 정해진 조건에 따라 이자와 원금을 받을 권리를 갖습니다. 신용도가 높은 국가의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지급 약속이 이행될 것이라는 신뢰에 있습니다. 다만 모든 국가의 국채가 동일한 신용도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위험은 두 가지입니다.

신용위험은 발행자가 약속한 이자나 원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위험입니다. 반면 가격위험은 보유한 채권의 시장가격이 하락할 위험이며,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가 시장금리의 변화입니다.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지 않아도 금리 변동에 따른 손실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만기에 액면가 1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면, 그 약속은 만기 전에도 언제나 100만 원에 팔 수 있다는 보장이 아닙니다. 중간에 현금이 필요해 다른 투자자에게 매도한다면, 당시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받아야 합니다. 국채의 상환 안정성과 거래가격의 안정성을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의 반대 방향

고정금리 채권은 발행할 때 정해진 이자를 지급합니다. 그런데 이후 시장금리가 올라 새로 투자하는 사람이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면, 기존의 낮은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집니다. 이를 팔려면 가격을 낮춰 새로운 매수자에게 그에 맞는 수익률을 제공해야 합니다.

계산을 단순화한 가상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지금부터 정확히 1년 뒤에 원금과 마지막 이자를 합쳐 103만 원을 지급하고, 그전에는 별도 지급이 없는 국채가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연 수익률이 3%라면 이 채권의 현재 가격은 100만 원입니다. 그런데 다른 조건은 그대로인 채 요구 수익률만 5%로 높아지면 가격은 다음과 같이 내려갑니다.

현재 가격 = 1년 뒤 받을 103만 원 ÷ 1.05 ≈ 98만 1천 원

1년 뒤 받을 돈은 여전히 103만 원입니다. 하지만 지금 약 98만 1천 원에 사야 1년 뒤 약 5%의 수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기존 채권의 거래가격이 내려가는 것입니다. 이 계산은 세금과 거래비용을 제외한 예시입니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채권이 지급하는 이자의 상대적인 매력이 높아져 가격이 올라갑니다. 이때 변하는 것은 기존 채권의 약정 이자율이 아니라 거래가격과 새로운 매수자의 수익률입니다. ‘국채금리가 상승했다’는 말을 ‘내가 보유한 고정금리 국채의 이자가 늘었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만기와 듀레이션

같은 국가가 발행한 국채라도 금리 변화에 똑같이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조건이 같다면 만기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커집니다. 먼 미래에 받을 돈일수록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금리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민감도를 파악하는 지표가 듀레이션입니다. 만기가 원금을 돌려받는 시점을 뜻한다면, 듀레이션은 만기뿐 아니라 이자의 규모와 지급 시점 등을 반영해 금리위험을 측정합니다. 따라서 만기가 같더라도 이자 지급 구조에 따라 듀레이션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격 민감도를 계산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수정 듀레이션’입니다. 예를 들어 수정 듀레이션이 8인 채권은, 다른 조건이 같을 때 해당 채권의 시장수익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가격이 약 8%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익률이 1%포인트 내려가면 약 8% 상승하는 방향입니다. 다만 이는 근사치이며, 금리 변화가 커질수록 실제 가격 변화와의 차이도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장기 국채에는 낮은 신용위험과 큰 가격 변동성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발행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며, 만기와 듀레이션을 함께 확인해야 금리 변화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기 보유의 조건과 한계

그렇다면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면 문제가 없어질까요?

개별 고정금리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고 발행자가 정상적으로 지급한다면, 투자자는 약속된 이자와 액면가를 받습니다. 중간에 시장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계약상 지급 금액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만기 전에 매도할 필요가 없는 투자자에게는 이러한 현금흐름의 예측 가능성이 중요합니다.

다만 만기에 돌려받는 액면가와 내가 매수할 때 지불한 금액은 구분해야 합니다. 채권은 액면가보다 비싸거나 싸게 거래될 수 있습니다. 액면가 100만 원인 채권을 105만 원에 샀다면, 만기에 상환되는 원금은 105만 원이 아니라 100만 원입니다. 그렇다고 이 차이만으로 전체 투자 손실을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보유 중 받은 이자까지 합쳐 실제 수익을 계산해야 합니다.

또한 “만기까지 보유할 계획”과 “실제로 그때까지 돈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은 다릅니다. 갑자기 자금이 필요해 가격이 내려간 채권을 팔면 매매손실이 확정될 수 있습니다. 계속 보유하더라도 기존의 낮은 이자를 받는 동안 시장의 더 높은 수익 기회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기회비용은 남습니다.

따라서 만기 보유는 중간 가격 변동의 영향을 줄이는 조건일 수 있지만, 모든 경제적 위험을 없애는 보장은 아닙니다.

개별 국채와 국채 ETF

국채 ETF는 국채에 투자하는 펀드의 지분입니다. 일반적인 국채 ETF는 여러 채권을 보유하면서 운용 과정에서 편입 자산을 교체합니다. 개별 채권에 만기가 있다고 해서 ETF 투자자에게도 같은 날짜에 정해진 금액이 상환되는 것은 아닙니다. 금리가 상승해 보유 채권의 가격이 내려가면 ETF의 순자산가치도 하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채 ETF에서 분배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투자 전체가 이익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분배금 수입보다 보유 지분의 평가액 감소가 더 크다면 총수익은 마이너스일 수 있습니다. 이자에서 발생하는 소득과 상품 가격의 변화를 함께 봐야 합니다.

금리가 높아진 뒤 더 높은 수익률의 채권을 편입하면서 향후 분배 여력이 개선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특정 시점까지 매수 가격을 회복한다는 약속은 아닙니다.

예외적으로 종료 시점이 정해진 만기매칭형 채권 ETF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품은 일반적인 계속 운용형 ETF와 구분해야 하지만, 종료 시 분배액 역시 보유 자산의 가치 등을 바탕으로 정해집니다. 종료일이 있다는 사실을 매수 원금의 보장과 동일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물가와 환율의 영향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돌려받더라도 구매력이 보존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유 기간에 물가가 크게 오르면, 받은 이자를 포함하더라도 처음보다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는 돈의 숫자가 줄어드는 명목 손실과 구분되는 실질 구매력의 손실입니다. 일반적인 고정금리 국채는 이러한 인플레이션 위험에도 노출됩니다.

해외 국채에는 환율이라는 변수가 추가됩니다. 예를 들어 환헤지를 하지 않은 한국 투자자가 미국 국채에서 달러 기준 수익을 얻었더라도, 그동안 원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면 원화로 환산한 수익은 줄어들거나 손실로 바뀔 수 있습니다. 달러로 얼마를 돌려받는지와 그 돈이 원화로 얼마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마무리

국채를 이해할 때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단순히 ‘손실이 없는 자산’과 ‘손실이 있는 자산’으로 나누지 않아야 합니다. 신용도가 높은 국채라도 금리·만기·투자 방식에 따라 가격위험이 달라지고, 물가와 환율에 따라 실제 투자 성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확인해야 할 것은 발행 국가의 상환 능력뿐만이 아닙니다. 돈이 필요한 시점과 채권의 만기가 맞는지, 어느 정도의 금리 변동에 노출되어 있는지, 개별 채권과 펀드 중 무엇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아도, 언제 팔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국채에서의 ‘안전’이라는 개념은 이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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